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주의 별보다 아득한 미지,
결코 알 수 없을 영원한 이방인인 것이 아닐까.
존재하는 ‘나’와 실존하고자 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K.P 갤러리에서 2022년 4월 13일부터 5월 3일까지 ‘L’Étranger; 가장 친숙한 세계로부터’ 고아라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고아라는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세계의 부분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사진들은 몽환적이다. 외부 세계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은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도 연결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가 경험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세계와 감정에 대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 그 경계에서 느껴지는 모호함과 알 수 없는 감정들. 마치 자신이 살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그녀의 사진 속 모습에서 고아라는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 중 하나임을 알게 한다.
“‘나’라는 존재는 마치 한낮의 태양과 같다. 세계 한가운데 극명하게 존재하지만, 깊이 응시할수록 눈은 하얗게 멀고 일순간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고아라 작가의 독백처럼 ‘L’Étranger’ 작품들은 여전히 그녀가 ‘존재함’에 대한 고민을 지닌 채 스스로 ‘무엇’ 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이방인(L’Étranger)으로 명명한 고아라는 자연을 등지고 선 자신의 모습을 피사체로 담아냈다. 존재의 근원을 찾기 위해, 대지에 선 자연인으로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피사체로 세워둔다. 사진 속 작가는 관람객에게 ‘당신이 보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라고 묻는다.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이 흐릿한 피사체의 형상들은 하나의 존재로 정의되지 않는다.
모호하고 낯선 피사체의 모습을 본 관객들을 혼란에 빠진다. 카메라는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와 함께 작가가 의도하는 바, 대상과 공간이 빚어내는 이질감을 기록한다. 작가에게 존재란 ‘존재하는 나(現存在)’와 ‘실존하고자 하는 나(自我)’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이미지와 색감으로 구현해냈다.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존재의 고독과 쓸쓸함이 이방인이라는 주제 아래 녹아들어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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