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신 기자들 집회 취재하러 일부러 광화문 호텔 찾았다
계엄선포 이후 숙박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절반을 넘는 서울 일부 호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선포 이후 외신 등으로 비상계엄 소식을 접한 외국인 투숙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통상 외래 관광객 투숙률이 60%가 넘는다. 계엄령 선포 이후인 4일 하루 동안 해당 호텔에는 외래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고객 문의가 상당 수 접수됐다. 당일인 4일에는 일부 고객은 문의 후 투숙 취소 요청까지 해 실제 예약 취소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호텔에서는 12월 4일 오전부터 안내 접수대에 ‘호텔은 정상 운영 중이며 고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과 현 상황을 설명한 안내문을 붙여 외래 관광객들의 우려 진화에 나섰다. 12월 5일부터는 기존 예약 건의 취소는 거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반 고객의 신규 예약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관계자는 “특이 사항은 서울 중심부에 있는 호텔이다 보니 관련 건 취재를 위해 새롭게 예약한 외신 기자들이 있어 비즈니스 고객의 신규 예약은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공식 채널을 통해 신속하게 공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역시 세계적인 브랜드로 통상 외래 관광객 투숙률이 60~70% 정도다. 계엄령 선포 이후 당일 밤 포시즌스 호텔이 받은 외래 관광객들의 관련 문의는 100건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취소 시 외래 관광객들은 항공권 취소 수수료 등 금전적 문제를 떠안아야 하기에 실제 예약 취소로 이어진 건은 훨씬 적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관계자는 “11월부터 외래 관광객 숙박 예약률 등이 오르고 있던 상황에서 올해 12월이 예년보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이번 계엄령 선포로 인해 상황이 뒤바뀌어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염려했다.
신라스테이 광화문 역시 계엄령 선포 이후 6일 기준으로 10여 건 정도 취소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취소 건이 계엄 때문인지는 정확히 파악이 어렵고 현재도 신규 예약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 근처 호텔은 ‘탄핵 집회’ 등 시위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위에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면 자연히 소음이 발생하고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투숙객들의 불만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관계자는 “광화문은 본래 시위가 많은 지역이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시위 일정 등을 미리 공유해 불편함이 없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해당 부분은 호텔 측에서 조율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요청 시 귀마개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도의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현재 시위 등으로 인한 투숙 취소 및 연기 요청은 3건 정도인데 이는 광화문에 위치한 호텔 입지 및 특성상 평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다만 추후 특수상황 발생 시에는 고객 편의를 중심으로 생각해 무료로 환불 및 연기 요청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이제 막 빛을 보려던 한국 관광에 초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엄령 선포 이후 영국·미국·싱가포르·일본·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주의보를 발령했기에 방한 외래 관광객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 관광 통계’에 따르면 10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0만 263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인 122만 9899명보다 30.1% 늘었다. 1~10월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73만 76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888만 50명보다 54.7%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외래 관광객 수인 1458만 9439명과 비교했을 때 94%까지 회복한 수준이었다.
2. 환율 10원 변동 시 몇백억 원대 손실 떠안는 항공사들
계엄령 선포 이후 국내 증시 등 경제에도 큰 파동이 일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800만원까지 급락했다. 코스피는 한 때 2400선이 붕괴했고 코스닥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 선포한 직후에 환율은 1446원까지 급등했었다. 6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를 걷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여행업계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건 ‘항공사’다. 항공기와 기자재 등을 임대할 때 기축 통화인 달러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때 항공사들은 대규모 외화 부채를 지기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다만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며 항공업계에 작은 숨구멍이 트였다.
대한항공은 올해 9월 말 정책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을 끌어안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기준 미국 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시 달러 부채 및 자산에 대한 영향으로 214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외발 한국행 기존 항공권의 유의미한 예약 취소가 있지는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 변동이 심한 상황이기에 재무 상황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방한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나 일정 변경 문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항공 측 관계자 역시 “환율 지속 체크 중이며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3. 계엄 터진 그날 밤…해외여행 상품 신규 판매량 없다시피 해
강달러는 내국인 해외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부담을 느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여행 계획을 보류하거나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수요의 감소는 항공사와 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전반에 악재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까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에 들어온 해외여행 취소율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예약률이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모두투어·교원투어 등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계엄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취소율이 수치상으로 뚜렷하게 있었다든지 변화는 없었다”면서도 “일부 여행 정상 진행 여부에 대한 문의는 있었으나 취소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고 다음 주까지 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계엄령이 떨어진 날 밤부터 플랫폼 트래픽이 굉장히 저조했다”며 “취소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신규 예약 유입률이 상당히 낮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높은 환율에도 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기에 고환율에 따른 추가적인 수요 우려는 불필요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재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와 달리 외국인 국내 관광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전문 업체 일부는 벌써 영향을 받고 있다. 스카이투어 등 여행사는 4일 이후 신규 예약 접수율이 20% 이상 떨어졌고 예약 취소율은 기존 하루 평균 30~40건에서 2배 이상 뛴 80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해졌다.
방한 외국인 전용 여행앱인 트리플 코리아 측 관계자는 “계엄령으로 인한 눈에 띄는 취소는 없었고 자사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주로 K팝 등 공연을 중심으로 한 여행 상품이기에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지 않는 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여행은 취소 패널티가 세다 보니 항공 노선이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추후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4. 문체부, “여행 경보 조치 불필요하다” 입장 밝혔지만…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등 관광업계에 한국 정부의 조치현황과 입장을 안내하는 공문을 지난 5일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우리 정부가 지난 4일 주한 공관에 외교 공한을 보내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전달한 내용을 담았다. 현재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관련 업계와 방문 예정자들에게 전파해 달라는 요청 내용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과 관련해 안내나 통역, 불편 신고 등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서비스(8개 국어로 지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울러 협회와 업계에서 관광객 유치 및 관리 등과 관련한 어려움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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