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리단길’로 불리는 행궁동은 화성행궁 성곽길을 따라 구 가옥들이 감각적인 카페, 소품 가게 등으로 변신하면서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했다.
서울에서 딱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수원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도, 이색 콘셉트 카페도, 럭셔리 호텔도 숨어 있다. 수원에서 꽉 찬 하루를 즐기기 좋은 인기 스폿 5곳을 소개한다.
01 행궁동 감성카페 그래비테이트 |
한옥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개조한 공간부터 화려하고 이국적인 곳들까지 다채롭게 모여 있는 행리단길을 걷다보면 감성 충만 카페들이 즐비하다. 고민 끝에 독특한 디저트와 뷰 좋은 테라스가 있어 입소문이 난 그래비테이트로 향했다. 애견 동반 가능한 카페로 통유리로 된 실내 좌석과 루프탑 테라스에서 ‘화성행궁뷰’를 감상할 수 있다. 그레이 톤의 차가운 인테리어에 쨍한 빨강으로 시선을 강탈하는 무스 케이크 ‘뉴턴의 사과’가 대표 메뉴다. 커피는 원두가 워낙 다양해 주문 전 살짝 긴장했지만, 직원이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편하게 고를 수 있었다. 먹기 아까운 비주얼에 한참을 바라만 보던 뉴턴의 사과. 용기 내 포크로 찌른 이후론 중독성 있는 달콤함에 금세 해치웠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역시나 화성행궁이 눈앞에 보이는 테라스석. 하늘이 어둑해지고 화성행궁에 조명이 들어오면 이 자리를 사수하기 힘들다고 한다. 화성행궁과 그 인근을 훑어보며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여행 맛보기 시간을 가졌다. 화성행궁 방문 전후로 카페인 충전을 하거나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고 싶다면 행리단길 핫플 그래비테이트로 향해보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4 3층
02 ‘대장금’, ‘해품달’ 촬영지 화성행궁 |
왕이 지방에 임시로 머물던 행궁, 그중에서도 화성행궁은 왕이 지방의 능원에 참배할 때 머물던 행궁이다. 조선 정조 13년에 관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된 화성행궁은 일제강점기 시절 병원과 경찰서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파괴됐다. 지난 1996년 복원공사를 시작했고, 2002년에 중심권역의 복원공사를 마쳤다.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해 화성행궁 전반을 둘러봤다. 복원된 문화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어려운데, 수원화성이 가능했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정조가 남긴 ‘화성성역의궤’라는 기록이 잘 보존돼있어 건물이 무너져도 똑같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이 워낙 상세히 남아 있어 유네스코에서도 그 정확성을 인정한 것이다. 정조 어머니의 일화가 담긴 건물부터 그냥 지나치기 쉬운 600년 된 나무까지, 발 닿는 곳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관람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대장금’, ‘해를 품은 달’, ‘그해 우리는’ 등 많은 인기 드라마 촬영지답게, 화성행궁 곳곳에는 사진을 찍기 좋은 스폿도 많다. 화성행궁은 야경이 예쁘기로 유명한데,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수~일요일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야간개장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밤에 오진 못했지만, 낮에도 충분히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수원에 왔다면 산책 및 데이트 코스로 거닐어보길 추천한다. 매우 저렴한 입장료조차 내기 싫은 사람은,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03 왕갈비통닭 맛집 용성통닭 |
화성행궁을 한참 산책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저녁 메뉴는 수원하면 떠오르는 두 음식, 왕갈비와 통닭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왕갈비통닭으로 결정했다. 수원 왕갈비는 가격이 부담돼 못 먹었는데, 왕갈비 통닭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고자 했다. 화성행궁에서 도보로 몇 분만 가면 수원통닭거리가 나온다. 어디인지 눈의 레이더가 포착하기 전 후각이 먼저 반응한다. 고소한 통닭 냄새 따라 군침을 꼴깍 삼키며 주변을 살펴봤다. 수십 년 자리를 지킨 통닭거리의 주요 맛집들이 정리돼있는 안내판이 통닭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괴로울 정도로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오래 고민하기 힘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앞에 등장한 큰 규모의 식당으로 냅다 들어갔다. 들어와서 보니 1978년 문을 연 이래로 여태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맛집 ‘용성통닭’이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내부와 시크한 어머님들. 평일 이른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넓은 가게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기 메뉴인 왕반/양반(왕갈비통닭, 양념통닭 반)과 후라이드 하나 시켰다. 5명이 두 개 정도는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 어마어마한 양에 흠칫했다. 메뉴 하나당 닭발튀김과 똥집이 한 접시씩 서비스로 나온다. 후라이드와 양념은 친숙한 맛이었고, 궁금했던 왕갈비 통닭은 달달한 바비큐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왕갈비 통닭이 가장 맛있었지만 호불호가 있어 보였다. 단 맛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매콤한 양념이나 담백한 후라이드를 추천한다.
양이 많아 다 못 먹고 포장해갔다. 포장은 셀프다. 몇 시간 지난 뒤 데우지 않고 다시 먹어도 맛있다. 수원에 또 오면 꼭 다시 먹고 말리라 다짐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15
04 가성비 호캉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 |
숙소는 푹신한 침구와 편리한 작업 공간 등으로 비즈니스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4성급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으로 결정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는 현재 전 세계 6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200개 이상의 호텔을 운영 중으로, 단일 브랜드로는 메리어트에서 가장 많은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23개의 스위트 객실을 포함 총 288객실이 있다. 수원컨벤션센터, 갤러리아 백화점, 아쿠아리움 등과 인접하며, 롯데 아울렛이 도보 5분 내 있어 쇼핑하기도 편하다. 에버랜드나 한국민속촌 등을 방문한 여행객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호텔 편의 시설을 둘러봤다. 간단한 음료와 술, 브런치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이크 터번, 연회장, 해피아워를 즐길 수 있는 23층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피트니스센터 등이 있다. 특히 라운지에는 광교호수공원 파노라마 뷰 테라스도 있어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다.
테이블과 소파, 킹사이즈 침대, 큰 규모의 욕실로 구성된 디럭스 스위트 객실. 무엇보다도 욕조가 가장 눈길을 끈다. 샤워 공간, 세면대, 변기, 욕조가 모두 분리돼있어 편리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거실과 방에 각각 TV와 테이블이 하나씩 비치돼 있고, 푹신하고 널찍한 침대도 안락하다. 고층 아파트에 일부분 가려져 있지만, 창밖으로 광교호수공원도 조금 보인다.
조식은 호텔 2층 수원키친에서 먹을 수 있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듬뿍 받으며 아침을 맞이했다. 포인트 컬러가 돋보이는 의자들이 매력적이다. 한식, 양식, 아시안 등 뷔페 형식으로 알차게 구성돼 있다. 각종 행사를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룸도 마련돼 있다. 쨍한 색감의 벽지 덕분에 사진이 잘 나와 인기라고 한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320
05 피톤치드 충전 광교호수공원 |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광교호수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운동을 하는 시민들, 산책을 하는 커플 등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그렇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길이 널찍하게 잘 조성돼있어 붐비지 않고 한적했다. 주변에 카페도 많아 간단하게 브런치를 즐기기도 좋다. 저녁에는 조명이 들어온 건물과 데크길이 호수에 반사되면서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비누만들기, 생태나들이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광교호수공원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다.
이날 공원 데크길 그늘 한편에 자리를 잡고 모닝 요가 시간을 가졌다. 호텔에서 많이 먹고 늘어져 쉰 다음 날 쾌적한 공기를 마시며 몸을 풀어주니 피로가 싹 가셨다. 나무 그늘 아래서 요가로 땀을 쭉 빼니 에어컨 바람 맞으며 뒹굴 거릴 때와는 또 다른 힐링이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수원 탐방을 마무리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 165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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