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했던 곳, 전남 강진. 아름다운 자연 속 우리나라의 역사를 품은 강진은 최근 국내 이색 체험 명소로 이름 알리고 있다.
늦가을이 한창인 때 강진에서 이를 직접 체험하고 왔다. 그 결과는 대만족. 전문 해설사의 민화 소개부터 직접 느끼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 지루해질 틈 없이 스릴만점인 액티비티까지. MZ세대는 물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체험이 강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강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을 소개한다.
강진 대표 액티비티 명소
가우도
전남 강진군 도암면 신기리 산31-2
강진에 있는 8개의 섬 중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 소의 멍에같이 생긴 모습에 가우도라 이름 붙여졌다. 가우도는 최근 전라남도 내 가고 싶은 섬 1위로 선정됐다. 그 명성에 걸맞게 섬 곳곳에는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폐용기로 만든 물고기 모양 조형물이 반기는 청자다리를 건너면 가우도로 들어갈 수 있다. 다리를 사이에 둔 탁 트인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하다. 가우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액티비티는 잠시 미뤄두고 우선 섬 전체를 거닐어 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택한 코스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가우도 둘러보기. 섬 입구로부터 왼편에 위치한 건물 매표소에서 발권 후 2층에 올라가면 모노레일을 탈 수 있다. 모노레일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에 맞춰 천천히 움직인다.
자칫 느리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가우도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속도다. 모노레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집중했다. 처음 발걸음을 옮겼던 대구면부터 청자다리를 가운데 둔 바다까지, 가우도를 둘러싼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본격적으로 가우도를 한 바퀴 돌아봤다. 자연과 어우러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출렁다리. 모노레일에서 내려 청자쉼터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다. 작년 9월 만들었다는 출렁다리는 방문객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다지 많이 출렁거리지는 않기에 스릴을 즐기기보단 다리 위에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는 편이 낫다.
어느 순간 나타난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해안과 마주했다. 가우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머무를 수 있는 장소다. 해안을 따라 나있는 데크 산책로를 거닐며 이를 제대로 즐겨보았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 근심걱정이 해소되는 듯했다. 가파른 경사나 계단이 없기에 누구든지 큰 무리 없이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섬을 둘러본 뒤 지루함이 찾아올 때 즈음, 섬 입구에 자리한 선착장으로 향했다. 청자다리를 건너 가우도로 들어올 때부터 시선을 사로잡던 액티비티, 제트보트를 직접 타볼 시간이다. 제트보트에는 한번에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승선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라타는 순간 짜릿함은 시작했다. 70㎞ 속력으로 달리는 제트보트는 바다를 가르고 시원하게 나아간다. 단순 직진 뿐 아니라 제자리에서 360° 회전도 하기에 시원함이 배가됐다. 물 위에서 즐기는 액티비티이기에 물이 튈 수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제트보트는 뒷자리에서 더 큰 파동을 느낄 수 있다.
제트보트로 속도감을 충분히 즐겼다면 가우도 액티비티의 하이라이트, 집트랙에 도전해보자.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가우도 정상에는 청자타워가 우뚝 서있다. 고려청자 모양을 한 청자타워의 높이는 무려 25m.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산의 높이까지 합하면 집트랙의 시작 높이는 더욱 아찔하다.
청자타워로 들어가 안전장비를 착용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가우도 집트랙은 개인이 직접 뛰어내리는 방식이 아닌, 때가 되면 밑바닥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활강 직전 언제 바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려움은 최대치로 치솟는다.
막상 집트랙을 타고 활강하는 순간 두려움은 짜릿함으로 바뀐다. 겁에 질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때와는 또 다른 가우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최대 민화 전문 박물관
한국 민화 뮤지엄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길 61-5
강진 대구면에 위치한 한국 민화 뮤지엄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민화 전문 박물관이다. 작품 감상 전, 민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시청한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설명이 이어진다.
영상을 관람한 뒤 본격적으로 민화를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은 모두 18세기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진본이다. 까치와 호랑이를 그려 액운을 막는 작호도를 비롯한 다채로운 민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각 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2층으로 올라가면 19세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는 춘화방과 기획 전시를 볼 수 있다. 방문 당시 진행 중이던 전시는 현대 민화전으로,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민화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었다.
넉넉한 인심 듬뿍
푸소 농가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 하고 찾아간 곳은 푸소 농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푸소(FU-SO)는 강진이 자랑하는 체류형 농촌 관광 프로그램이다. ‘필링-업(Feeling-Up)’과 ‘(Stress-Off)’의 줄임말로 전라도 사투리 ‘덜어내다’에서 따와 이름 지어졌다.
농가에서 머물며 숙박하는 민박의 역할에서 나아가 집 주인과 숙식하며 농촌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강진 푸소는 현재 일반인 누구나 예약해 방문할 수 있다.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듯한 푸근함을 느끼고 싶다면 푸소가 제격이다.
배정받은 푸소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감정은 편안함. 저녁식사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다과를 내어주셨다. 직접 재배한 감을 종류별로 내어주시는 모습에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푸소 내부 시설도 기대 이상이다. 쾌적함은 물론 아늑함까지 갖추고 있다. 낮 동안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가 푸소에 머무는 것만으로 한 번에 녹아내린다.
밤새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면, 또 한 번 푸소의 매력에 푹 빠질 차례다. 강진 푸소의 최대 매력, 아침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나오는 남도 한정식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곁들여진 한 끼 식사는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다.
이 밖에 푸소에서는 농작물 수확, 가축 먹이주기를 비롯한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푸소에서 한 번 머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을 정도니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글=이가영 여행+인턴기자
감수=장주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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