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맞아 전국 보호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사람보다 훨씬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세월을 견뎌내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축적한 유산급 보호수가 곳곳에 많다. 지난해 부킹닷컴이 발표한 ‘2021년 지속가능한 여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81%가 지역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와 문화유산 보존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할 때 경북 안동이 빠질 수 없다. 전통의 도시 안동에는 유구한 역사로 이름난 서원이나 사찰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보호수들이 많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 병산서원에는 수령이 약 390년이 된 6그루의 배롱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징비록’의 저자 서애 류성룡의 후손인 류진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진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배롱나무는 건물을 초록과 홍색으로 물들이며 서원을 하나의 조화로운 그림으로 완성시킨다.
201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봉정사에는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고, 하회마을에는 3.1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초등학교 자리에 터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 보호수를 만날 수 있다. 안동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옥연정사는 한국의 문화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숙소다. 하회마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430년 된 전통 있는 한옥으로 매일 아침 정갈한 한식 스타일의 조식을 맛볼 수 있다.
세종대왕이 잠든 터전이자 남한강이 관통하는 여주는 푸르른 산과 나무, 물이 역사와 어우러진 도시다. 남한강이 흐르기에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던 여주에는 18곳의 나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옛 우만리 나루터에 자리한 300년 된 느티나무는 여주 보호수 제1호다. 과거 뱃사공들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던 이 보호수는 나루터가 홍수로 사라진 지금도 그 터를 지키며 살아있는 역사를 증명한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의 전탑이 있는 천년고찰 신륵사에는 660여 년 전 나옹선사가 꽂은 지팡이가 은행나무로 자랐다고 하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현재 보호수는 시민들의 소원이 적힌 형형색색의 쪽지로 둘러싸 있어 현대의 삶에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여주향교, 매산서원 등 각지에서 여주의 숨결이 느껴지는 보호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수도권 인기 근교 여행지 남양주에는 시 보호수로 지정된 수목이 무려 60그루나 있다. 수종으로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소나무 등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내각리 함령군 묘 앞에는 1600년대 함령군의 묘를 쓰고서 기념식수한 것으로 보이는 은행나무 노거수가 자라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진 않지만, 나이가 많아 보호되어야 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남양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나무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면 조안면 운길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를 방문하길. 약 563살이 넘은 은행나무를 찾아가 본 뒤 산책을 즐기면 특별한 봄나들이가 완성된다.
남양주에는 보호수 말고도 봉선사, 오남호수공원, 다산생태공원, 정약용 유적지 등 다양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명소 가 많다.
푸른섬 남해에도 수많은 노거수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해의 나무들은 풍어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능을 했다. 대자연으로부터 약한 인간을 보호해 주는 수호자 역할을 비롯해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노거수 중 31그루는 국가에서 지정하고 보존하고 있는 보호수며, 팽나무와 회화나무부터 느티나무 및 말채나무까지 다양한 수종이 포함되어 있다.
보호수를 둘러보는 여행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은 시문마을과 봉화마을을 방문해 150살의 팽나무 또는 250살 된 느티나무를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남해 독일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독일마을 뮌헨하우스는 시문마을과 봉화마을에서 운전해 5~10분 내 닿는 숙소로, 남해의 한국적인 마을 풍경부터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모두 만끽할 수 있다. 테라스나 숙소 어디서든 그림 같은 정원을 감상할 수 있고, 바닷가에서 불과 도보로 18분 거리에 있어 모든 객실에서 아름다운 오션뷰를 내려다볼 수 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충남 예산군의 슬로시티 대흥은 마을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정겨운 풍경과 세월을 겹겹이 담은 보호수를 감상하기에 좋다.
대표적으로 대흥향교에는 수령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는데, 나무 중앙에 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려 공생하고 있어 두 가지 나무가 한 몸을 이룬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충남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수도 대흥에 있다. 수령1000년이 넘는 상중리 느티나무는 660년에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연합군이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을 공격할 때 이 나무에 배를 맸다는 전설에서 ‘배 맨 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연과 전통문화가 같이 숨 쉬는 대흥의 정취는 예산에 남아있는 유일한 옛 관아인 대흥동헌이나, 봉수산자연휴양림, 예당호 출렁다리 등에서도 물씬 느낄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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