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은 규모만 8억 2700만㎡로 경기도 시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이 드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14만 3000명에 불과한데, 포천은 대부분 지역이 산지라 지형 특성상 다른 지역보다 도시화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포천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풍성한 관광 자원 덕이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이색 명소 ‘포천아트밸리’와 ‘비틀주스팜’을 다녀와 최신 소식을 전한다.
01 “스타 PD도 반했다” 무협지 속으로 들어온 듯한 포천아트밸리 |
어린 시절 무협지깨나 읽었던 이들이라면 깎아지른 협곡에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 오지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생소한 지형을 경기도 ‘포천아트밸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의 이국적인 풍광과 마주하면 아찔한 절벽을 타며 무공을 펼치는 책 속 협객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포천아트밸리는 본래 채석장으로 1960년대부터 화강암을 채석해 왔다. 포천석은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청와대, 국회의사당, 인천공항 등 국내 주요 시설의 건축 자재로 사용할 정도였다.
아쉽게도 1990년대 이후 양질의 화강암 생산량이 줄어들자 아무도 발걸음하지 않는 폐채석장 신세로 전락했다. 2009년 포천시는 방치했던 폐채석장을 자연환경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포천아트밸리 주차장 앞에 있는 ‘포천관광정보센터 및 여행자 카페’는 흔한 관광 안내소가 아니다. 포천 관광 명소를 나만의 색으로 꾸밀 수 있는 체험관과 포천아트밸리 대표 캐릭터 ‘아트리오’ 모습을 새겨 넣은 모자 만들기 체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 명물은 천주호(天株湖)다. 이곳은 화강암 채석 과정에서 생긴 웅덩이에 샘물이 유입해 생긴 1급수 호수다. 호수 최대 수심은 20m에 달하며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가재·도롱뇽 등 생물을 볼 수 있다.
호수가 꽁꽁 언 겨울, 천주호를 감싸고 있는 울퉁불퉁한 절벽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인 것도 매력적이다. 깎아지른 절벽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풍경에서 아련한 사극 한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여름철에는 50m 높이 화강암 직벽 아래로 투명한 옥빛 물이 찰랑대는 호수의 비현실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그 덕에 ‘푸른 바다의 전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화유기’ 등 TV 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이곳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스타 PD 중 한 명도 천주호 경치에 푹 빠져 연인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천주호를 배경으로 열연을 펼친 바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념사진 명소도 있다.
천주호 관람대 반대편에서도 호수 풍광을 볼 수 있다. 전망대인 하늘정원 쪽으로 쭉 걸어가면 화강암 절벽을 등진 상태에서 뻥 뚫린 호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널찍한 개방감이 더해져 사뭇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하늘정원 옆 ‘호수공연장’에서는 포천시립예술단 등이 펼치는 수준 높은 발레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일정은 포천아트밸리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10년 넘게 천주호 근처 매점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용범 사장은 “천주호는 방문객 재방문율이 정말 높다”며 “이 풍경을 마주하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감탄스러운 자연미가 있다”고 자부했다.
매표소부터 호수까지 걸어서 가려면 15분 정도 걸린다. 천주호까지 걸어서 간다면 발만 빼꼼 드러낸 채 누워있는 거인 등 30여 점의 재치 있는 형상의 화강암 조각상 볼 수 있는 ‘돌 조각공원’을 거쳐 가니 시선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다만 산책로 평균 경사가 22° 수준이라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조심하는 게 좋다. 슬리퍼나 구두 등 미끄러지기 쉬운 신발 착용은 추천하지 않는다.
내부에 있는 모노레일을 타면 힘 하나들이지 않고 천주호 근처까지 갈 수 있다. 모노레일 표는 여름철에는 월~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판매하고 금·토·일 및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50분까지 매표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표를 살 수 있다.
입구부터 쭉 직진해서 올라가면 천문과학관이 나온다. 내부에 색칠 공부, 온라인 문제 풀이, 보드게임 등을 하며 우주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체험 행사가 있어 아이와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지구 탄생부터 구조까지 내용을 담은 1전시실을 비롯해 동작을 인식해 별자리를 그려볼 수 있는 게임이 있는 2전시실,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3전시실까지 총 3곳으로 나뉘어 있다.
포천아트밸리는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정기 휴장일을 빼놓고 매일 문을 연다. 끝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포천아트밸리는 반려견과 동반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실외만 가능하고 천문과학관 등 실내 시설은 함께 출입할 수 없다. 모노레일 탑승 시에는 전용 이동장에 넣고 탑승해야 한다.
포천문화관광재단 관광기획팀 강하혜 대리는 “3월~10월 주말에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며 “평균적으로 인파가 가장 많은 여름철에 여유롭고 편안하게 관람하고 싶으시면 월요일이나 화요일 방문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아무래도 일 년 중 겨울철인 11월~2월에는 조금 한산한 편이다”며 “겨울철 야외 관람 시에는 다소 추우실 수 있으니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오후 1시~3시 사이 방문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02 에스파 닝닝도 키우는 그 도마뱀 만날 수 있는, 비틀주스팜 |
한때 걸그룹 에스파(Aespa) 닝닝이 반려동물로 도마뱀 ‘똥이’를 키운다고 해서 화제였다. 닝닝이 키우는 반려도마뱀은 뉴칼레도니아 남부에서 서식하는 크레스티드 게코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파충류는 키운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는데, 도마뱀 등 파충류를 비롯해 10여 종 생물을 마주하고 깊게 교감할 수 있는 있는 곳이 포천에 있다.
포천아트밸리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비틀주스팜’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딱정벌레 등 곤충부터 파충류까지 잡다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다지도 다양한 동물이 한 곳에 서식할 수 있는 비결은 축산학을 전공한 후 포천 곤충산업연구회 회장까지 겸하고 있는 동물 사랑꾼 고영진 비틀주스팜 사장 덕분이다.
본래 소를 키우던 고 사장은 일을 돕다 아내 무릎이 상하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농장 사업을 구상했다. 특히 곤충 등 생물과 접할 일이 많지 않은 요즘 어린아이들이 반감을 덜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취지로 이곳을 기획했다.
고 사장은 “실제로 개업 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단골손님이 가장 많이 찾아온다”며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자지러지게 울고는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부로 들어가면 딱정벌레 7종, 게코 도마뱀 2종, 거북이, 하늘다람쥐, 고슴도치, 닭, 토끼 등을 다양한 생물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입장료를 내면 사장님 부부가 처음 본 생물을 낯설어하는 이들을 위해 종과 관련한 기초 지식을 설명해 준다. 입구 부근에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는데 입장료에 음료 한 잔을 포함해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비틀주스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단연 ‘먹이 주기’다. 곤충 사육만 12년 차인 고 사장은 도마뱀 등에게 먹이로 줄 밀웜 등을 반대편 건물에 있는 곤충사육장에서 직접 키운다. 매일 신선한 먹이를 주고, 영업시간 이후에는 사육장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며 동물이 스트레스받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실내에서 곤충 체험은 물론이고 밖에 있는 토끼와 닭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 20명 이상 단체 예약 시 곤충 분변토에 꽃을 심는 화분 만들기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올해는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와서 일명 ‘정서 곤충’이라 불리는 나비와 반딧불이 등과도 교감할 수 있는 체험도 내놓을 예정이다.
고 사장은 “누구든 편하게 와서 다채로운 생물과 교감을 즐기시라”면서도 “다만 생물을 다루는 활동이니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비교적 한가한 편이니 이때 찾아오시면 여러 동물과 편하게 교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틀주스팜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신평로 93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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