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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의 숨은 휴양지 밝혀졌다” 미식과 휴양 천국 사이판

김혜성 여행+ 기자 조회수  

김대중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여기 다 왔을 정도로 여긴 휴양에 딱 적합한 곳입니다

사이판에 수십 년 넘게 거주 중인 한인 동포가 전한 말이다. 북마리아나제도는 미국령의 섬으로 총 14개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휴양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이판이다.

특히 사이판은 한국인들의 사랑이 유별난 여행지다. 마리아나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년간 사이판 전체 외래 관광객 중 무려 80%가 한국인이었다고.

대통령도 몰래 다녀간 숨은 휴양지 ‘사이판’의 핵심 여행지를 여행플러스가 속속들이 다녀 소개한다.

01

“158만 유튜버 상해기도 다녀갔다”

마리아나 미식 축제

금강산도 식후경. 사이판에서는 1999년도부터 지금까지 매년 5월이면 가라판 지역에서 성대한 미식 축제를 연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마리아나 미식 축제(Taste of The Marianas)’는 매년 5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마리아나의 음식은 ‘용광로’나 다름없다. 식민 지배와 여러 민족의 이주 역사가 깃들어 있는 마리아나 지역의 음식에는 미국·독일·일본·필리핀 등 국가의 식문화 한데 녹아있다. 축제 기간에는 마리아나 전통춤 공연 등 즐길 거리를 비롯해 차모로족 전통 음식 등도 맛볼 수 있다.

일정 중 축제의 핵심이라고 할 정도로 방문객의 반응이 폭발적인 행사는 ‘음식 많이 먹기 대결’이다. 특히 지난 5월 11일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에서 열린 음식 먹기 대결에는 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구독자 158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유튜버 ‘상해기’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축제 당일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는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활기를 띠었다. 이 축제가 정겨운 이유 중 하나는 내부에서 ‘토큰’을 이용해서만 음식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입구에서 같은 값의 미국 달러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 축제용 화폐인 ‘토큰’을 살 수 있다. 토큰은 5와 10단위로 나뉘며 현금과 카드로 살 수 있다.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현지 춤꾼들의 현란한 춤사위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을 엮어 만든 머리 장식 등 이국적인 차림새가 이곳이 축제장임을 실감케 했다. 대부분 전문 춤꾼이 아닌 현지인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어우러졌다.

공연에 눈길도 잠시.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발이 절로 이끌린다. 내부에 있는 먹거리 가판대는 축제를 위해 급조한 곳이 아니다. 30개가 넘는 현지 식당과 호텔 등 사이판에서 맛집으로 이름 날리는 곳이 노점 형태로 미식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이판의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무료 소고기 시식회는 기본이다. 타코·꼬치 요리·김치볶음밥·스테이크 등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날 나푸 양조장에서 주조한 사이판 수제 맥주를 맛보다 갑작스레 쏟아진 여우비가 운치를 더했다. 사이판은 기후 특성상 여우비가 잦으니 손우산을 들고 다녀도 좋다.

오후 7시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축제장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오 마이 그릴(OMG) 음식 먹기 대결’ 참가자 중 유력한 우승 후보가 한국인 상해기와 일본인 마스붙이 사치요로 사실상 한일전 구도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약 1㎏에 달하는 바비큐 치킨·약 226g의 스테이크·돼지갈비 6조각·소시지 4개·삼겹살 4줄·쌀밥 1㎏·마카로니 샐러드·코코넛 음료 등 무게만 도합 5㎏에 달하는 음식을 제한시간인 1시간 내에 먹어야 했다. 승자에게는 약 1000달러(약 136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대회 도중 소화를 위해 일어나서 먹는 등 재밌는 장면을 만들었다. 대결 종료까지 18분을 남긴 상황. 갑자기 상해기가 먹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사회자는 “상해기가 갑자기 다른 기어(gear)를 끼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먹방 대결의 승자는 상해기. 1시간 내 모든 음식을 다 먹은 사람은 없었으나 가장 많이 먹은 상해기가 우승자로 뽑혔다.

상해기는 “우승해서 기쁘다”면서도 “처음부터 1시간 내에 먹는 게 불가능한 양이라고 판단해서 전략을 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 음식을 맛보고 15분간은 일정한 속도로 먹을 수 있을 거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승 소감 발표 후 선명한 복근을 자랑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날 축제장은 해 질 녘에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02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차모로족의 카누 500세일즈

사이판에서는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투명하고 푸른 바다를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환경 덕에 다양한 해양 레저가 발달했다. 그중 마리아나제도 선주민인 차모로족 전통 카누를 탈 수 있는 500 세일즈를 소개한다.

500세일즈는 2017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으로 푸른 물살이 일렁이는 구마 사크만 해변과 마주하고 있다. 이곳의 설립자는 피트 페레즈와 엠마 페레즈로 부부다. 21세기 경 북마리아나제도에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차모로족과 캐롤라인족은 스페인 등에 식민 지배를 받으며 고유문화를 뺏겼다.

엠마는 아버지 쪽에 차모로족 조상이 있는 혼혈이다. 아버지로부터 차모로족의 뛰어난 전통 카누 ‘프로아(Proa)’와 관련한 얘기를 들었고 이후 이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피트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차모로족의 카누 문화는 3500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지나 스페인 지배 기간 송두리째 문화를 빼앗겨 제작 기술 등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기적같이 1742년 그려진 전통 카누 설계도를 발견해 전통 카누 형태를 알 수 있었다.

첫 카누를 제작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라작(ladjak)이라는 단어는 돛을 장착할 수 있는 카누를 의미한다. 가장 크기가 큰 카누는 사크만(sakman)이며 렐렉(lelek), 더딩(duding), 두둘리(duduli) 순으로 선박 규모가 크다.

현재까지 제작한 카누 수는 14대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전통 카누를 2030년까지 500대까지 늘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이들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이판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카누와 항해 기술을 갖게 하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차모로족 전통 카누의 신기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먼저 ‘멀미’가 없다는 것이다. 선체가 비대칭이고 뱃머리와 선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덕이다. 또 배는 삼각형 모양의 돛을 달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고로 돛을 바꿔 끼면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엠마는 “우리가 마리아나제도 선주민들의 전통 카누를 잃지 않았다면 지금의 마리아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며 “어부나 해양 학자 등 더 많은 해양 직업군이 있었을 것이고 농산물이나 고기 등을 배로 옮겨 마리아나 전역에서 교류가 활발했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숙련한 카누 항해사들은 사이판섬에서 마나가섬까지 가는데 불과 45분이 걸리고, 티니안섬까지는 2시간 안팎으로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섬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 교류가 쉬웠을 것이라고.

마리오 베니토 500세일즈 마스터 항해사는 “카누를 탈 때는 마음을 열고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에만 집중하라”며 “바람과 싸우려 하지 말고 바람에 몸을 맞기라”고 조언했다.

현재 관광객을 대상으로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는 무료 수영 강습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통 카누 제작 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소액의 체험비를 받을 예정이라고.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전통 카누. 항해사의 등짝 위로 자유롭게 나부끼는 머리칼. 엠마의 다리에 새겨진 차모로족 전통 문양 문신. 관련성이 없는 듯한 세 가지 요소에서 공교롭게도 사이판의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03

“별이 쏟아진다”

사이판 별빛 투어에서 인생 사진 건지기

사이판 관광 업체 운영자에 따르면 별빛 투어를 경험한 여행자들은 종종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 연유를 물으면 대다수 방문객이 “정말 아름다워서”라고 답한다고 한다.

사이판에 밤이 찾아오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광에 인생 경험했다는 이들이 많다. 사이판에서는 매일 다른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다. 별도 마찬가지. 사이판 별빛 투어는 말그대로 이곳의 수많은 별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는 관광이다.

사이판은 청정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지역이다. 일몰 후 달이 뜨기 전 사이판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북두칠성 등 별자리와 은하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더 많은 별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명당은 있기 마련이다.

이곳에서 수십 년째 별빛 투어 등 관광 체험을 운영하는 기업 ‘사이판 어드벤처’의 미키 사장이 추천한 별빛 투어 명당은 ‘만세 절벽’과 ‘새섬’ 근처다.

만세 절벽에 깃든 비극적인 이야기를 잠시 짚고 넘어가자. 사이판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는 만세 절벽은 높이만 80m에 이른다. 1944년 7월 일본 패망 직전 일본군과 민간인 수백 명이 미군에게 항복하지 않으려고 이곳에서 뛰어내렸다. 이들이 투신하며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쳤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만세 절벽은 역사 배경지이자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다. 다만 이곳의 명성이 너무 높아서 항상 인파로 붐비는 게 단점이다.

별빛투어의 핵심은 쏟아질 듯한 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인데 사람이 많으면 사진을 남기기 어렵다. 주변에서 사진 플래시를 터뜨리고 적합한 위치를 선점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키 사이판 어드벤처 사장은 “새섬은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별빛투어 명소다”며 “우리는 만세 절벽에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여행객을 이쪽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별빛투어를 200% 즐기려면 가기 전 꼭 해야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눈을 지그시 감아주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있다가 별을 보면 더 많은 별이 한눈에 들어와 감동이 배로 다가온다.

또 도착 전 별자리를 인식해 주는 휴대폰 앱을 깔고 가는 것이다. 밤하늘 위에 카메라를 들이밀기만 하면 별자리를 인식해서 문외한도 별자리 박사가 될 수 있다.

별빛투어를 하기 좋은 달은 4월부터 9월까지다.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별빛투어는 사이판 어드벤처 등에서 예약할 수 있다.


(사이판)=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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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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