발리로 일주일 여행 갔다가 취미 부자가 되어서 돌아왔다. 작은 섬에서 무얼 하며 한 달이나 버티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이유가 다 있었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발리 전통 식재료 템페(Tempeh)로 건강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한국에서 그토록 배우고 싶어했던 테니스 레슨도 공짜로 받았다. 바다로 나가서는 스노클링과 패들보드·카약으로 물 안과 밖을 누볐다. ‘발리=서핑’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발리에는 서핑 말고도 도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많았다. 운동하며 땀 흘리고 건강하게 먹고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며 보내는 하루하루는 힐링 그 자체였다. 자연스레 본능을 따라가는 삶이 얼마나 충만한 것인지를 느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 세계 여행자들을 홀린 발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더라.
① 선셋 요가
: 파도 소리 들으면서 힐링 타임
: 추천 정도 ★★★★★
서퍼들이 파도타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이 바로 요가다. 하와이나 호주 등지에 있는 서핑 포인트 주변에는 요가원이나 주짓수 도장이 많이 있는데, 전부 서퍼들이 전파한 문화다. 힐링하면 빠질 수 없는 요가, 발리에서도 요가는 인기 있는 취미활동이다. 숲속에서, 논두렁을 바라보며 심지어는 물 위에 보드판을 띄워놓고 그 위에 올라가 요가를 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은 실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되는 요가 클래스지만 기왕 발리까지 온 거 바닷바람 맞으며 제대로 힐링 타임을 즐겨보시길. 바다가 보이는 잔디밭, 야자수 나무 아래 자리를 잡으면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이미 힐링되는 느낌이다.
② 발리 쿠킹 클래스
: 지금 발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강 식재료
: ★★★★★
발리는 코로나 이전 가장 트렌디한 식문화를 이끄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웰빙에 초점을 맞춘 식문화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발리의 건강한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한 달 살기를 꿈꾼다면 현지 음식 하나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가장 발리스러운 걸 배워보기로 했다. 일명, 발리니즈 부다 보울(Balinese Buddaha Bowl). 현지 시금치와 템페가 들어간 건강식이다. 템페는 인도네시아 전통 발효 식품으로 1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콩을 발효시킨 것인데, 콩 알알이 씹히는 것이 두부와는 식감이 약간 다르다. 단백질 덩어리로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보울에 템페와 소금, 강황가루를 넣고 잘 섞는다. 그다음 중간불로 달궈진 팬에 오일을 두르고 템페를 8~10분간 볶아준다. 볶은 템페를 접시 한쪽에 담아두고 시금치에 소금과 라임즙을 넣어 볶는다. 비트와 당근도 살짝 볶아주면 요리 끝. 재료를 보울에 담고 땅콩소스와 발사믹 등 양념을 곁들여 먹는다. 익힌 채소로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을, 템페로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템페는 발효식품이라고 해서 혹시 냄새가 심할까 긴장했는데 그냥 콩알이 씹히는 두부 같았다.
③ 스노클링
: 난이도 上 발리 바다 스노클링
: ★★★
스노클링 초보자라면 발리에서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 발리가 괜히 서핑 천국이 아니다. 우선 파도가 세다. 날씨가 안 좋은 날도 아니었는데 파도가 1m가 쳤다. 나쁜 조건이 아니라고 해서 일단 스노클링을 하러 바다로 나갔다. 파도 1m라고 했지만 뱃멀미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물 속에서였다. 물고기를 보려고 잠깐 멈춰있으면 파도를 타고 몸이 제멋대로 이동했다. 물고기들이 많은 장소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이동해야 했는데, 수영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금세 힘이 빠져 도중에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렇게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스노클링하고 배에 다시 올라탔더니 멀미가 났다.
④ 테니스
: 클럽메드 가면 공짜로 배울 수 있다
: ★★★★
한국에서는 3개월 넘게 기다려도 배울 수 없는 테니스를 발리에서 공짜로 배웠다. 클럽메드 발리에 투숙하면 언제든 테니스 강습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아본 것도 3개월 전 클럽메드 푸껫에서였다. 옛날부터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수강료가 워낙 비싸고 강습 장소가 한정적이어서 못했다.
강습은 수강생이 나 혼자일 경우는 1대1로, 여러 명이 있으면 그룹으로 강습이 진행된다. 라켓을 잡는 방법과 포핸드, 백핸드로 공을 치는 것을 배웠다. 사람이 많다 보니 실제로 공을 때린 것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라켓으로 정확하게 공을 칠 때마다 쾌감이 일었다. 영어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으면 옆 사람을 따라 하면 된다. 테니스를 칠 줄 알거나 함께 칠 일행이 있다면 강습을 받지 않고 라켓과 공만 빌려 자유롭게 치면 된다. 운동화는 대여해주지 않기 때문에 꼭 자기 것을 챙겨와야 한다.
⑤ 패들보드 & 카약
: 강, 호수에서 하던 거랑은 전혀 달라
: ★★★★
바다에서 패들보드와 카약도 탔다. 이날 파도 높이는 2m. 혹시 체험이 중단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현지인은 이 정도 파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처음엔 1인용 카약을 타기로 했다. 호수나 강에서 카약을 탔던 기억을 더듬고 곧장 바다로 나갔다. 노를 저을 때마다 강력한 물의 저항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몇 번 방향도 바꿔보고 적응을 한 다음 파도를 넘어 노를 저어갔다. 잔잔한 물살에서는 노 젓는 것을 멈추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었다. 부서지는 윤슬과 역광 때문에 실루엣 처리된 주변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패들보드는 카약보다 더 어려웠다. 보드 위에 균형을 잡고 서서 오른쪽 왼쪽 번갈아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어서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보드를 이동시키려면 노를 저어야 하는데, 기다란 노를 이쪽저쪽으로 옮겨가며 젓는 것이 쉽지 않다. 보드 위에서 균형 잡는 모습이 막 걸음마를 뗀 기린 같다. 부들부들 떨다가 큰 파도가 와서 한 방 때리고 가면 ‘꼬르르르’ 그대로 입수다. 코로 들어간 짠물이 입으로 나온다. 보드 판 위에 서서 요가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대체 뭔가 싶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카약과 패들보드를 추천한다. 무동력 상태에서 물살과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좋다. 카약과 패들보드 전부 구명조끼를 입고 하기 때문에 수영에 자신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 이 모든 한꺼번에 가능한 리조트
= 발리 전역에 쿠킹클래스, 워터 스포츠 체험을 진행하는 업체가 여럿 있다.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예약하기 귀찮으면 아예 체험에 특화된 리조트를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클럽메드 발리에 투숙하면 요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골프와 테니스는 물론 물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해양 스포츠로는 윈드서핑, 스노클링, 카약, 스탠딩업 패들보드가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초보자에겐 강습도 해준다. 서핑은 추가 요금을 내면 외부 업체와 연결해준다.
[홍지연 여행+ 기자]
취재협조=클럽메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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