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뷰티·콘텐츠 등 한국의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치솟고 있다. 그리고 K-컬쳐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이들은 한국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35.6%가 30세 이하였다. 글로벌 MZ들이 K-컬쳐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에게 해답이 될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이색적인 하루를 보낼 곳을 찾는 한국인도 만족스러울 서울의 ‘K-컬쳐’ 관광지 세 곳을 소개한다. 놀랍게도 고물가 시대 서울에서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K-팝 아이돌이 되어 뮤비를 찍을 수 있다고? 하이커 그라운드
K-팝, 특히 K-팝 댄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하이커 그라운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하이커 그라운드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국 관광 홍보관이다. 5층에 걸쳐 다양한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2층 ‘케이팝 그라운드’는 매일이 음악 페스티벌이
다. 코인세탁소, 지하철, 우주선, 무대 등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5개의 스튜디오에는 항상 K-팝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에 맞춰 댄스 챌린지 영상을 찍는 방문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케이팝 그라운드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이 스테이지’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초등생에게도 인기가 많다. 나만의 무대를 꾸며 아이돌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
원하는 노래를 틀고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실감 나는 배경을 선택한 뒤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 실제 방송국처럼 조명과 카메라까지 제대로 갖춘 무대 위에 서니 부끄러움도 잊고 춤이 절로 나온다. K-팝 스타가 돼 나만의 뮤직비디오를 남겨보자.
안녕하세요, 10년 차 아이돌 연습생 캐리입니다!
하이커 그라운드의 백미는 ‘세계관’이다. 하이커 엔터라는 콘셉트 아래 금대표, 사진작가 금쏜, 아이돌 연습생 캐리와 한별이 각 층을 돌아다니며 하이커 그라운드 관람을 돕는다. 이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 정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습생 캐리와 한별이 진행하는 K-팝 댄스 수업이 대표적이다. 수업 후 스튜디오에서 직접 영상도 찍어줘 인기가 많다.
3층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금쏜 스튜디오는 ‘금손’ 작가인 금쏜이 하이커 그라운드의 다양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인화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실력 있는 작가가 포즈부터 표정까지 전부 정해주니 ‘인생샷’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인화 뒤에는 준비한 펜과 스티커로 직접 꾸밀 수도 있다.
K-팝 외에도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4층 ‘하이커 케이브’에서는 전국의 로컬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각지의 특산품이나 음식을 전시했고, 임실 치즈축제, 장흥 물 축제, 영덕 대게 축제 등을 활용한 게임을 통해 상품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다양한 축제가 있었다니. 가고 싶은 국내 여행지가 늘었다.
하이커 그라운드는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정기 도슨트는 매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3시 30분 등 두 차례 진행한다. 정기 프로그램은 각 운영 요일과 시간, 예약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타임머신 없이 과거 여행해 볼까…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7080
‘응답하라’ 시리즈 등 K-드라마의 인기로 한국의 1970~80년대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에게 친숙하다. 드라마 속 실제 풍경이 궁금하다면 국립민속박물관의 야외 전시장인 추억의 거리 7080으로 가보자.
추억의 거리 7080에는 국민학교를 비롯해 구멍가게, 사진관, 만화방, 다방, 방앗간, 목욕탕 등 서울 지역 동네 골목에 있던 12개의 상점을 재현했다. 실제로 작동하던 슈퍼 앞 오락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듯한 분식집의 떡볶이, 할머니 집에서 본 목욕탕의 로션 등 구석구석 녹아 있는 디테일에 입에서 쉴 새 없이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고증의 화룡점정은 이발관이다. 실제로 종로에 있었던 화개이발관의 물건을 기증받아 그대로 옮겨뒀다. 미용 도구, 달력, 이발 가운, 파마를 기다리며 뒀던 바둑판까지, 모든 것이 생생해 방금까지 손님이 앉아 있었던 것만 같다.
슈퍼 앞 대청마루에 누워,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공중전화기를 귀에 대고, 목욕탕에서는 비치된 양머리 수건을 쓰고 사진을 찍어보자. 제대로 된 고증에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부모님의 앨범 속 사진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추억의 거리 7080은 단순 포토존 그 이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약속다방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실제 디제이(DJ)가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틀어준다.
맞은편 사진관에서는 어린 시절 가족사진을 찍던 배경에 앉아 즉석에서 흑백으로 출력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타의상실에는 1970~80년대에 유행하던 옷을 진열해 직접 골라 입어볼 수 있다. 청재킷부터 교복, 꽃무늬 블라우스까지. 옷을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끼면 단숨에 그 시절 패셔니스타가 된다.
추억의 거리 7080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도록 ‘수험표를 찾아라’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1983년에 살고 있는 정훈이의 잃어버린 수험표를 찾으며 각 가게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다.
과거를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덕분에 추억의 거리 7080에는 늘 방문객이 넘친다. 가족, 친구, 내국인 외국인 나눌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서울에 이만한 곳 없어요” 오픈 두 달 만에 단골 넘쳐나는 서울컬쳐라운지
깊이 있는 K-컬쳐를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컬쳐라운지를 추천한다.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6월 오픈한 이곳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외국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 2개월 만에 벌써 단골 방문객이 많고, 프로그램은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으니, 이것만으로 검증이 된 셈이다.
서울컬쳐라운지는 종로구 삼일빌딩에 위치해 있다. 11층에 있어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창밖으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탁 트인 라운지에서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 대화하고 있었다.
라운지에서 상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내외국인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알록달록한 비즈를 골라 한글 팔찌를 만들거나, 직접 고른 꽃차를 내려 먹으며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한편에 놓인 K-뮤직부스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을 특별한 배경과 함께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마이크 소리가 작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으니 걱정 말고 열창해 보길.
이곳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회화 수업, K-뷰티, 한글 캘리그래피, 자개 공예, K-팝 댄스 수업 등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신청은 3주 전부터 서울컬쳐라운지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화장법을 배우는 K-뷰티 프로그램이 인기 많다. 올리브영 등 화장품 가게가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을 정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뷰티 트렌드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컬쳐라운지의 프로그램은 최신 유행하는 K-컬쳐를 다룬다. 한국어 회화 시간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라떼는 말이야~” 등의 유행어를 배우고, ‘빠른 연생’이나 한국의 식사 문화 등 실생활에 유익한 실전 한국어를 다루고 있다.
서울컬쳐라운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앞장선다. 한국의 궁 컬러링과 자개 공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직접 체험해본 컬러링 수업은 경복궁의 경회루 수채화 키트를 나누어 받은 뒤 강사의 설명과 영어 동시통역으로 진행했다. 바로 색칠하는 것이 아닌 궁의 역사와 가치를 먼저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컬러링 프로그램에서는 매주 다른 한국의 궁이나 문화재로 컬러링 수업을 진행하며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함께 경회루를 칠하고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서울컬쳐라운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체험한 멜라니(Melanie)는 “프로그램이 다양해 한국의 여러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무료인 점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그는 서울컬쳐라운지의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워 한국에 여행 온 친구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관계자는 “이곳에 방문한 외국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컬쳐라운지는 방문객이 직접 나서 홍보를 하고 있다. 으레 오래가는 맛집이 그렇듯 말이다.
글=김지은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