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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이 합심해 10년 노력했더니…BTS도 반한 전국 최고 한옥마을

홍지연 여행+ 기자 조회수  

‘국내 여행의 재발견’이 일어났다.

덜 붐비는 곳을 찾아가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행지에 관심을 쏟았다. 자연스레 나만의 여행 스폿을 발견하려는 욕구가 생겨나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중소도시 여행지들이 급부상했다. 전북 완주도 그중 하나다. 완주는 BTS의 ‘서머 패키지’ 촬영지로 등장하면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더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여행지로 등극했다. 완주 돌풍 중심엔 오성한옥마을이 있다.

 


오성한옥마을 문화센터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가꾼 10년의 보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에 위치한 오성한옥마을은 전체 규모 566㏊(약 171만평)로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에 둘러싸여 있다. 천년 고찰 송광사 근처, 소박한 동네가 대한민국 최고의 한옥마을로 거듭난 건 2012년 4월 주민들이 나서서 한옥을 테마로 마을을 꾸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주민 34가구로 구성된 오성마을 공동체는 농림수산식품부 마을 만들기 사업 등 다양한 정부 사업에 꾸준히 공모해 땅을 매입하고 폐가와 빈터에 한옥을 짓는 등 마을을 꾸몄다. 10년간의 노력은 고스란히 마을 풍경에 스며들어 지금의 오성한옥마을을 만들었다.

 


10년 전부터 주민들과 함께 마을 꾸미기 사업을 주도해온 장택주 전남도립대학교 한옥건축과 교수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다움 복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10월 한옥문화센터를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내년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하는 ‘코리아 유니크베뉴’에도 신청서를 낼 거예요.

10년 전부터 마을 꾸미기 사업을 주도해온 장택주 전남도립대학교 한옥건축과 교수가 말했다. 장 교수는 오성한옥마을 주민으로 한옥 민박도 운영 중이다.

인구 소멸로 골머리를 앓는 여느 마을과 달리 오성한옥마을은 외려 인구가 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마을주민은 8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인상적인 건 젊은 사람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 이장 딸도, 현재 이장 딸과 사위도 귀촌해 캠핑장,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옥문화센터 근처로 소양문화생태숲이 조성돼 있다.

장 교수는 “소양면에 마을 5개가 있는데 그중에 마을회관 없는 곳이 우리 마을 뿐이었다”며 “주민들과 모여 마을 복원의 잘된 예를 찾아 공부했다. 특히 일본 사례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막막했다. 새로운 시설을 지을 땅도 없고 돈도 없었다. 한옥을 짓기 전 기반 시설부터 다졌다. 마을 안길 확포장을 하고 고즈넉하게 돌담을 쌓았다. 전신주 지중화 작업도 진행해 종남산 뷰를 돋보이게 했다.

주민들이 합심해 가꾼 마을은 알음알음 방송 프로그램 촬영지로 노출이 되기 시작했다. 정점을 찍은 건 글로벌 스타 BTS였다. 수일 동안 오성한옥마을에서 머문 BTS의 여행 이야기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BTS가 방문했던 오성제 둑방 소나무

“마을을 가꾸는데 ‘자연과 사람이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 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장택주 교수가 말했다. 한옥오성마을은 최근 산림청 생태숲 사업 공모에 당선돼 사업비 30억원을 따냈다. 그 돈으로 오성제 근처로 ‘소양문화생태숲’을 조성했다. 지속가능한 마을로 만들기 위해 ‘문화’를 강조한다. 생태숲에 주민들이 기부한 책으로 숲속도서관을 만들고 옛날 마을에서 숯을 만들던 자리를 통과하게 산책길을 조성했다.

 

미디어아트, 아원고택



오성한옥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아원고택이다. 한옥문화센터가 오성제를 바라보고 있다면 아원고택은 종남산과 마주한다.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아 ‘아원(我圓)’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원고택은 숙박시설이자 문화공간이다. 만휴당, 연하당, 설화당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이축한 건물 총 4채의 고택과 별채, 갤러리로 구성됐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아원고택은 동선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갤러리와 고택 1동이 추가로 문을 열면서 공간이 더 확장됐다. 추가되는 고택은 함평에서 조선 말기 서당 건물로 이축하는 데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기존 고택과 고샅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 별채 같은 느낌이 든다. 압권은 새롭게 오픈하는 갤러리였다.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 네모기둥 모양 스크린을 통해 재생된다.

 









갤러리 공간은 실내이자 야외다. 종남산 방향으로 벽을 터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연결된다. 야외와 마주하는 벽에 전면 거울을 달아 건물 안에도 종남산이 담긴다.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는 이이남 작가의 전시를 두고 ’랜드스케이프(Landscape) 미디어아트‘라고 소개했다.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랜드스케이프 미디어아트가 주는 감동은 압도적이었다. 깜깜한 실내 공간에서 진행되는 기존 미디어아트 전시와 비교가 안 된다. 자연이 주는 몰입감 덕분에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향효과도 특출하다.







아원 고택은 곳곳이 명상 터다. 뒷동산으로 연결된 대숲 명상길은 묵상에 최적화한 동선으로 짜여졌다.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는 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에 집중한다.

건축을 전공한 전해갑 대표는 오성제 근처에서 오스갤러리도 운영 중이다. “40여 년 전 종로 화신백화점 철거할 때 나온 헌 벽돌을 가져다가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본래 누에를 치는 농업용 창고였어요.” 전해갑 대표는 “돈이 없어 건축 자재를 재활용한 것이 세월이 지난 지금 트렌드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 갤러리 옆에 지은 카페는 20년이 됐다. 카페 역시 전주의 한 폐교에서 가져온 벽돌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갤러리에는 dma악감상실도 있다. 예약하면 프라이빗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요즘엔 프러포즈 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자연의 힘, 공간의 힘이 중요합니다. 공간을 받쳐주는 건 바로 문화의 힘이죠. 그 안에 누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고품격 아트페어·북콘서트 진행하는 소양고택









아원고택에서 돌담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오면 소양고택이 자리한다. 이곳 역시 아원고택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에서 고택을 옮겨와 만들어졌다. 2010년 여름에 고창과 무안에서 철거 위기에 처한 고택 3채를 현재의 자리로 이축했다. 문화재 장인들이 복원한 소양고택에서는 한옥스테이와 더불어 온갖 문화 행사가 열린다. 고즈넉한 고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트페어와 재즈공연, 카페에서는 북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무안군 원호리에서 옮겨온 제월당은 조선시대 마지막 고을 원님이 관사로 사용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까지 학당으로 사용되다가 소방도로를 깔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제월당은 단아한 지붕선과 넓은 대청마루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삭인 기와만 새로 정비하고 나머지는 옛날 모습 그대로다. 혜온당 역시 조선 말기 때 지어진 140년 된 고택이다. 맞배지붕과 팔짝지붕이 한 건물에 같이 있는 독특한 ‘기역(ㄱ)자’ 형태 건물이다. 여일루 올해 7월 경북 포항에서 가져왔다. 객실은 모두 9개로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한 방도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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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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