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요소는 자연이다. 최근 날이 풀리고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면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경기도 광주에는 계절감을 어느 곳보다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화담숲이다.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우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조성한 수목원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호에서 따온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소중한 사람과 이야기하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화담숲이 겨울 휴장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미 봄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발 빠르게 이곳을 다녀갔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봄을 만끽하고 싶었다. 이에 지난 12일 화담숲에서 봄기운을 물씬 느끼고 왔다.
화담숲은 곤지암리조트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리조트까지 왔다면 주차장 근처에 있는 리프트를 탑승해 올라가면 된다. 리프트를 타고 약 5분이면 화담숲 정문에 도착할 수 있다. 단, 관람을 마치고 내려올 때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리프트를 탈 수 없으니 아래 산책로로 걸어 내려가야 한다. 리조트 주차장에서 화담숲 입구까지 걸어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으니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다.
현재 화담숲은 100%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휴원인 월요일을 제외한 요일 중 시간대에 따라 관람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정문에서 예매내역을 보여주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다. 보기만 해도 그 웅장함에 입이 떡 벌어지는 이 나무는 천년화담송이다. 멋들어지게 가지를 곧게 뻗은 천년화담송은 화담숲의 트레이드마크다. 이에 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서 사진을 찍는 포토스폿으로 자리매김했다. 천년화담송을 지나 테크를 따라 걷다보면 본격적으로 화담숲을 관람할 수 있다.
여기서 화담숲을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 나뉜다. 첫 번째 방법은 모노레일 타기다. 화담숲에는 총 3곳의 모노레일 탑승장이 있다. 승강장마다 탑승과 하차가 모두 가능하며 1승강장에서 출발해 숲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순환도 가능하다. 순환코스로 모노레일을 이용할 경우 숲 전체를 도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단 20분이다. 보다 높은 곳에서 숲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기에 화담숲을 한눈에 담기 좋다. 오래 걷기 어려운 방문객이나 화담숲 전경을 보다 편안하게 관람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노레일을 탑승하면 좋다.
화담숲을 관람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걷기다. 숲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입구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어서 2시간 정도면 숲 전체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관람로도 잘 마련돼 있으며 경사도 심하지 않기에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4월 중순 방문한 화담숲은 그야말로 수선화 천국이었다. 이에 발맞춰 화담숲은 이달 말까지 수선화 축제를 진행한다. 수목원 입구를 장식했던 노란 빛깔은 내부로 들어갈수록 더욱 짙어진다. 화담숲 내 주요 수선화 스폿 중 한 곳은 탐매원이다. ‘탐매’는 매화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함을 일컫는 말이다. 이곳에는 매화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2월과 3월 중 만개하는 매화는 이미 진 후이지만 어느새 올라온 연둣빛 새순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아래로 넓게 퍼져있는 노란 꽃이 수선화다. 지그재그로 돌아가는 통행로를 따라 올라가면 탐매원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수선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곳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얼굴에 웃음꽃이 번진다. 그만큼 수선화가 만개한 탐매원에는 화사한 매력이 넘친다.
탐매원을 지나면 나오는 자작나무숲도 화담숲을 대표하는 수선화 스폿이다. 곧게 뻗은 흰 자작나무 사이 노란색 수선화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형성한다. 이에 자작나무 숲은 발 닿는 곳곳이 포토스폿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통행로 한 쪽에 서서 자연스레 포즈를 취하기만 해도 찍는 족족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작나무와 수선화의 희고 노란빛깔이 만드는 분위기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묘미다. 수선화 시즌이 지나도 자작나무 숲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여름이면 푸른 하늘 아래 초록 이파리가 색을 더해 눈이 편안하며 가을이면 맥문동이 개화해 사방이 보랏빛으로 물든다.
수선화 축제가 끝난 뒤 화담숲을 방문할 예정이라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화담숲은 계절별 꽃 축제를 연다. 이번 달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는 철쭉축제를 열며 6월부터 7월 중에는 수국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매해 가을 개최하는 단풍축제는 이미 관광객들 사이 유명한 이벤트다. 하지만 꼭 꽃과 단풍 때가 아니더라도 화담숲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구역별 볼거리가 다채롭다. 이끼원, 소나무 정원, 분재원 등 여러 테마원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숲의 녹음을 즐길 수 있다. 암석·하경정원부터 추억의 정원에 이르는 공간은 이름 그대로 모든 곳이 잘 가꾼 정원 같다. 관람로를 거닐면 알록달록 식물들의 건강하고 신선한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자연이 지닌 색채가 정해져있다면 화담숲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이를 모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찾고 싶다면 화담숲만한 곳이 없다.
화담숲이 자연보존과 방문객들을 위한 소소한 즐길 거리를 잘 접목시켰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덕분에 도심에 오래 머물며 자연과 사이가 어색해진 사람일지라도 화담숲을 한 바퀴 돌고 난 후에는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다. 테마원 간 이동하는 길 중간 중간마다 마련한 작은 스폿이 이를 돕는 주인공이다.
탐매원에 도달하기 직전, 커다란 물레방아가 보였다. 숲 전체에 크고 작은 폭포수가 있기에 스쳐지나가려는 찰나 신기한 공간이 있었다. 해당 물레방아는 전기를 생산하는 물레방아였다. 이론적 설명은 물론 직접 눈으로 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이 휴대전화를 표시된 공간에 올려두면 물레방아가 만든 전기로 배터리가 충전되기 시작한다. 양치식물원과 소나무 정원을 잇는 길, 나무에 전시한 새 모형 역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담숲은 올해 11월 말까지 스탬프 투어도 진행한다. 입구에서 팸플릿을 챙겨 관람로 곳곳에서 스탬프를 찍고 기념품을 받아보자. 이 외에도 수목원 곳곳에는 전망대, 포토스폿 등 재미가 쏠쏠한 공간이 많다. 걷는 것이 힘들어질 때 즈음 잠시 주의를 환기시키고 체력을 보충하기 좋다. 물론 앉아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도 넉넉하니, 관람하는 동안 체력이 고갈날까 걱정할 필요 없다.
글= 이가영 여행+기자
사진=임수연 여행+인턴 PD, 곤지암리조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