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반려인 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히 ‘집 지키는 애완동물’의 역할에서 벗어난 반려동물은 인생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인간들과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이 반려동물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대여섯 시간 남짓인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롭게 현관만을 바라보고 있을 반려동물이 안쓰러웠던 당신이 반가워할 소식을 준비했다.
‘반려인의 천국’으로 불리는 망원에서 반려동물과의 추억으로 하루를 가득 채워 보자.
1) “내 강아지가 산타라니” 이색 사진 촬영이 가능한 망원동 증멍사진관
망원동에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증‘멍’ 사진관이 있다고 해 다녀왔다. 사진관은 망원 시장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주인과 함께 나란히 걷는 반려동물이 여기저기 보인다.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분위기의 스튜디오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관 전체에 천을 덧댄 바닥재를 깔아 둔 것이 특이하다. 이곳을 3년 가까이 운영 중인 이지윤 사진작가는 발바닥에 털이 많아 미끄러지기 십상인 반려동물을 위해 설치해 두었다고 설명한다.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진관 이곳저곳을 신나게 누비는 반려동물의 모습에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실감한다. 한참 뛰다 목이 마른 지 헥헥거리더니 사진관 한편에 위치한 물그릇에서 제 것인 양 자연스럽게 목을 축인다. 사진관 곳곳에 반려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 작가는 처음부터 반려동물의 사진을 촬영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관을 찾아준 이들이 끊임없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순간을 담아줄 것을 요청해 촬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반려인이 거주하는 망원동 특성상, 사진관을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는 반려동물들에게 마음을 뺏긴 것도 사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려동물의 모습에 중점을 맞춘 증멍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콘셉트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현재 도안 사진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콘셉트는 총 3가지. 유령, 탐정, 크리스마스 중 원하는 콘셉트를 골라 사진을 촬영해 볼 수 있다. 콘셉트를 정한 후, 사진관에 구비된 소품을 이용해 다양한 모습으로 반려동물을 변신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로마키 기법을 통해 콘셉트에 어울리는 배경도 삽입한다는 말에 완성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반려동물 사진의 수요가 높은 편이냐고 묻자, 작가는 열성적인 성원에 감사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스피츠(Japanese Spitz, 뾰족하고 하얀 털이 특징인 품종) 동호회에서 단체로 방문해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남기는 등 반려동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타지역에서도 찾아주는 추세라고 답했다.
품종과 무게에 상관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더 역동적인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방문 전에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격한 운동에 살짝 삐져나온 혀가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조언이다.
2) “닭다리 잡고 삐약(piak) 삐약(piak)” 반려동물과 떠나는 라오스 여행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하다. 사진관으로부터 도보 9분 거리에 동남아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득 담은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칼바람을 뚫고 ‘망원의 라오스’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보자. ‘라오삐약(Laopiak)’은 라오스의 ‘라오(Lao)’와 국수를 뜻하는 라오스어인 ‘삐약(Piak)’의 합성어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방은 개방형 구조로 모든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자신 있게 선보인다. 깨끗하게 관리된 집기들과 신선한 재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음식을 판매하는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중인데도 라오스 음식은 생소하다. 라오삐약 공동대표인 원성훈, 정효열 대표는 식당을 차리게 된 계기로 함께 다녀왔던 라오스 여행을 꼽았다. 라오스 음식이 생각보다 입에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동남아 음식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라오스 음식 전문점을 차리기로 결심한다.
정 대표는 대표 메뉴로 까오 삐약(Khao Piak)과 쿠아 팍 봉(Kua Pak Bong)을 꼽았다. 까오 삐약은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올린 라오스식 국수로 생소한 식감이 두드러지는 생면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얇고 부드러워 잘 끊어지는 베트남, 태국 쌀국수와는 달리, 라오스식 생면은 쫄면과 우동 사이의 식감을 가져 더 쫄깃하고 씹는 맛이 좋다. 공심채를 뜨거운 불에서 빠르게 볶아낸 후 항정살을 구워 곁들여 먹는 쿠아 팍 봉도 별미다. 적당히 짭짤한 소스가 볶는 과정에서 공심채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씹을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채즙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추가로 주문한다면 랍(Larb)을 추천한다. 랍은 다진 돼지고기와 볶은 찹쌀을 더해 먹는 음식이다. 찹쌀을 볶은 후 갈아서 요리에 더해 먹는 방식을 두고 ‘카오쿠아(Khao Khua)’라고 부른다. 볶은 찹쌀가루가 고기 사이사이에 붙어 꼬들꼬들한 식감을 더한다. 라오스산 맥주인 라오 비어(Lao Beer)까지 곁들이면, 동남아에 온 듯 온몸에 열이 오른다.
매장의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실내에는 10㎏ 미만의 반려동물 출입만 허용하니 참고하자. 날씨가 추워진 탓에 야외 취식이 어렵다면, 라오삐약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대형 반려동물 출입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 대표는 “한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다 보니 사람은 물론이고 반려동물 단골도 생겼다”며 “앞으로도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생기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3) “누나는 집에 가, 난 여기 있을게” 반려동물 발길 사로잡는 수제 사료 맛집
반려인이 한 입 했다면, 반려동물이 한 입 할 차례. 라오삐약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널독(Nerdog)’은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과 식음료를 판매하는 반려용품 전문점이다.
오하은 널독 대표는 매장 이름에 ‘널 위한 독(Dog) 브랜드’라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편의와 행복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오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해 건강한 사료와 간식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료 제조 등록 자격증을 발급받았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수제 간식과 사료를 즉석에서 먹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 대표는 날씨가 추워지며, 사료나 간식보다 의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매장 한편에 계절에 맞춰 새롭게 출시한 다양한 디자인의 반려동물 의상이 진열되어 있다. 복슬복슬 털이 달린 셔츠부터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탄탄한 소재로 만들어진 외투까지 가짓수가 다양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트렌디한 감각을 가진 대표가 직접 제작한 의류들이 진열된 모습은 성수동의 쇼룸을 방불케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목도리를 선보인다. 소형 반려동물이 착용하는 짧은 고리형 목도리에는 곰모양 패치를 더해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덩치가 큰 대형 반려동물을 위해 제작한 뜨개 목도리도 4가지 색상으로 준비되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레오파드(Leopard) 패턴의 맨투맨도 출시했다. 무시무시한 표범 무늬의 옷과 상반되는 귀여운 얼굴에 절로 웃음이 난다. 의류 이외에도 하네스(반려동물 목줄), 반려동물 전용 소지품 가방 등 다양한 용품을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이 가장 기대하던 순서가 돌아왔다. 오 대표가 직접 꼽은 인기 메뉴는 널푸치노와 널독 피자. 사람 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한 끼가 온전히 반려동물을 위해 제공된다. 우유 거품을 폭신하게 얹은 카푸치노와 당근, 토마토 등 반려동물의 건강을 고려한 재료를 얹어 구워낸 피자를 곁들여 먹여볼 수 있다. 흰자위가 보일 정도로 집중해 먹는 반려동물의 모습에 흐뭇해진다.
이외에도 매장에 있는 쇼케이스에서 반려동물 전용 수제 간식을 구매해 볼 수 있다. 각각의 상품 하단에는 첨가된 재료가 기재되어 있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구매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면, 해당 재료를 제외하고 만든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널독 매장에서 판매 중인 모든 제품은 널독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 가능하다. 오 대표는 “내달 크리스마스 굿즈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굿즈 관련 사항은 널독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 “내 산타는 누나야” 반려동물에게 선물 같은 추억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카페
최대한 실외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픈 추운 겨울, 널독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가 있다. ‘와하하(Wahaha)’는 주택 개조형 카페로, 80년대 미국 가정집 같은 외관이 풍기는 포근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카페 창문 위로 커다랗게 새긴 강아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바로 앞에 세워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작은 곰 인형 장식을 달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더했다. 매장 내부에는 소파석부터 2인, 4인석까지 다양한 좌석을 마련했다. 총 3개의 방이 각각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우하하 카페 권선영 대표는 직접 그린 강아지 그림을 마스코트로 지정했다. 권 대표의 반려동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장 바닥에는 질감이 있는 소재를 덧칠해 반려동물이 미끄러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작년 겨울에는 반려동물 플랫폼 ‘우프(WOOOF)’에서 진행하는 ‘펫 프렌들리(Pet Friedly)’ 사업에 동참해 망원동을 애견인의 성지로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귀여운 마스코트를 새긴 다양한 굿즈도 판매 중이라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카페의 대표 메뉴는 크로플이다. 크로플은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 기계에 넣고 눌러 만든 디저트로 위에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는 총 7종의 크로플을 선보인다. 오레오나 아이스크림을 올려 만든 기본적인 크로플부터 하몽이나 피자 소스를 얹어 만든 생소한 모습의 크로플까지 다양한 종류의 크로플을 즐길 수 있다. 더욱 특별한 크로플을 즐기고 싶다면, 크로플 플래터가 제격이다. 크로플 위에 얇게 조각내어 썬 바나나, 생크림, 카야 잼 등 다양한 토핑을 조합해 나만의 크로플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크로플을 대표 음식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권 대표는 “가장 맛있는 빵은 갓 구운 빵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표는 “매대에 진열된 차가운 케이크보다 갓 구워 따뜻한 상태의 빵을 대접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중에 새로운 크로플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페는 기존의 크로플이 가진 이미지를 벗고,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크로플 브런치 플래터를 개발 중이다. 권 대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더하고, 포토존을 새롭게 조성하는 등 연말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반려인의 노력을 알아준 듯 반려동물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모든 반려동물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홀로 있었던 시간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이 되었길 소망해 본다.
글=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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