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급부상한 촌캉스. 촌캉스는 시골을 의미하는 촌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여유를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휴가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MZ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여행객들이 촌캉스의 매력에 빠지면서, 촌캉스를 즐길 수 있는 여러 장소가 떠오르고 있다.
공기 좋은 시골에서 진짜 촌캉스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은 어떨까.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충남 부여군이다. 생생한 촌캉스 후기부터 함께 둘러보기 좋을 만한 부여의 볼거리와 먹거리 소개까지, 완벽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주목하길 바란다.
1. ‘몸만 가도 돼’ 제대로 된 촌캉스 즐길 수 있는 독채 민박 ‘춘스테이’
부여의 한 시골 마을, 잘 가꿔진 멋스러운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에 쏙 들어왔다. 요즘 유행하는 촌캉스를 즐기기에 제격인 독채 민박 ‘춘스테이’다. 춘스테이는 100여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옛 가옥을 다듬고 보수해 탄생한 공간이다. 숙소 바로 옆에는 18세기에 지어진 국가 보존 시설, 군수리 고택도 들어서 있어 더욱 운치가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스러운 외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화이트 톤의 주방과 식탁, 이동형 스탠드 TV,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고급 펜션에서나 볼 법한 가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숙소를 구경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에서 세심함이 느껴졌다. 친절한 안내 사항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이 숙소 곳곳에 붙여져 있었고 화장실 내부 어매니티까지 친환경 비건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촌캉스를 즐기러 갔다면, 깔끔한 내부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 시골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얼마나 구비하고 있는 가다. 춘스테이에는 윷놀이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 선글라스, 막걸리 주전자 세트, 사이즈별로 구비해 놓은 고무신 등 부족함 없이 다양한 아이템들을 갖추고 있었다. 옷걸이에는 시골에서나 입을 법한 꽃무늬 민소매도 여러 벌 걸려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몸만 와도 제대로 된 촌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꽃무늬 민소매를 입고 그늘진 툇마루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 휴식을 취한 뒤 촌캉스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콘셉트 사진을 남겼다. 툇마루 한편에 놓여 있는 양은 밥상을 펼쳐 막걸리 주전자까지 세팅하니 요즘 SNS에 흔히 올라오는 촌캉스 인증샷을 완성했다. 툇마루 앞에 고무신까지 놓아주면 더 완벽하다.
야외에서 즐기는 삼겹살도 빼놓을 수 없다. 숙소 야외 테라스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모든 재료를 구비해 뒀다. 숙소를 예약할 때 미리 신청하면 솥뚜껑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시골이라 벌레가 많아 삼겹살을 먹는데 신경 쓰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모기향과 벌레 퇴치 스프레이도 부족함 없이 준비하고 있어 괜찮았다. 삼겹살을 다 먹고 난 뒤, 아직 다 꺼지지 않은 불을 바라보며 불멍도 즐길 수 있다.
시골 마을에 자리한 숙소라 들어오는 길이 매우 좁고 구불구불하다. SUV 같은 큰 차를 타고 오면 운전이 어려울 수 있다. 초보 운전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하루에 한 팀만 받는 독채 민박이다 보니 금방 예약을 마감한다. 원하는 날짜에 투숙하고 싶다면 서둘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 구경하고 연잎밥까지 먹어볼까
춘스테이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는 부여의 명소 중 하나인 ‘궁남지’가 있다. 4만3000㎡(약 1만3000평) 규모를 자랑하는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사람들이 흔히 잘 알고 있는 경북 경주 ‘안압지’보다도 40년 이상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
궁남지는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삼국사기는 백제 무왕 35년(634년) 궁의 남쪽에 연못을 파고 8km(약 20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와 궁남지를 조성했다고 기록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무왕이 선화공주를 위해 궁남지를 조성했다는 일화도 들려온다. 당시의 기술력으로 이러한 규모의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선화공주를 사랑했던 무왕의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궁남지에 도착하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연잎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방이 연잎들로 가득 차 있어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도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호수 가운데 위치한 정자 포룡정에 앉아 궁남지 일대를 보고 있으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매년 7~9월이면 궁남지에 심어진 1000만 송이의 연꽃이 만개한다. 궁남지 일대가 전부 핑크빛으로 물든다고 하니 개화 시기에 맞추어 방문해 봐도 좋다.
궁남지 구경을 마쳤다면 연잎밥을 먹으러 가보자. 부여에서 손꼽히는 연잎밥 맛집인 ‘솔내음’ 음식점에 찾았다. 솔내음에서는 연잎밥, 떡갈비, 계절 반찬 10가지, 된장찌개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연잎 떡갈비 정식을 판매 중이다. 내부에 들어가니 은은한 소나무 향기가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소나무를 사용해 건물을 지어 소나무의 자연스러운 향기가 실내에 스며들어 있었다.
가장 먼저 연잎밥을 한입 맛봤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연잎의 향긋함이 입안을 감돌았다. 떡갈비는 양념이 적당히 배어 있어 부드럽고 감칠맛 있었다. 생각보다 연잎밥과 떡갈비의 조화가 좋아 금세 한 그릇을 다 비웠다. 10가지 종류의 반찬도 전부 맛있었는데 특히 연근 탕수육과 삼색전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솔내음은 오전 11시 10분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부여 사람들에게도 소문난 맛집이다 보니 식사 시간에 방문하면 웨이팅을 할 수 있다. 미리 전화해서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3. 1400년 전 백제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백제문화단지’
부여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한다는 백제문화단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제문화단지는 1400년 전 백제의 찬란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적지다. 330만㎡(약 100만 평) 규모의 백제문화단지는 사비궁과 능사, 한성백제시대 위례성 등을 재현한 문화단지와 과거 유물을 전시한 백제역사문화관으로 구분한다.
백제문화단지의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웅장한 ‘사비궁’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비궁은 백제의 수도가 사비로 옮겨진 후 백제 무왕이 지은 궁궐로 알려져 있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사비궁은 과거 백제의 궁궐 건축 양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왕궁의 정문을 지나면 고대 백제 왕족들이 생활했던 궁궐 내부와 정원, 다양한 궁중 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왕궁을 지나면 ‘능사’가 나타난다. 능사는 백제 무왕과 그 가족들의 무덤이 있는 장소로 백제의 왕실과 귀족들이 안장된 곳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묘역에는 커다란 5층 목탑이 들어서 있다. 멀리서도 보일 만큼 높이 솟아 있는 목탑은 백제 왕실의 위엄을 잘 보여준다.
백제의 고대 유물과 복원된 유적 모형들을 전시한 ‘백제역사문화관’도 놓쳐서는 안 된다. 백제역사문화관 내부에서는 과거 백제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다양한 디지털 전시와 멀티미디어 자료들도 있어 더욱 쉽고 재미있게 백제의 역사적 배경을 접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 운영 시간은 오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금~일요일에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야간 관람도 가능하다. 백제문화단지 입장료는 대인 6000원, 소인 3000원이다. 백제역사문화관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입장료와 별도로 성인 2000원, 소인 1000원을 내야한다.
부여(충남) / 정세윤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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