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쁘게 현실을 살아가다가도 영화를 볼 때만큼은 일상을 잊고 새로운 감정에 빠져들며 감동하곤 합니다. 특히, 영화를 보다 보면 아름다운 배경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나 책에서 멋진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면, 직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실제 영화에 등장한 명소를 방문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 호텔스닷컴과 스카이스캐너는 2024년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각각 스크린 투어리즘(Set-jetting), 성지 투어를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스크린 투어리즘과 성지 투어는 방송이나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떠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이번 주 여책저책은 소설이나 영화에서와 같은 여행을 꿈꾸고 있는 사람을 위한 여행 서적을 준비했습니다. 이야기 속 배경이 된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 신간 2권을 소개합니다.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인상적인 배경, 강렬한 배경음악으로 구성된 덕분에 시청자는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아가 영화시청 중 스크린으로 들어가 등장인물과 함께하고 싶다거나 해당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저자도 그러한 여행을 즐기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돌며 영화 속 여행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간 방문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완성한 책이 바로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다. 여행 작가인 저자는 책에서 스물다섯 편의 영화와 그 배경이 된 영화 촬영지를 소개한다. 고전적인 스릴러부터 ‘레버넌트’, ‘런치박스’, ‘기생충’ 등 비교적 최근 명작까지, 시대와 장르가 다양한 영화를 다룬다.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지역도 다채롭다.
영화에서 특별히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장소를 마주하면, 우리는 그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중에는 천혜의 비경도 있고 흥미로운 민속 마을도 있으며 신비로운 별세계도 있다. 영화 한 편으로 한 지역의 관광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촬영한 뉴질랜드, <비치>로 유명해진 태국의 피피섬을 생각해 보라.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잘츠부르크는 또 어떤가. 잘츠부르크를 방문하는 미국 관광객의 75퍼센트가 이 고전 명작을 추억하려는 팬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8-9쪽
저자는 영화의 줄거리, 제작에 얽힌 사연, 촬영 에피소드는 물론 촬영지의 정치, 지리적 특성과 함께 역사도 풀어낸다. 여기에 70쪽이 넘는 삽화가 더해지니, 독자는 영화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봤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거나 새롭게 알게 된 영화 속 배경에 대해 발견해 보자. 특히 삽화와 함께 보는 영화 속 풍경은 사진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꼬불꼬불한 길, 낭만적인 다리, 길쭉한 탑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는 흡사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박공지붕을 얹은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거리에선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잔잔한 운하 위로 백조가 우아하게 물을 가른다. 디즈니도 울고 갈 만한 완벽한 마법의 왕국이건만, 이곳에서 전개될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킬러들의 도시In Bruges>(감독 마틴 맥도나Martin MaDonagh)이다. 안타깝게도 천국 같은 도시가 누군가에겐 지옥이 되고 만다. 신참 살인청부업자인 레이(콜린 파렐Colin Farrell 분)는 첫 번째 임무 중에 실수로 무고한 소년을 죽이는 바람에, 선배인 켄(브렌단 글리슨Brendan Gleeson 분)과 함께 브뤼헤에 몸을 숨긴다. -벨기에, 브뤼헤”
56-58쪽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
김은아, 김희준 / 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문득 주인공이 살던 곳은 어디일까, 작가는 어떻게 이런 곳을 알아냈을까 등의 사소한 궁금증이 생겨난다. 독자는 자연스레 주인공이 사는 집, 동네, 거리 곳곳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의 두 저자 역시 그러했다.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 속 주인공은 ‘앤’이다. 어린 시절 책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몽고메리의 ‘앤 시리즈’를 한 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빨간 머리 앤’으로도 잘 알려진 앤 시리즈는 출간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소설이다. 한 소녀의 어린 시절부터 성년기까지에 이르는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앤 시리즈는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두 저자도 앤 시리즈에 열광하던 독자였다. 이에 앤에 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고. 그래서 이들이 택한 방법은 여행이다. 두 저자는 앤 시리즈의 무대가 된 곳인 프린스에드워드섬을 찾았다. 무려 7번이나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다. 책은 앤 시리즈를 지은 몽고메리의 삶, 앤 이야기, 앤 이야기의 배경, 몽고메리의 인생 흔적을 따라간다. 중요한 것은 책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눈앞에서 마주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세세하다는 점이다.
작은 오솔길의 시작점에는 이 길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있다. 아치형으로 늘어선 단풍나무와 전나무가 연인이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따뜻하고 싱그럽다. 해 질 무렵 노을의 배웅을 받으면서 천천히 걷는 기분도 괜찮다. 앤도 이 길에 ‘연인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길버트를 용서한 후에는 친구로서, 나중에는 연인이 되어 함께 걸었다.
– 「연인 길의 산책로」 중에서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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