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왔다.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힐링할 때가 온 것이다. 한가로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명소를 찾는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바로 종로 ‘서순라길’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고요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만한 곳이 없기에 가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서순라길’은 조선시대 종묘를 순찰하던 순라청 서쪽에 있는 길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종묘 정문에서부터 서쪽 돌담길을 따라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대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바로 근처에 있어 하루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2010년 이후부터 종로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 서순라길에 공방을 내기 시작했다. 한쪽으로는 한국미가 물씬 풍기는 공방, 카페가 줄지었고 다른 한쪽에는 돌담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제는 서울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가 된 서순라길. MZ세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SNS 사진 명소로도 급부상 중이다. 특히 봄, 가을에 아름다운 서순라길은 요즘 가기 좋다.
새소리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로 가득한 서순라길에서 들르면 좋을 명소 두 곳을 소개한다.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며 색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한국색동박물관과 금속 공예 작품이 가득한 갤러리소연카페에 방문해봤다.
“어서와, 색동박물관은 처음이지?”
한국색동박물관은 2015년 개관한 서순라길의 숨은 명소다. 우리나라 최초의 색동 전문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색동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지어진 곳이다. 색동연구가인 김옥현 동덕여대 명예교수가 다년간 색동 연구와 수집을 하며 설립했다.
색동은 원색 조각 천을 여러 가지 빛깔로 층이 지게 연결해 만든 옷감이다. 예로부터 여인들이 옷을 짓고 남은 옷감을 모았다가 이어 붙여 만든 줄무늬 옷감이다. 색동은 혼례복, 무용복, 한복에 많이 사용됐다. 보자기, 주머니, 장신구 등을 비롯한 여러 생활용품 재료로도 다양하게 쓰였다. 전통 색동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색동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한국색동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만 여니 참고하자.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휴무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인당 3000원, 학생은 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색동박물관은 전통미가 가득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전시는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진행한다. 지하 1층은 제1 전시관으로 색동유물을 상설 전시하는 곳이다. 1층은 기획전이나 상설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2층에는 색동유물 전시관과 체험장이 함께 있다. 형형색색의 색동저고리와 노리개, 베개, 비녀 등 생활용품과 액세서리도 가득하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해 알차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색동박물관 1층에서는 특별 전시인 ‘한국 전통배자의 진화와 현대화’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한복 중 배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복, 쾌자, 조끼를 전시했다. 해당 전시는 내달 11일까지 진행한다. 특별 전시를 진행하며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무료 체험은 색동 책갈피를 직접 꾸며 만들어보는 것이다. 준비돼 있는 책갈피 모형을 잘라 한복 모양으로 붙인다. 이어붙인 종이 모형에 색연필과 장식 재료를 이용해 자유롭게 꾸민다. 진주, 색동 끈, 스티커 등 재료가 다양해 디자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다음 전통문양 끈을 붙이면 나만의 책갈피 완성이다.
유료로 ‘색동 디자이너가 되어볼래?’와 ‘색동 패션 종이인형 만들기’도 진행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학생이 참여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2만 원이다. 색동으로 직접 디자인한 작품을 만들고 다양한 한복 명칭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색동 액세서리 만들기’ 체험도 진행 중이다. 두 체험 모두 비용은 1인당 1만 원이다. 이 체험을 통해 실을 이용한 공예 기법인 ‘코일링’을 배워볼 수 있었다. 먼저 원형 틀에 실을 촘촘히 감고 묶어준다. 그런 다음 색동박물관에서 직접 제작한 색동 끈을 달아주면 ‘나만의 색동 액세서리’가 완성된다. 직접 만든 기념품을 가지고 외부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겨보자.
돌담길 뷰에 금속공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갤러리소연카페
갤러리소연카페는 서순라길을 따라 자리 잡은 카페다. 이곳은 김승희 금속공예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다. 카페 내부에는 김승희 작가의 공예 작품으로 가득하다. 벽에 걸린 대형 작품부터 판매중인 공예 반지, 귀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구경할 수 있어 흥미롭다. 금속공예는 흔하지 않아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손님이 많았다.
금속공예 경력 30년을 가진 김승희 작가는 20년째 서순라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서순라길에 대한 김 작가의 애정은 남달랐다. 김 작가는 “구불구불하게 뻗은 도로와 돌담길을 따라 우거진 나무가 서순라길을 사랑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20년 전 갤러리소연카페를 서순라길에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곳에서 공방을 하던 시절에 김 작가는 공예 재료인 돌과 공구를 구입하러 종로에 자주 방문했다. 매번 재료를 사러 다니기 힘들어져 종로 근처에 작업실을 내볼까 고민하러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순라길만이 가진 고즈넉함과 편안함에 반해 이곳을 택한 것이다. 작업실을 이전하면서 집도 함께 이사해 이 공간이 작업실이자 카페이자 집이 됐다.
김 작가는 “최근 서순라길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커플과 학생 손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돌담길 뷰가 아름답고 다양한 공예 작품도 구경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음료 메뉴도 다양하지만 떡볶이, 떡 라자냐 등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도 있어 한 끼를 때우기에도 괜찮다. 무엇보다 커피 마시면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점이 김 작가가 말하는 소연카페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카페 안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또한 ‘이달의 작가’ 코너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둔다. 매달은 아니지만 2~3달에 한 번씩 작가를 바꾸면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유롭게 둘러보다보면 마치 전시회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금속공예가로 이름을 알린 김 작가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이곳에서 계속 작업하면서 한국 금속공예의 멋을 알리는 것이다. 특히 “가락지 문화를 널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락지는 반지 2개를 함께 끼우는 것인데, 이 문화를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서순라길에서 한복축제와 같은 다양한 한국문화 축제를 여는데, 가락지 축제도 한번 추진해보는 것이 김 작가의 꿈이다. 더불어 “카페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이 금속공예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나가는 길에 카페 왼편으로 있는 계단을 올라가보길 권했다. 계단을 오르면 종묘까지 통하는 언덕길이 나온다. 나무가 우거지고 경치가 좋아 김 작가도 자주 산책하는 길이라 한다. 길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종묘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글=구소정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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