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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트] 튀르키예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31년만에 한국을 찾은 까닭

장주영 여행+ 기자 조회수  

[여행+아트] 튀르키예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31년만에 한국을 찾은 까닭

지난달 4일 저녁. 강원도 춘천 소재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수십명의 푸른 눈 예술가가 모였다. 1993년 이후 무려 31년만에 찾았다는 그들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 날아 온 ‘튀르키예 대통령 심포니 오케스트라(CSO·Cumhurbaşkanlığı Senfoni Orkestrası)’ 단원들이었다.

이날 공연은 한국과 튀르키예 문화의 협력과 우호를 다지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홍기가 협연에 나서 자리를 더욱 빛냈다.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제미이 잔 델리오르만(Questionnaire for Cemi’i Can Deliorman)을 서면으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공연은 2027년 한국과 튀르키예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간의 문화 교류에 있어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목적이 크다고 들었다. 31년만에 내한한 소감은.

▶ 튀르키예 대통령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 대사’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깊은 역사적 유대감을 가진 ‘형제의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화 교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31년 전에 비해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또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 한국에는 매우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역동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많다. 이를 감상하는 관객들 역시 안목이 높고 세련됐다고 본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문화 기관으로서 CSO는 튀르키예를 최고 수준으로 대표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수년간 우리 오케스트라는 젊은 음악가들이 합류하며 성장했다. 또 새로운 웅장한 콘서트홀을 더욱 활기차고 역동적인 앙상블로 키워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한국 관객들은 따뜻하고 열정적인 반응으로 화답해 인상 깊었다.

– 튀르키예, 러시아,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이 공연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나.

▶ 우리는 클래식 레퍼토리의 걸작인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을 선보였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풍부한 음악적 전통을 감안할 때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은 특히나 이번 공연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이 작품은 민족적이고 민속적인 주제를 새롭게 조명하면서도 현대의 감성을 깊게 조화시킨다. 또한, 프로그램에 튀르키예 작품을 포함한 것은 양국 간의 유대감과 문화적 대화를 한층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튀르키예 출신 음악가 페이트 튀진의 ‘차이다 츠라’는 한국 관객에게 생소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튀르키예 문화의 요소는 무엇인가.

▶ 튀르키예의 음악은 리듬과 멜로디, 모든 측면에서 매우 풍부하다고 평가받는다. ‘차이다 츠라’는 이러한 요소들을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우리 음악적 유산을 대표하는 진정한 걸작이다. 이 곡이 한국 관객들에게 튀르키예 문화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잘 전달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홍기와 협연을 했다. 그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생각하나.

▶ 김홍기 피아니스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숙한 음악적 해석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와의 협연은 CSO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오케스트라에게 매우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을 전해준다. 그는 내년 시즌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우리와 함께 게스트 솔리스트로 다시 무대에 설 것이다. 튀르키예에서 다시 협연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인 ‘신세계로부터’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 한국과 튀르키예는 모두 깊이 뿌리내린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작곡가와 음악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다. ‘신세계로부터’는 민족적이고 지역적인 모티브가 어떻게 보편적인 음악 언어로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 작품은 문화 교류의 개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며, 다양한 음악적 유산을 탐구하는 데 있어 아름다운 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 처음 지휘에 이끌린 계기는 무엇이었다. 아울러 지휘자로서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 바이올린 공부로 음악의 길을 시작했다. 더 넓은 영역을 탐구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지휘자의 길로 이끌었다. 오스트리아와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전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영광을 누렸다. 현재 세계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CSO를 이끌고 있고, 마린스키 극장의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 이번 공연은 매년 한 나라만 공연하도록 선정하는 국제 클래식 음악의 날 행사의 일부라고 들었다. 대통령 교향악단에 대한 초청은 어떤 의미일까.

▶ CSO는 국제 공연에 많은 초대를 받고 정기적으로 문화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을 떠난 뒤 다시 한 번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흥미로웠다.

–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마디.

▶ 양국이 지리적으로 멀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우리의 공통된 과거와 가치를 기리며, 문화 교류를 통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음악이 세상을 연결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자리가 됐기를 바란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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