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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라라랜드’ 혜화에서 만나는 이색 라이브 음악 장소 2

김지은 여행+ 기자 조회수  

서울 종로구 혜화는 소극장과 공연장이 몰려 있어 예로부터 예술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현재도 각종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이 매일 열려 이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혜화역/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 때문에 혜화는 종종 ‘한국의 라라랜드’라고 불린다. 라라랜드는 지난 2016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로, 문화예술의 메카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는 재즈 바와 극장이 자주 등장하고 뮤지컬 영화답게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두 주인공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꿈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가듯 꿈을 꾸는 이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혜화로 모인다.


낙산공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그래서 혜화에서는 공연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그중 라라랜드를 방불케 하는 이색 라이브 음악 장소 두 곳을 소개한다. 눈앞에서 뮤지컬을 보며 식사를 하는 국내 최초 뮤지컬 펍 ‘커튼콜’과 남녀노소 춤추며 즐기는 라이브 음악 카페 ‘째즈스토리’다.


01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

국내 최초 뮤지컬펍,

커튼콜


커튼콜/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복화술 무대로 알고리즘을 점령한 뮤지컬 ‘시카고’,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쥐롤라’에 이어 최근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까지,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뮤지컬을 한 번쯤 보고 싶지만 높은 가격대와 치열한 티켓팅에 망설였던 이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혜화에 있다. 국내 최초 뮤지컬펍, ‘커튼콜’이다.


커튼콜/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커튼콜은 실제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을 보며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장성근 커튼콜 대표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펍 스타더스트에 방문했다가 큰 감명을 받아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스타더스트가 뮤지컬의 메카인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것처럼, 한국에 뮤지컬 펍이 있다면 그곳은 뮤지컬 배우와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혜화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커튼콜 내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그래서 국내 최초 뮤지컬 펍인 커튼콜은 혜화역 1번 출구 부근 공연장인 ‘아트포레스트’ 건물에 자리 잡았다. 입장 시 신분증 확인 후 공연 티켓처럼 생긴 입장권을 배부한다.

내부는 미국 공연장이 떠오르는 간판부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프로그램 북, 오늘의 배우를 알려주는 캐스팅 보드로 꾸며져 있으니, 펍이 아닌 소극장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커튼콜 공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혜화동 길거리가 훤히 보이던 통유리창에 암막 커튼이 쳐지고 내부가 어두워지면 공연을 시작한다. 주문을 받고 서빙하던 직원들이 일정 시간이 되면 갑자기 뮤지컬 배우로 변해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옷을 갈아입거나 분장을 하는 것이 아닌 유니폼과 앞치마를 그대로 입고 노래해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다른 어떤 요소의 도움이 없어도 배우들의 목소리와 눈빛만으로 공연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약 20~30분씩 총 1시간 정도 진행한다. 4명의 배우가 개인 무대와 듀엣곡, 단체곡 등 다양한 구성으로 공연을 이끌어나간다.

이미 알려진 뮤지컬 넘버를 부르지만 커튼콜에 맞춰 개사를 하거나 구성을 바꾸는 등 단순한 커버 무대가 아닌, 오직 커튼콜에서만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아직 번안하지 않은 해외 뮤지컬 곡을 직접 번역해 한국어로 부르는 등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의 무대에 한겨울에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커튼콜의 무대는 홀 전체다. 테이블 사이에 설치한 특수 무대를 포함해 관객석 곳곳을 누비며 뮤지컬 곡을 부른다.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없다는 점은 커튼콜만의 큰 장점이다. 관객과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즉석에서 무대 소품을 관객에게 건네어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



관객과 함께 노래하는 커튼콜 공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친구와 함께 커튼콜을 찾은 박 모 씨(26세)는 “이 정도로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는 줄은 몰랐다”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한 배우가 불렀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곡 제목처럼 음악이 있음에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커튼콜 음식/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장 대표가 꼽은 커튼콜만의 또 다른 장점은 ‘음식’이다. “저희는 뮤지컬만큼 F&B에도 굉장히 진심입니다.” 공연 곡뿐만 아니라 시즌마다 메뉴를 조금씩 리뉴얼할 정도로 퀄리티 높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칼렛 파스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음식을 향한 커튼콜의 진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스칼렛 파스타를 추천한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먹었던 레몬 파스타로, 오일 베이스에 버터와 레몬 향, 치즈까지 추가돼 한 입에도 풍미가 가득하다. 단언컨대 일반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맛이다. 공연 중에도 음식과 음료를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다.


커튼콜/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장 대표에 따르면 커튼콜은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더 큰 무대로의 발판을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뮤지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커튼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순식간에 배역에 몰입해 노래를 부르는 배우의 눈이 강렬히 반짝인다. 라라랜드의 대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돼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가 떠오른다. 꿈꾸는 자들의 안광을 목도하고 나니 춥고 어두운 겨울을 이겨낼 용기가 움트는 듯하다.


02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춤추는 곳

째즈스토리


째즈스토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나이 제한 없이 아기부터 노인까지 다 함께 즐기는 곳이에요.”

임애균 째즈스토리 대표

혜화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째즈스토리’는 30년째 음악이 끊이지 않는 역사 깊은 재즈 카페다. 째즈스토리는 삼청동과 대학로를 거쳐 현재 성북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오랜 세월을 품은 만큼 편안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과 빈티지한 가구 및 소품까지, 오직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째즈스토리 내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8시면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정통 재즈, 올드팝, 모던팝 등 요일마다 장르가 달라 취향 따라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모두 임애균 대표가 이 오디션을 통해 직접 모았다는 것.

이렇게 모인 뮤지션들이 하우스 밴드를 이루고, 오랜 시간 째즈스토리의 공연을 책임지고 있다. 가수 김필도 과거 이곳에서 수년간 노래를 했었다고.


째즈스토리 공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임 대표는 한국에서 ‘라이브 바’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 “누구든지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일념 하나로 째즈스토리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 라이브 공연 바가 우후죽순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 째즈스토리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30년 전 엄마 손 잡고 놀러 오던 유치원생들이 지금은 딸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다. 째즈스토리에서 만나 결혼한 손님들도 있다. 어린아이부터 흰머리 지긋한 노인, 외국인 모두가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뮤지션과 손님, 대표 모두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이날도 임 대표는 고객의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앉아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째즈스토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째즈스토리만의 편안한 분위기는 자유로운 음악 감상으로 이끈다. 이날 올드팝 밴드 공연을 듣던 관객들은 연신 “브라보!”를 외치는가 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흥이 오르자 모르는 옆 테이블 사람들까지 일어나 노래에 맞춰 춤사위 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라라랜드’ 속 세바스찬의 재즈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미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 어느 라이브 카페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재즈돈가스(좌), 음료(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는 임 대표의 마음은 째즈스토리의 음식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내 가족에게 주는 음식만을 내놓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임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한 음식은 ‘재즈 돈가스’. 큼직한 돈가스와 샐러드, 밥, 과일이 가득하다. 직접 만든 소스가 매콤달콤해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낙지덮밥,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정성이 담긴 음식은 이미 소문이 나 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 고객도 많다고.


째즈스토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임 대표는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째즈스토리가 계속되는 것이 목표”라며 “모두가 그리워하는 집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음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나이, 성별, 국적을 잊고 모두 함께 춤을 추고 싶다면 째즈스토리에 방문해 보자.


영화의 명장면처럼, 혜화의 밤도 음악으로 물든다. 도시의 빛 아래에서 춤을 추던 두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해 본다.

글=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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