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행위, 일명 ‘불멍’이 인기다. 불멍할 때만큼은 아무 근심걱정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일까, 너도나도 불멍하러 떠나고 있다. 그래서 찾아봤다. 서울에서 불멍할 수 있는 장소를. 서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공간부터 이국적인 감성이 가득한 공간까지, 개성 넘치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불멍을 즐길 수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근처에서 불멍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Point 01. 자연품은 카페, 릴렉스 서울 강북구 삼양로181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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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을 지나 조금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우이동. 한적함이 매력인 이곳은 바쁜 직장인 대신 여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주말이면 등산객들과 관광객들로 활기를 띈다. 중심가에서 산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봤다. 우이신설역에서 걸어서 20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 북한산 자락 아래 위치한 널찍한 카페 릴렉스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창이 인상적이다. 한쪽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게 낸 창밖으로는 잘 가꾼 나무가 보여 눈이 편안하다. 이밖에도 모든 공간이 매력적이다. 사장이 말한 릴렉스의 장점 중 하나는 많은 손님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둘러본 릴렉스는 정말 넓었다. 카페 건물만 총 4채이며 좌식 공간, 소파자리 등 좌석이 다양하다.
카페에서 자랑하는 대표 메뉴를 맛보지 않을 수는 없는 터. 릴렉스만의 시그니처 메뉴는 릴렉슈페너. 아인슈페너를 릴렉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우유가 아닌 두유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커피 위에 올라가는 크림 역시 이곳에서 직접 만든다. 한 모금 마시면 릴렉스만의 정성이 담긴 깊은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릴렉스에 왔다면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주기적으로 빵을 구워내기에 이 달콤한 향을 맡는다면 먹지 않곤 배길 수 없다.
계절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릴렉스에 방문하면 이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만큼 이곳은 자연과의 경계가 희미하다. 카페 건물 연결로마다 야외 좌석을 마련해뒀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하기 제격이다. 야외 공간을 거닐다보면 자연 계곡도 마주할 수 있다.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든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릴렉스의 불멍 스폿은 본 건물 바로 뒤 공간에 위치해있다. 릴렉스에 불멍 스폿을 만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넓은 야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마련한 스폿이 이렇게나 인기를 끌줄은 몰랐다고 한다. 직접 가본 릴렉스의 불멍 스폿은 가히 인기몰이를 할 만하다. 특히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장작을 직접 태워 불을 내는 만큼 코끝에 은은한 탄내가 감돌기도 한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드니 여행이 그리웠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Point 02. 도심 속 작은 여유, 빨간지붕커피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대로40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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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 지붕이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곳, 빨간지붕커피다. 이곳은 원래 가정집이었다. 조용한 동네 한 가운데 자리한 빨간 지붕의 독채 가옥이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그렇게 몇 군데 개조를 거친 끝에 빨간지붕커피가 탄생했다.
빨간지붕커피에는 여전히 가정집이었을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안락하면서 편안하다. 공간마다 창이 커 개방감 있다는 점 역시 이곳의 장점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면 마당 한 쪽에 위치한 모닥불이 한눈에 담긴다. 바깥에 머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실내에서도 충분히 불멍을 즐길 수 있다.
빨간지붕커피만의 대표메뉴가 있냐는 질문에 사장은 특별히 정해둔 시그니처는 없다고 답했다. 대신 메뉴 대부분을 직접 만든다고 전했다. 상큼한 과일청을 담그고 있는 것은 물론 특정 시즌에만 판매하는 계절메뉴도 직접 재료를 손질해 만든다고 한다. 특히 추운 겨울 마시면 더 좋은 뱅쇼도 이곳에서 직접 끓인다. 방문해 맛을 본 메뉴는 진저라떼와 청귤에이드. 진저라떼는 없던 감기까지 뚝 떨어질 듯한 맛이며 청귤에이드는 상큼함이 혀끝을 자극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더 예뻐요
어둠이 내려앉으면 빨간지붕커피의 진면모가 펼쳐진다. 입구에 놓인 모닥불이 그 주인공이다. 모닥불 주위를 둘러싸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사장은 캠핑을 좋아한다고 했다. 캠핑을 다니며 피우던 모닥불을 이곳에도 조성하고자 했으나, 처음에는 민원이 들어올까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1년 간 시행착오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모닥불을 카페의 일부로 만들었다.
모닥불 하나 보러 방문했다는 손님들도 많죠
이제 모닥불과 빨간지붕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덕분에 사장은 한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불을 피우고 있다. 단, 방문객들이 불멍을 즐길 수 있는 날은 금요일과 주말이다. 한 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방문해 불멍하며 피로를 녹이면 좋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감상하며 보내는 저녁 시간은 평소보다 한층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Point 03. 맨홀 열고 만나는 새로운 세계, 맨홀커피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 247 B동상가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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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역에서 걸어서 10분. 여기에 카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 맨홀커피에 도착한다. 방문 전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맨홀커피는 이미 당산을 주름잡는 카페로 유명했다. 그 명성에 걸맞게 맨홀커피는 입구부터 남다르다. 지하에 위치한 이곳으로 내려가는 길은 마치 이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듯하다. 사장은 맨홀뚜껑에서 카페 이름을 착안했다고 한다.
맨홀뚜껑이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매개체인거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계단에서 봤던 고풍스러운 모습이 지하 공간에서 더욱 화려해진다. 지하 임에도 층고가 높아 답답함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곳곳에 놓인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킹스맨 카페, 해리포터 카페라고 칭하곤 한다. 사장이 밝힌 카페의 모티프는 18세기 영국 가정집이다. 앞서 말한 작품들의 배경이 모두 영국이라는 점에서 결국 사장이 의도한 바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이름 알린 맨홀커피는 사실 커피에 그 진가가 담긴 곳이다. 맨홀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는 ‘맨홀크림’이다. 겉보기엔 일반 아인슈페너처럼 보이지만, 다른 아인슈페너와 맛까지 비교한다면 섭섭하다. 아인슈페너만 4종류인 이곳의 커피는 모두 다른 맛을 낸다. 그중 맨홀크림 라이트(Light)에는 살구시럽이 들어간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상큼하고도 깊은 맛이 난다. 아인슈페너의 상징인 크림도 놀랄 만큼 쫀쫀하다. 사장은 누구보다 커피에 진심이다. 티나 에이드를 비롯한 음료메뉴도 있긴 하지만 주력은 아니라고 한다.
사장이 원하는 바와 같이 맨홀커피는 온전히 커피에 집중하기 좋은 곳이다. 구석에 자리한 불멍 스폿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 한다. 모닥불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음미하며 스스로를 위한 재충전 시간을 가져보자.
맨홀커피만의 분위기에서 커피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사장이 원하는 바와 같이 맨홀커피는 온전히 커피에 집중하기 좋은 곳이다. 구석에 자리한 불멍 스폿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 한다. 모닥불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음미하며 스스로를 위한 재충전 시간을 가져보자.
글=이가영 여행+기자
사진=임수연 여행+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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