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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 ‘퍼플티’ 반전 매력과 다도 수업까지…MZ의 차(茶)

김지은 여행+ 기자 조회수  

‘얼죽아’ 등 커피 문화는 일상 속 깊게 스며들었다. 우리 전통에 가까운 차 문화의 대중화는 이제 걸음마를 뗀 것으로 보인다. 젊은 감성으로 차를 재해석해 부담 없이 즐겨볼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프리카 고원지대의 보라색 차를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로 선보이는 곳이 화제다. 맛도 모양도 MZ 세대의 ‘취향 저격’이다. 차가 무엇이며 어떻게 즐기는지 알려주는 원데이 클래스도 인기다. 우리나라 차에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 찻집 사장이 진행한다.

차별화된 차를 제안하는 서울 강남의 ‘티퍼런스’, 젊은 시각으로 재치 있게 차를 알려주는 서울 은평구 ‘웅차’를 소개한다.


항산화 성분 가득…마음까지 치유하는 퍼플티 티코스


티퍼런스 강남 외부 / 사진=김규란 여행+ PD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 자리한 ‘티퍼런스 강남’은 여타 티하우스와 차별화된 차를 선보인다. 바로 퍼플티다. 적도에 가까운 아프리카 케냐 고원의 차나무는 강력한 자외선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보라색 항산화 물질 안토시아닌을 만들어낸다. 고대 로마에선 고귀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보라색의 차가 유리잔에 담기면 그 자체로 신비로운 느낌을 풍긴다.


‘물멍’을 할 수 있는 수조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는 MZ 세대에게 인기인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 4’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프로그램 출연자 중 실제 커플로 이어진 ‘겨레‧지영 커플’의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종로구 익선동의 ‘티퍼런스 서울’이다. 이제 강남에서도 퍼플티를 체험함은 물론 겨레가 지영에게 선물한 퍼플티 핸드크림도 발라볼 수 있다.


뷰티 제품을 전시한 공간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 강남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가운데의 연보라색 수조다. 매끈한 도자기 재질의 수조에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지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물결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지고 고요가 찾아온다. 티퍼런스 강남은 ‘잠시, 멈춤’을 주제로 해 꾸며졌다. 수조의 디자인은 바로 이 주제를 드러낸다. 티퍼런스 관계자는 “실제로 주변의 많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찾아와 퍼플티를 마시며 ‘물멍’을 한다. 오셔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 분이 꽤 있다”고 전했다.


‘퍼플티 슈페너’와 ‘퍼플 스노우 티칵테일’ / 사진=김규란 여행+ PD


다양한 퍼플티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 제품은 카페인이 거의 없어 사실상 디카페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색이 아름다운데도 인공 색소는 전혀 넣지 않았다. 티퍼런스 일반 메뉴 중엔 커피의 아인슈페너와 비슷한 ‘퍼플티 슈페너’와 ‘퍼플 스노우 티칵테일’이 새콤달콤한 맛과 예쁜 외관으로 가장 인기다.


티퍼런스 강남 티코스 / 사진=김규란 여행+ PD


퍼플티 3종과 티라미슈 케이크 / 사진=김규란 여행+ PD

이곳엔 소수 인원으로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티퍼런스 퍼플티코스’가 있다. ‘티마카세’로도 불리는 티코스는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아로니아, 귀리, 페퍼민트, 호박 등 다양한 건강 재료로 블렌딩하고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 선정한 퍼플티 3종과 퍼플티 시럽이 들어간 ‘티’라미슈 케이크를 제공한다. 그 후 제철 과일과 시나몬 풍미를 더한 논알콜 뱅쇼를 낸다. 마지막으로 저당 그래놀라가 듬뿍 담긴 퍼플티 젤라또로 입가심하면 끝이다. 티코스를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이며 마시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논알콜 뱅쇼 / 사진=김규란 여행+ PD


퍼플티 젤라또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 티코스 메뉴는 색뿐 아니라 향과 맛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부분은 바로 직원의 따뜻한 치유의 말이다. 티코스를 담당한 직원은 “바쁜 현대 사회를 사는 여러분이 잠시 멈춤을 경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일상 속 걱정거리는 잠시 내려놓고 편하게 즐겨주길 바란다”는 말로 코스를 시작한다. 메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며 코스를 진행하고 마지막 순서인 젤라또가 나오면 손님들의 가슴을 녹이는 마무리 인사말을 진행한다.


티코스 진행 모습 / 사진=김규란 여행+ PD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떤 분은 가족, 어떤 분은 재산을 꼽습니다. 꿈을 이루는 것이나 키우는 강아지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기자도 비슷한 것들을 떠올렸다. 직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그 어떤 분도 처음부터 ‘나 자신’이라고 말씀해 주시지 않아요.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나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말이죠.”

울림이 있었다. 조금은 익숙한 말이지만, 수십 분간 티코스를 이용하며 감각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줘서인지 잠시 멍해졌다. 이 말을 듣고 어느 가족 단위 손님은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고 한다.

“오롯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어떤 것일지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바쁜 와중에도 계절마다 바뀌는 하늘을 보며 마음을 비웁니다. 여러분도 취미 생활 등을 하며 이런 시간을 마련해 보시면 어떨까 하는 작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후 감사 인사를 끝으로 코스는 마무리된다.


티코스 테이블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 강남 내부 수조 모습 / 사진=김규란 여행+ PD

티퍼런스 강남은 눈과 입, 그리고 마음까지 힐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연인 간의 데이트, 가족 모임 등에 제격이다. 특별한 차와 특별한 티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한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차에 진심인 사장, 진심이 담긴 원데이 클래스


웅차 강의자료와 찻잔 / 사진=김규란 여행+ PD

찻잎은 말랐을 때, 젖었을 때의 향이 다르다. 차는 원래 약이었다. 녹차, 홍차, 보이차(흑차), 우롱차(청차), 백차, 황차 6대 다류는 모두 같은 찻잎으로 만든다. 홍차, 우롱차 등은 녹차가 미생물 발효를 거친 것이 아니라 산화작용으로 갈변한 것이다. 보이차는 실제 발효도 이뤄진다.

차에 큰 관심이 없다면 알기 어려운 사실들이다. ‘차 한잔할까’라고 말해도 카페를 많이 가는 요즘 사람들은 더더욱 익숙지 않다. 여기 차에 대해 알리는 데 진심인 젊은 찻집 사장이 있다. 보이차 같은 인기 중국차는 물론, 하동과 보성 등지에서 나는 우리나라 차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홍보한다. 은평구 응암역 근처 ‘웅차’로 향하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차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다.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많이 방문한다. 취미 생활을 즐겨보려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도 찾는다.

차 수업을 하는 강사 중 젊은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웅차에선 젊은 사장이 약 3시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진행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1시간 반은 차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머지 1시간 반은 여러 종류의 차를 직접 우려 시음한다. 시간은 조정 가능하다.

웅차를 찾으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리에 놓인 강의 자료다. 필기를 위한 연필도 있다.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지식도 얻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수강생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사장이 우려 주는 웰컴 티를 마시면서 시작한다. 취재 당시엔 하동에서 난 ‘우전(雨前, 대략 4월 20일 전 수확한 차)’이 나왔다. 수강생은 수업 자료를 보며 차의 역사와 종류를 배운다. 차 맛에 영향을 주는 산지, 수확 시기, 가공 방식 등 여러 요인도 배우며 어떤 기준으로 차를 골라야 할지 알게 된다.

적은 찻잎으로 많은 양의 차를 우리기에 ‘카페인이 커피보다 많다’는 건 오해라는 것도, 세계 시장에선 보이차를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는다. 호지차에는 줄기가 쓰여 해외에선 저렴하다는 것도 배운다. 말차의 ‘말’은 지울 말(抹)인 것을 알게 된다. 말차 색이 유독 푸른 것은 햇빛을 가려서 키우기 때문인 것도 듣는다.

차를 우리는 도구인 다구에 대해서도 배운다. 차를 우리는 ‘개완’과 ‘다관’, 차를 우려서 바로 여러 잔에 따르면 맛이 달라지니 미리 부어 놓는 ‘숙우’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숙우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척 흥미롭다. 격식 차리기가 아닌 맛을 위해 있는 다구였다.

차에 대해 총체적으로 배우고 나면 본격적인 시음을 시작한다. 각종 다구로 최소 6종의 차를 직접 우리게 되는데, 사장이 알려주는 대로 하면 금방 손에 익는다. 찻잎을 다구에 넣고 흔든 뒤 올라오는 마른 찻잎의 향을 맡고, 찻물을 우린 다음 달라진 향도 맡는다. 시간이나 온도에 변화를 줘 다양하게 즐겨보기도 한다. 허기가 지면 함께 나오는 다식을 곁들인다.

웅차에선 차의 향, 맛을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다. 어떤 품종인지, 언제 수확했는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알려주는 이야기꾼이 있어서다. 차 이름에 얽힌 재밌는 일화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정산소종’이라는 세계 최초의 홍차를 영국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좋아했으나 구해지지 않아 유통회사에서 베르가못(오렌지의 일종)을 첨가해 만들어준 차가 바로 ‘얼 그레이’라는 설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직접 이야기 속 차를 우려서 마시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차를 우리고, 따르고,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마시다 보면 1시간 반이 금세 지나간다. 오감은 물론 지적 욕구까지 만족스러운 힐링의 시간이다.

수업을 마치면 맛본 것 중 가장 좋았던 차의 샘플을 받는다. 집에서 우려 보며 입맛에 맞는 차를 찾은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차에 더욱 매료된 이들은 웅차에서 진행하는 정규 클래스나 독서 모임에도 참여한다고 한다. 혹은 가게를 종종 찾아 차를 홀짝이고 잎을 사 간다.

사장에게 가게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퇴사하고 차 농사를 하려다 여의찮아 즐기던 한국차로 고향인 은평구에 가게를 차렸다. 또 차에 관심은 있는데 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 입문의 턱을 낮춰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애국심도 느껴졌다. 사장은 “우리나라는 차 생산국인데 녹차 전문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찻집에 가면 중국차가 다수다. 한국차 전문점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최근 그는 하동 농장을 스리랑카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차밭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 상품도 진행했었고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차는 커피나 술에 비해 부담 없이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차를 즐겨보길 권했다. 차를 마시면서 감기도 잘 안 걸리게 됐다고 한다.


웅차 내부 모습 / 사진=김규란 여행+ PD

웅차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능동적 힐링’이 있는 곳이었다. 이색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또 차에 호기심이 있는 이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에 동의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티퍼런스 퍼플티 티코스 차와 웅차 원데이 클래스 차


글=유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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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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