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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다는 오명은 가라’ 한라산 어리목 직접 가봤더니..

정윤지 여행+ 기자 조회수  

‘산 좀 타봤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라산은 산으로 안친다는 말이 있다.

해발 1000m 언저리까지 차로 이동할뿐더러 코스 대부분이 계단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그럼에도 한라산을 오르는 이유는 남한 최고봉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세계 자연유산 제주가 가진 아름다운 경관일 테다.

한라산 탐방로 중 제일로 치는 것은 한라산 백록담까지 닿을 수 있는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요, 그다음은 영실기암의 절경을 조망하는 영실코스다. 그리고 그 뒤에 붙는 것이 바로 어리목 코스다. 얕은 동산이 이어지는 코스인 까닭에 별 볼품없다는 오명을 안고 있다. 윗세오름을 수없이 방문해 봤다지만, 영실 탐방로를 통해서만 올랐던 이유기도 하다.

이번 겨울 산행은 특별히 어리목 코스를 택했다. ‘한라산 등반 티켓팅’에 실패한 까닭도 설산의 까다로운 난이도도 아닌 어리목 코스의 진짜 매력을 찾기 위해서다.

Point 01.

970고지 어리목 휴게소

어리목 탐방지원센터 입구부터 눈이 쌓여있다.

산행의 시작점은 어리목 휴게소다. 입산 통제 시각은 12시지만 아침 일찍부터 산을 올라야 한다. 주차장이 만차일 경우 약 1㎞ 아래에 있는 어리목 입구 삼거리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는데, 이 경우 등산 시간이 20분가량 늘어나는 까닭이다.

주차공간을 제외하고는 눈이 허리춤까지 쌓인 겨울 왕국이다. 본격적으로 등산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아이젠 등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과 나무에 핀 눈꽃 등 따뜻한 서귀포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로 체력 소모는 배가 되지만, 겨울 산이 주는 에너지에 힘이 솟는다.

어리목 목교에서 사제비동산까지 경사 구간이 이어진다.

이국적인 설경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면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친다. 얕고 밋밋해서 재미없다는 소문과는 달리 산행을 시작한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난도 구간이 나온다. 어리목 목교에서 사제비 동산까지, 약 1.9㎞가 경사가 급한 오르막 구간이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으로 지쳐갈 때면 서로 격려하는 인사 소리 벗 삼아 발걸음을 이어가면 된다.

등산객과 나눈 커피와 육포 등 간식.

숨이 가빠 멈춰 선 자리에서는 등산객들의 정이 피어난다. 곳곳에 있는 쉼터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정겨운 인사말과 함께 커피와 초콜릿 등 각종 간식거리가 오간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다시금 산을 오를 힘이 차오른다.

사제비 동산 구간이 끝나면 시원한 평원이 펼쳐진다.

쉬엄쉬엄 한 시간가량을 오르면 힘든 구간은 끝나고 완만한 경사 길이다. 허리도 필 수 있겠다, 오직 산을 ‘오르는 것’에 신경 쓰느라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 펼쳐진 구름, 하늘과 경계가 모호한 푸른 바다. 가슴이 뻥 뚫리는 장관이 펼쳐진다.

언덕 뒤로 보이는 한라산 화구벽. 어리목에서는 서벽을 볼 수 있다.

눈 천사와 눈 곰돌이 등 등산객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너도나도 같은 마음인 듯, 곳곳에는 눈 천사, 눈 오리 등 앞서간 등산객들의 동심이 스며있다. 인증 사진을 남기고 또 관광객들이 남긴 흔적을 보며 천천히 걷고 있으면 곧 한라산 서벽이 보인다. 서벽이 보이면 고생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 남은 야트막한 언덕과 만세동산 전망대를 지나 10분 정도만 걸으면, 어리목 코스의 목적지 윗세오름 대피소다.

베이지색 건물이 최근 신축한 제1대피소다. 제1대피소 위로는 데크를 설치해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해발 1700m에 마련된 휴식 공간이다. 이곳에서 남벽 분기점까지 이동해 돈내코 코스로 이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등산객은 식사 등 가벼운 휴식을 취한 후 이동한다. 최근에는 노후화로 인해 안전상 위험으로 출입을 금지했던 제1대피소를 허물고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했다. 의자와 히터 등 난방시설을 구비해 더욱 따뜻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라산 설경을 보며 먹는 컵라면은 수영 후 라면에 버금가는 맛이다.

대피소 지붕 건물에는 등산객이 앉아 쉴 수 있는 나무 데크를 설치해 한라산 설경을 보며 휴식할 수 있게 했다. 여기 이 데크가 한라산 백록담에 버금가는 명소다. 계단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간식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SNS에서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많은 등산객들이 선택한 음식은 역시 국민 코스가 된 컵라면과 김밥. 과거에는 막걸리와 파전, 수육 등 기호에 따라 다양한 상차림이 펼쳐졌다지만, 최근에는 컵라면이 대세란다.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더라도 뜨끈한 라면 국물을 맛보노라면 왜 무거운 보온병을 들고 산을 올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Point 02.

겨울 산행은 등산보다 하산이 중요한 법

영실 코스로 하산할 때는 한라산 남벽을 조망할 수 있다.

윗세오름 휴게소에서 허기를 채운 후 하산길에 오른다. 하산 루트는 영실 코스다. 서귀포시 중문동 영실 휴게소로 하산하는 경로로 오백나한상, 병풍바위 등 탐방로를 따라 절경이 펼쳐져 많은 등산객이 찾는 구간이다.

드넓게 이어진 평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밥도 먹었겠다, 나름의 정상도 찍었겠다. 편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등 뒤로 우뚝 선 한라산 화구벽의 위용에 시선을 빼앗겨도 좋다.

눈 덮인 구상나무 군락.

조금 더 걷다 보면 구상나무 군락이 나온다. 구상나무는 오직 한국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그 모양이 아름다워 주로 관상수와 정원수로 사용하며,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하는 수종 중 하나다. 눈 덮인 크리스마스트리를 2월의 한라산에서 볼 줄이야. 의외의 볼거리로 재미를 안기는 한라산이다.

영실 코스는 아찔한 절벽 옆으로 등로가 나있어 하산에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 산행은 등산 과정보다 하산 과정에 신경 써야 한다. 영실 코스는 특히 그렇다. 경사가 급해 자칫하면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인데다 깎아지르는 아찔한 절벽 옆으로 등산로가 나있어 하산에 더 유의해야 한다.

길을 피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한겨울의 한라산에는 등산 데크 그보다 위인 밧줄 위까지 눈이 쌓인다. 때문에 마주오는 등산객을 피하기 위해 잘못 발을 디디는 순간 데크 아래 깊은 구덩이로 발이 빠지기 일쑤다. 서로 배려하는 산행이 필요한 이유다.

차량 통제로 인해 영실 휴게소에서 영실 매표소까지 걸어서 이동해야한다.

영실 휴게소에 이르렀다고 등산이 끝난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는 적설로 인해 영실 매표소부터 영실 휴게소까지 차도를 통제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영실휴게소에서부터 약 2.5㎞ 거리를 걸어내려와야 비로소 등산이 완전히 끝난다. 영실 매표소에서는 버스와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23년 2월 기준 영실과 어리목을 오가는 택시 기준 요금은 2만5000원이다.

겨울철 한라산 등산 팁

– 해안지역이 아무리 따뜻하더라도 3월 초순까지는 한라산 등로가 얼어있다. 아이젠과 등산 스틱 등 장비 구비를 강조하는 이유다.

– 기회가 잘 오지 않는 한라산 산행인 만큼, 다양한 등반로를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관음사와 성판악, 어리목과 영실, 영실과 돈내코 등 등하산 경로를 따로 계획하는 것도 좋다.

– 대설주의보 등 기상특보에 따라 한라산 입산이 통제될 수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을 보고 싶다면, 강설일 2~3일 후 찾을 것을 추천한다.

– 어리목 입산 영실 하산 코스는 편할 수 있지만, 남측을 향해 가는 까닭에 계속 해와 마주하고 가야 한다. 선크림과 선글라스를 꼭 챙기자.


제주 = 정윤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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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여행+ 기자
content@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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