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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딱 좋은!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한옥 향수 공방 Top2

장주영 여행+ 기자 조회수  

24절기 중 하나인 백로(음력 8월경 또는 양력 9월 8일쯤)는 흰 이슬이 새벽에 맺힌다는 뜻으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날이다. 달력대로 하늘은 높고 푸르지만 햇살은 따가운 가을이 왔다. 아침과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나들이하기,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을 계절이다. 청명하지만 쌀쌀한 가을 날씨에 맞게 옷차림도 조금 더 무거워진다. 빠른 사람들은 벌써 가을·겨울옷을 장만한다.

옷도 옷이지만, 특히 향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가을맞이 향수를 구입할 계획도 세운다. 여름에 어울리는 상큼하고 가벼운 향보단 가을에 어울리는 잔잔하고 포근한 향이다. 백화점이나 가게에서 구매하는 기성 향수도 좋지만, 원하는 향기를 골라 조향하는 공방은 어떨까. 그것도 가을 단풍에 어울리는 고즈넉한 한옥이라면 백화점으로 가던 발길을 당장 돌리고 싶을 것이다.

고즈넉한 한옥 향수 공방에서 끌리는 향들을 골라 시중에 나와 있는 향수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분위기와 계절을 담아보자.

공방인지 갤러린지,

혜화 프루스트

서울지하철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내려 대학로 골목을 걷다 보면 나타나는 숨은 보석 프루스트.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조용한 한옥 주택 골목 가운데 있어 번잡하고 요란한 대로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넷플릭스의 한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프루스트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할 정도로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프루스트는 흔히 있는 대문을 없애고 미술관 같은 정원을 구현해 개방감을 한층 더 높였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이 일반 주택으로 불법 사용되고 있었는데, 향수 공방으로 탈바꿈하면서 불법적인 부분을 철거하고 유리창과 벽돌을 사용해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덕분에 대문 대신 작은 화분들과 돌길, 모래로 세련된 중정이 있어 공방에서 언제든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정원 쪽의 벽면은 전부 유리 통창이라 따사로운 햇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가게 안은 마치 미술관 같은 멋이 느껴진다. 그대로 노출한 서까래와 프루스트의 핵심 모토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층층이 전시된 향료와 가게에서 직접 조향한 향초들까지. 한 전시관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특히 입구 오른쪽에는 유명 세계 고전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조향하고 이름을 붙인 향기 제품들이 있어 구경하기도 좋다.

프루스트의 향기 조향 클래스는 고급 오마카세에 온 듯하다.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조향을 기록할 수 있는 주문지를 건네준다. 맨 오른편에는 평소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이번엔 어떤 향수를 만들고 싶은지 등 원하는 향기들을 적는다. 직원이 향들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향료를 가져다주면 조향의 시작이다.

주어진 향료 중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먼저 맡는 향기인 ‘탑노트’ 1개와, 중간 향 2개, 잔향 2개 총 5개를 고른다. 이후에는 향료를 하나하나 맡아보면서 어떤 향을 더 넣고 싶은지, 어떤 향이 덜 났으면 좋겠는지를 조율한다. 가을 숲길을 걷는 듯 풀잎 향과 우디 향이 잘 나도록 ‘그린 우디’ 향을 많이 넣어 보았다. 가장 많이 넣은 향료 다음에는 그 향기를 뒷받침해 줄 다른 향을 고른다. 가을인 만큼 여름과는 상반되는 향으로 표현되길 바라 아로마 향기가 강한 ‘힐링’ 향과 상큼하지만 포근한 느낌의 ‘얼그레이&큐컴버’ 향도 첨가했다.

종이에 적은 비율만큼 향료를 비커에 넣으면 된다. 향료를 바꿀 때마다 저울 초기화 버튼을 사용해 정확하게 계량해야 한다. 첫 번째로 완성한 향은 머들러로 잘 섞어 시향지와 살에 발라 시향한 다음, 다시 향을 조향한다. 어떤 향이 더 강했으면 좋겠는지, 더 약했으면 좋겠는지를 골라 주문지에 적으면 직원이 추천 비율을 안내해 준다. 깔끔한 가을 숲길을 연상시키도록 그린 우디 향과 꽃 향을 더 넣길 추천받았다. 2번째 조향까지 기록한 주문지는 공방에서 따로 관리하며 원할 때마다 똑같이 제조해 배송까지 해준다.

향료를 다 배합하고 나면 알코올을 붓는다. 예쁜 유리 공병에 조합한 향수를 넣고 나면 ‘자유’ ‘사랑’ ‘고뇌’ 중에 향수와 분위기가 가장 잘 맞는 단어 한 가지를 고르라고 안내해 준다. 자신이 만든 향수의 이미지와 향에 어울리는 단어를 고르면 된다. 각 단어는 선 일러스트로 감정과 행동을 표현했다. 자유는 홀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 사랑은 두 사람이 껴안은 모습, 고뇌는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단어에 따라 포장지에 그려진 일러스트와 같이 동봉된 글귀가 바뀌니, 참고하자.



‘자유’ 포장에는 밀란 쿤데라의 고전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온 글귀가 적혀있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게도 없이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는 인생의 무상함과,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자유에 대한 메시지다. 공방 디자인부터 향수 포장까지. 현대 예술작품을 보는 듯 아름다운 프루스트에서 나만의 향기로 가을맞이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프루스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26길 38-3


세상에 이런 고퀄 향수가,

북촌 아로마인드

분위기 좋은 한옥 카페부터 각종 이색 전통문화 체험이 가득한 북촌 한옥마을. 그 명성답게 북촌에도 고즈넉한 한옥을 바라보며 향수를 만들 수 있는 향수 공방, ‘아로마인드’가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나와 헌법 재판소 방면으로 걷다가 작은 골목길로 빠지면 금세 아로마인드가 등장한다.



아로마인드는 실내만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몄고, 외관은 기존의 한옥을 그대로 사용해 낡은 듯 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낮은 담장을 사용해 정원을 구분 지었는데, 돌담에 얽힌 담쟁이넝쿨과 작은 풀밭 정원이 아름답다. 고즈넉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향기 연구실을 방문한 것만 같다. 하얀 실험복을 입은 직원들과 곳곳에 놓인 실험 도구 등 전문 조향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직접 조향을 시작하면 더욱 전문 조향사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각자 체험자의 자리에는 부향률에 따른 향수의 분류와 조향 기록지, 향기 노트에 대한 설명, 각 향료에 대한 특징을 적을 수 있는 노트까지 전문적으로 제조를 기록하고 향을 이해할 수 있는 종이가 놓여 있다. 아로마인드에서는 30가지의 향료를 전부 직접 맡아보고 판단해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30가지 향기를 모두 맡느라 코가 둔감해져도 걱정할 필요 없다. 탁자 위 준비된 커피콩 향을 맡으면 금세 감각이 살아난다.



조향에 사용하는 향료는 기본이 되는 베이스노트, 중간 향기인 미들노트, 가장 먼저 맡는 탑 노트 각각 1개씩 총 3가지다. 30가지 향료는 탑노트와 미들노트, 베이스노트의 약자와 숫자를 조합한 이름으로 적혀있다. 직원이 시향지에 향을 묻혀 주면, 하나하나 모두 맡아본 뒤 간략하 감상평과 점수를 매긴다. 덕분에 모두 시향해볼 때까지 어떤 향을 사용하고 어떤 향기를 구상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향료는 아로마인드에서 직접 배합하고 조향한 프래그런스 오일(Fragrance oil)로, 하나의 향료 안에도 여러 가지 향기가 같이 섞여 있다. 탑, 미들, 베이스로 1가지씩만 사용해도 완성도 높은 향수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이다. 첫 번째 향료인 ‘시트러스 그린 티’의 경우, 시원한 녹차향과 함께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같이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10번째 향기인 ‘다즐링 티’의 경우, 과일과 찻잎을 적절히 블렌딩한 홍차를 머금은 듯 풍성한 향이 돋보인다. 천연 원료를 사용한 향료는 자연 그대로의 향을 구현해 냈으니, 어느 향료가 천연재료를 사용했는지 물어보고 선택하는 것도 좋다.



시향이 끝나면 어떤 향을 사용할지 고민하고, 비율을 정하는 시간이다. 아로마인드의 조향 단계는 총 두 단계로, 우선 12ml 향수 샘플로 향기를 먼저 조합해 본다. 원하던 향이 구현되지 않아도 괜찮다. 먼저 12ml 샘플을 맡아보고 50ml 향수를 만들 때 향을 참고하면 되기에 마음 놓고 비율을 제조할 수 있다. 12ml 샘플에선 잘 드러나지 않던 향 비율을 좀 더 늘리고, 원하지 않는 향을 빼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



50ml 향수까지 완성하고 나면 단정한 포장과 함께 중정에서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준다. 실내에서 바깥 풍경을 배경으로 찍어도 좋지만, 밖에서 자연광을 받으면 더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귀찮아도 영수증을 챙겨 나오길 추천한다. 아로마인드는 과도한 광고비와 마케팅비 지출 대신 포털 사이트와 SNS 리뷰 수익으로 불우아동을 위해 기부한다. 아로마인드에서 체험을 마쳤다면 잊지 말고 리뷰까지 올려보자.

아로마인드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길 19-7 1층

글=장주영A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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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여행+ 기자
content@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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