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120만 명이 살고 있는 수원특례시는 문화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수원은 1964년부터 지금까지 수원화성문화제 등 매년 굵직한 문화 행사를 개최해 수많은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다.
올해 준비한 수원 문화 행사는 더 풍성하고 알차다.
‘제60회를 맞는 수원화성문화제부터 이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풍성한 전시까지’ 여행 플러스가 수원 문화 행사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1. 문화유산에 조명 옷 입히니 장관이네~ ‘2023 수원 미디어 아트’
수원 화성이 알록달록한 조명 옷을 입고 미디어 아트로 변신한다.
지난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수원화성 창룡문 일대에서 ‘2023 수원화성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수원화성 미디어 아트 문화 행사는 이번이 세 번째로 2021년 화서문 일대에서 진행한 작품이 처음이다. 미디어 아트는 마치 건물을 도화지처럼 사용하는 매체 예술로 건물 외벽에 조명 등을 쏴서 영상으로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을 활용한다.
3년 전부터 현재까지 수원화성 미디어 아트 주제는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로 모두 동일하다. 만천명월은 1만 개 개울을 비치는 밝은 달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수원을 만든 정조의 정치사상이 달빛처럼 모든 백성에게 퍼져 고루 스며든다는 의미를 더했다.
창룡문에 입히는 이번 미디어 아트 작품은 총 4가지로 연출 구간만 138m에 달한다. 각 작품 속에 정조가 강조한 문(文)·무(武)·예(禮)·법(法) 사상이 녹을 녹여내 정조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번 미디어 아트 작품은 모두 정조가 을묘년(1795)에 거행했던 화성행행(華城行幸)에서 영감받아 탄생했다. 을묘년 화성행행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 잔치를 기념하기 위한 벌인 성대한 행차다.
이 행차는 정조대왕 아버지이자 비운의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수원 화성에 행해져 더 의미 있다. 당시 6000여 명에 달하는 행차 인원이 이동한 것으로 기록돼 역사 속에서도 전례 없는 행사로 여겨진다.
가장 처음 감상할 수 있는 서정원 작가의 ‘개혁의 행차‘는 개혁을 원했던 정조의 굳은 의지를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두 번째 작품 ‘자취’는 전례 없이 화려했던 을묘년 수원 행행의 자취를 담아내고자 한 소마킴의 작품이다. 작품에 채도 높은 색을 사용해 과거 잔치가 현재 축제로 변모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작가 이웅철이 구성한 ‘영원의 길’은 정조의 효심을 점·선·면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작품 ‘극’은 영상을 실제 물체처럼 보이게 만들어 착시를 일으키는 3차원 모형화 기법을 사용해 더 주목받았다. 극을 만든 아하콜렉티브 팀은 빛을 매개로 해 과거 신도시였던 수원화성의 시작과 미래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작년과 올가을 선보이는 미디어 아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이다. 정희석 작곡가를 초빙해 각 작품과 어우러지는 음원을 제작해 관람객의 몰입을 높였다. 창룡문에서 160m 떨어진 곳에 부품 관리 시설물을 설치해 문화재 고유 풍광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아울러 창룡문 일대에는 LED 국화, 쌀알 모양 미디어 조형물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기념사진 명소로 제격인 미디어 그라운드를 꾸렸다. 창룡문 성곽길에는 살아 있는 반딧불이가 날갯짓하고 있는 듯한 ‘모션형 반딧불이‘ 조명등 장비를 설치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이원준 연출 기획 단장은 “2023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는 수원화성의 원형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색다른 변신을 즐길 수 있는 축제“라며 “깊어져 가는 가을밤, 아름다운 수원화성 창룡문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2. “행위예술은 기본이죠”…전시 보느라 하루 다 쓰는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이 올해 두 가지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
올가을 개최한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 문화 공동체 공간인 ‘미술관’을 과거 이웃 간에 안녕을 묻고 새로운 이웃을 맞이하던 장소인 ‘마당’에 투영한다.
김동희 작가 등 총 10팀이 만든 작품 29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음향기기, VR 기기, 설치 미술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관람객이 작품을 감각으로 느끼는 생동감 넘치는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도입부는 주제와 같은 이름인 ‘마당’으로 수원시립미술관 내부를 개조해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미술관 벽에 푸른 페인트를 칠해 거대한 하늘을 표현한 벽화 작품은 그냥 지나치려 하던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내부 카페 앞 기둥에 조형물을 덧대 의자로 만든 김동희 작가의 ‘둘러앉는 바위‘ 역시 마찬가지다. 두 작품은 평범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관람객이 소통하는 ‘머무르는 공간’으로 바뀐다.
전시는 ‘1부: 고요한 소란’과 ‘2부: 함께 춤추기’ 두 구역으로 나뉜다. 고요한 소란 전시는 시각·촉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뤄진다. 특히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추구하는 김지영 작가 작품 ‘싱잉 노즈’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특히 타인의 콧노래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콧노래를 녹음해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체험 전시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다음 전시 구역인 함께 춤추기는 한층 더 생동감 있다. 전시장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조영주 작가의 ‘휴먼 가르텐’은 관객 쉼터나 다름없다. 매트릭스 같은 폭신한 소재 조형물과 적외선 조명을 전시장 내부에 설치해 돌봄 행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감정을 직접 느끼도록 유도했다. 또한 조 작가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 돌봄을 행위 예술로 표현한 ‘노란 벤자민과의 동거’를 진행해 큰 호평을 받았다.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물은 별을 담는다’도 놓칠 수 없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나라 여성 최초 서양화가 나혜석이 1930년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한 ‘염노장’ 원본이 대중 앞에 처음 자태를 드러낸다.
해당 상설전에서는 이제까지 수원시립미술관이 모아온 총 260점 작품 중 ‘여성주의’와 ‘수원 미술’ 작품을 주제로 한 작품 44점을 소개한다. 전시 기간은 2023년 4월 18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다.
전시 동안 관람객 투표로 전시할 소장품을 선정해 매달 새로운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는 ‘별 부르기’ 전시 구역은 방문객 참여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여성주의 전시 구역 마지막 공간이자 여성 화가를 기리는 의미를 담은 ‘나혜석과 백남순의 방’에서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
끝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박현주 수원시립미술관 홍보 담당자는 “수원시립미술관은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며 “미술을 너무 어렵게 생각지 마시고 오셔서 각자의 방식으로 편하게 전시를 관람하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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