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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골프] 건축 외길 40년 건축가가 만든 골프장의 비밀

장주영 여행+ 기자 조회수  

캐디피 17만 원 시대. 여기에 그린피, 카트피까지 하면 20만~30만 원은 금세 사라진다. 몇몇 골퍼들은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클럽을 놓는 이도 제법 보인다. 국내 골프 인구는 전 국민의 10%선인 535만 명. 영국왕립골프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 인구가 7년 전보다 34%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런 고비용 시대가 이어지는 국내시장은 발전할 수 있을까.

김민호 힐데스하임CC 회장은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 김 회장이 설계부터 시공 등에 참여한 충북 음성의 힐데스하임CC는 중부권 최초로 노 캐디, 자율주행 라운드를 즐기는 골프장이다. 최근 여행플러스와 만난 김 회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니 갈수록 골프비용이 비싸지고 있는 점이 걸렸다”며 “그래서 고객만족도를 높일 방법으로 노 캐디 운영을 결정했고 그것이 상생의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다. 캐디 없는 골프장은 시기상조라면서 말이다. 김 회장은 캐디 없는 라운드라 하더라도 큰 불편이 없게끔 코스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블라인드 홀이 없는 코스를 기획한 것이 대표적이다. 힐데스하임CC 내 대부분의 홀은 티샷을 한 공이 넓고 평탄한 곳에 떨어지게끔 만들었다. 골퍼가 자신이 친 공이 사라질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율주행 카트의 운영이다. 언뜻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길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에 맡기는 것이 가능할까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 이날 체험해 본 자율주행 카트는 일정한 속도로 편안한 운전을 해 신기함을 넘어 만족스러웠다. 필드 주변의 도로에 라인을 깔아 카트에 탑승 후 출발이나 정지 버튼만 누르면 다음 홀로 이동해 내릴 수 있어 조작도 간편했다.

김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잭 니클라우스가 전한 ‘골프의 재미’를 떠올렸다. 그는 “어느 책에서 보니 잭 니클라우스가 골프 코스는 쉬워야 한다고 했더라. 너무 어려우면 골퍼가 안 찾기 때문”이라며 “힐데스하임CC를 설계할 때 쉬우면서도 재미가 있는 라운드를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힐데스하임CC는 101만㎡에 27홀을 갖췄다. 레이크, 힐, 밸리 등 크게 3개 코스로 나뉘는데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때문에 어느 홀이나 지점에서 봐도 27홀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시각적으로 상쾌하다. 무엇보다 파 3홀마다 인공 연못을 조성해 아일랜드 홀 형태인 점도 눈에 띈다. 코스마다 파3 아일랜드 홀이 있는 골프장은 국내서 힐데스하임CC가 유일하다. 일반 골프장에 홀마다 3~4개씩 있는 벙커 또한 힐데스하임CC는 27홀 중 29개에 불과하다. 골프 레전드에게서 얻은 조언을 실제 골프장에 실현시킨 셈이다.

“저는 우리 골프장에 오는 분들에게 코스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고 오면 좋다고 얘기를 합니다. 아일랜드 홀부터 계곡이나 숲을 넘겨 치는 곳도 있어 홀마다 특색이 있거든요. 어떻게 공략할지 공부를 해두면 훨씬 재미있는 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회장은 본래 ‘집 짓는 사람’이다. 20년 넘게 건축 설계를 했고, 이후 다른 20년을 직접 시공하며 건설현장을 누볐다. 건축 외길 40년을 걷고 있는 그에게 지난 시간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학창시절부터 건축을 좋아했어요. 평소에 내가 만든 집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죠. 집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잖아요. 지금도 전 직원과 함께 좋은 집을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랜 기간 ‘좋은 집짓기’를 해온 그는 지난 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부는 2023 주택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기업인에게 주는 것으로, 김 회장이 그간 국민의 주거 수준 향상과 건설업계 발전에 이바지한 결과이다. 그는 또 고액 기부를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도 지난해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재)호애장학재단을 설립해 그간 3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지급했고, 2004년부터 연말 이웃돕기 성금 등을 3억 원 가량 기부해오고 있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잘 살고 싶습니다. 한 사람만 많이 버는 게 아닌 더불어 같이 벌면 좋잖아요. 사회 환원은 그래서 꼭 필요합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해요.”


다음은 김민호 회장과의 일문일답.

–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든 게 2003년이고, 건축사무소 개소가 1984년인 것까지 하면 올해로 40년째 현업이다. 롱런의 비결이 있을까.

▶ 학창시절부터 건축을 좋아했다. 평소에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고 있다. 필요하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니까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이 자리에 오게 됐다.

– 충북 굴지의 기업으로 손꼽힌다. 제천에 이어 음성에 골프장을 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 음성은 본사가 있는 청주와 가깝다. 서울에서도 멀지도 않다. 무엇보다 땅이 괜찮았다. 골프장은 땅이 예뻐야 잘 나온다. 적당한 분지와 호수가 잘 조화해야 한다. 호수는 평지가 아니면 못 만든다.

– 건축설계사이자, 건설회사의 대표가 만든 골프장은 조성할 때부터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 점을 가장 주목했나.

▶ 고객만족을 중심으로 봤을 때 골프비용이 비싼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노 캐디 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골프장이 노 캐디 운영을 못하는 이유가 순환이 안돼서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빨리 순환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여기에 편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을 주목했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힐데스하임CC만이 가진 내세울 매력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골프장에 딱 들어서면 폭포가 와 닿을 것이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 연못과 폭포가 있는 곳은 처음일 것이다. 이런 조화를 이루니 들어오자마자 재밌는 것이다. 우리 골프장은 곳곳에 좋은 볼거리가 많다. 지루함이 없다.

– 힐데스하임CC하면 ‘노 캐디 라운드’와 ‘가성비 최고’ 등이 떠오른다.

▶ 맞다. 노 캐디가 알려지자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가성비 문제가 클 것이다. 서로의 니즈가 맞아 잘 조화를 이뤘다고 본다.

– 후기 등을 보면 의외로 노 캐디 라운드에 대해 호평이 이어지더라.

▶ 다행이다. 더 만족도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간혹 담배를 피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골퍼가 있다.

– 좋은 골프장의 기준은 무엇일까.

▶ 골프장은 크게 대회를 여는 곳과 일반인이 라운드하는 곳으로 나뉜다. 어느 책에서 보니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골프장은 쉬워야 한다고 했다. 너무 어려우면 사람들이 안 가기 때문이다. 쉬우면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 힐데스하임CC를 제대로 즐기는 비법이 있다면.

▶ 두루 재미가 있다. 아일랜드 홀이라고 파3 홀마다 연못이 있다. 계곡이나 언덕을 넘겨 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미리 공부를 하고 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 실제 골프마니아라고 들었다. 골린이들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

▶ 공부를 해야 한다. 요새 유튜브 영상을 보면 많은 가르침이 있다. 내게 맞는 법을 찾아 연습한 뒤 골프 치면 레슨 안 받아도 잘 칠 수 있다.

–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워라’는 골프 명언처럼 골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 잭 니클라우스에게 누군가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골프를 쉽게 치느냐라고 했더니 앞에 것을 쳐라라고 했다더라. 자기 거리에 맞춰 치면 되는데 자꾸 멀리 치려고 욕심내다 보니 잘 안 맞고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바로 앞에 것을 치면 된다.

– 지난 해 좋은 일이 많았다. 금탑산업훈장 수여도 하고, 고액 기부를 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 난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생각한다. 항상 감사하게 살고 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 주위 사람들과 같이 잘 살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려 하지 말고 같이 벌면 좋겠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난 건축하는 사람이다. 항상 생각하는 게 좋은 집 짓는 것이다. 집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들지 않나.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할 것이다.

– 골프장을 찾는 이에게 한마디.

▶ 노 캐디 골프장으로서 독보적이다. 골프장도 좋고, 고객도 좋고, 직원도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이 좋아야 골프장이 좋아진다. 부담 없이 많이 찾아달라.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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