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밤은 낮보다 길다. 화려한 밤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날이 어두워져도 곳곳이 불을 환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홍콩에선 밤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중 한 가지가 바 문화다. 홍콩 골목에는 개성 넘치는 바가 많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까지 매일 밤, 홍콩의 바에선 새로운 추억이 깃든다. 덕분에 홍콩에는 아시아 베스트 50에 꼽힐 만큼 우수한 칵테일 바도 여럿 있다.
아시아 베스트 50에 선정되는 방식은 간단하다. 이름 그대로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순위를 정한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직업군은 다양하다. 바텐더, 칵테일 애호가는 물론 기자, 작가와 같이 칵테일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단, 투표는 해당 직업군에서도 전문가급만이 참여할 수 있다. 덕분에 순위에 오른 바는 모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맛, 독창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수준 높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3 아시아 베스트 50 바’가 선정한 홍콩 칵테일 바 중 센트럴에 자리한 두 곳을 방문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품은 이곳에서 직접 느낀 홍콩 바의 매력을 전한다.
3년 연속 아시아 1위, COA
홍콩 센트럴에서의 밤을 더욱 완벽하게 장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문해야 할 곳은 단연 코아(COA)다. 코아는 2017년 제이 칸(Jay Khan)이 오픈한 칵테일 바다. 제이 칸은 15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믹솔로지스트다.
코아가 2021년, 202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아시아 베스트 50 바’에서 1위를 차지한 바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덕분에 홍콩은 아시아 바 문화의 본거지로 이름 알릴 수 있었다. 3년 연속 아시아 최고라는 명성을 얻은 바답게 인기도 뜨겁다. 매일 오후 6시, 코아가 문을 열 시간이면 인근이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심지어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도 입장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매일 바깥으로 줄이 길게 이어질 만큼 인기 있는 곳이지만 내부가 그리 넓진 않다. 아늑하면서도 개방감 있는 분위기가 특징이다. 인테리어 콘셉트 역시 멕시코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벽에 멕시코 신화적 요소를 그려놓았음은 물론 멕시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문양이 곳곳을 장식했다. 코아의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은 곳은 입구와 가까운 바 자리다. 안쪽에는 낮은 테이블 좌석도 있는데, 이곳에선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다.
칵테일엔 어떠한 곳보다 진심이다. 코아의 칵테일은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맛이 특징이다. 주요 메뉴는 멕시코 전통주인 메즈칼과 데킬라를 베이스로 제조한 음료다. 특히 코아와 데킬라 베이스 칵테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곳의 설립자인 제이 칸이 데킬라를 주류 문화의 중심에 올리고자 노력한 덕에 홍콩 내 데킬라 유행은 코아가 주도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니, 말이다.
코아에 방문해 어떤 칵테일을 선택할지 고민이 된다면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길 추천한다. 코아에는 8개의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코코넛 밀크 펀치(Coconut Milk Punch)다. 코아에서 선보이는 칵테일 중 가장 대중적인 맛이 특징이다. 럼을 베이스로 커피, 코코넛 크림은 물론 파인애플, 레몬 등 과즙도 첨가했다. 코코넛의 부드러운 맛 사이 상큼한 과실 향을 느낄 수 있다. 코아의 메인 바텐더인 록 청(Lok Cheung)은 “코코넛 밀크 펀치가 누적 1천 500만 잔이 팔린 인기 메뉴”라고 전했다.
이외 트랭퀼 가든(Tranquil Garden), 페퍼 스매시(Pepper Smash)와 같이 오이, 후추 등 독특한 재료로 만든 칵테일이 많다. 특히, 트랭퀼 가든은 양배추 피클을 재료로 만든 칵테일로, 새콤한 맛이 인상적이다. 록 청은 “트랭퀼 가든은 예쁜 모습 덕분에 SNS에서 인기몰이한 메뉴”라고 말했다. 코아에서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잔 마셔보길 추천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코아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128홍콩달러(한화 약 2만 2700원)에 서비스 차지 10%가 붙는다. 세계적인 바치고는 저렴한 가격에 바텐더의 화려한 칵테일 제조 과정까지 볼 수 있으니, 이만하면 매일 밤 긴 줄을 서며 입장을 대기할 만하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칵테일을 만드는 곳, Quinary
코아에서 기본에 충실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면 퀴너리(Quinary)에선 이색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올해로 오픈한 지 13년이 된 퀴너리는 믹솔로지스트 안토니오 라이(Antonio Lai)가 차린 바 중 하나다. 아시아 베스트 50바 발표가 시작한 이래 줄곧 높은 순위에 올랐던 퀴너리는 지난해에는 31위에 오르며 그 입지를 공고히 했다.
높은 인기만큼 찾는 사람도 많다. 퀴너리는 홍콩의 핫플레이스 소호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공간으로 손꼽힌다. 주말이면 번호표를 받고 입장해야 할 정도다. 내부엔 테이블 좌석도 있지만, 대부분 바 형식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소수 인원이 방문하기에 적합하다. 그렇지만, 마냥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다. 약간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친구끼리 방문하면 좋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퀴너리에서 정확히 들어맞는다. 숫자 5의 의미를 지닌 퀴너리는 가게 이름처럼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맛, 식감, 향은 물론 보는 재미까지 어느 요소 하나 빼놓지 않는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덕분에 퀴너리에선 칵테일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퀴너리는 분자 칵테일로 명성을 얻었다. 음료에 거품, 연기를 얹는 것처럼 색다른 방식으로 칵테일을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얼그레이 캐비어 마티니(Earl Grey Caviar Martini)다. 보드카를 베이스로 제조한 칵테일로 얼그레이 티로 만든 거품을 토핑으로 얹어준다.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칵테일을 마시다 보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캐비어가 인상적인 메뉴다.
얼그레이 캐비어 마티니는 제조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텐더가 얼그레이 차로 만든 캐비어 모양 알갱이를 칵테일 안으로 하나하나 짜내는 것은 물론 탄탄한 거품을 한 층씩 음료 위로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나무를 태워 술에 연기 향을 입힌 젠트 오 클록(Gents O’Clock)부터 녹차 팥 디저트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리틀 미스 앙코(Little Miss Anko)까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메뉴가 있다.
대표 메뉴 기준 가격은 150홍콩달러(약)에 10% 서비스 차지가 붙는다. 가격대는 약간 있는 편이지만, 퀴너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으니 방문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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