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롬 프로방살(Drôme provençale)은 오베르뉴 론 알프(Auvergne-Rhône-Alpes) 지역 최남단으로 프로방스와 경계를 하고 있다.
드롬 프로방살은 남프랑스와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서도 프로방스와 마찬가지로 남프랑스의 상징 라벤더를 볼 수 있지만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7월 중순에는 가야 한다. 9월 중순 드롬 프로방살에는 보랏빛 물결 대신 가을빛이 완연했다. 가을바람이 골목골목을 쓸고 가는 중세 도시 그리냥을 마주하고는 어쩌면 가장 적당한 계절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항상 아쉬움을 남겨놓아야 다음번을 기약하는 것이니까.
①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그리냥 Grignan
그리냥은 리옹과 마르세유 중간쯤에 위치한다. 리옹에서는 차로 2시간, 마르세유에서는 1시간 50분, 아비뇽에서는 1시간이 걸린다. 전체 면적은 43㎢로 2000명이 채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중심에는 그리냥 성(Château de Grignan)이 우뚝 솟아있다. 그리냥 성은 남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성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을 바깥쪽에 차를 대놓고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올라가면서 마을을 구경했다. 이른 아침 마을을 휘감은 공기가 좋았다. 상점과 식당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라 길거리가 한산했다. 산책하듯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 올라갔더니 성 입구가 나왔다. 베이지 빛 성벽과 육중한 아치형 입구 옆쪽으로 매표소가 있다.
그리냥 성이 맨 처음 만들어진 것은 11세기 중세시대다. 성은 줄곧 지역 유지의 차지였다. 13세기에는 아데마르(Adhémar) 가문이 이곳을 요새로 꾸몄다. 17세기에는 프랑수아 아데마르 드 몽테이(François Adhémar de Monteil) 그리냥 백작이 딸 프랑수아 마거리트(Françoise-Marguerite)와 결혼해 이곳에 머물렀다.
프랑수아즈 마거리트는 프랑스 문학가 세비녜 후작(Marquise de Sévigné)의 딸이었다. 파리에 살고 있던 세비녜 후작은 멀리 그리냥으로 시집간 딸에게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1696년 세비녜 후작이 죽고 난 후 그의 사촌 뷔시 라부탱(Bussy-Rabutin) 백작이 편지를 모아 책으로 발간하면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세비녜 후작의 숨결이 담긴 그리냥 성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파괴됐다. 성을 재건한 것은 마리 퐁텐(Marie Fontaine)이라는 재력가였다. 세비녜의 편지에 감동한 마리 퐁텐은 1912년 거금을 들여 복원했다. 1937년 마리 퐁텐 사후 40년 동안 비어있던 성을 그의 조카가 지역 정부에 팔면서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성은 약 50개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은 1층뿐이다. 2층은 복원 공사중이다. 100년 전 제작한 실크로 온 벽을 바른 호화로운 방이 계속 이어졌다. 성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에는 1640년대 제작한 나무 소재로 바닥을 덮었다. 성 관계자는 베르사유 궁전에 사용한 것과 똑같은 나무라고 설명했다. 세비녜 후작의 방과 그의 딸이 방, 응접실, 손님방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고가구로 채운 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당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서 파티를 벌이고 웅장한 연주회가 끊이지 않는 과거의 영광은 지금도 계속된다. 성에서는 연극과 음악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연중 이어진다.
그리냥 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테라스다. 성 아래쪽에 바로 붙어 있는 교회부터 마을 전경은 물론 프로방스 북쪽 전망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그리냥 마을을 둘러싼 보랏빛 라벤더밭도 볼 수 있다.
성 구경을 끝내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이 문을 열었다. 마을 입구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셨다. 깃발을 따라 움직이는 단체 여행객, 커다란 짐가방을 끄는 사람도 간혹 보였다. 이른 아침과는 전혀 다른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져 기분이 들떴다.
② 에성시엘 드 라방드 L’essentiel de Lavande
라 베귀드 드 마장크(La Bégude de Mazenc) 마을에 위치한 에성시엘 드 라방드(L’essentiel de Lavande)는 라벤더 체험 농장이다. 이곳 주인 오딜(Odile)은 15년 전 라벤더밭을 인수했다. 2020년부터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라벤더 화장품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피크닉 패키지를 판매한다.
에성시엘 드 라방드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6~7월 중순이다. 6월에 라벤더밭이 은은한 푸른색으로 변하고 점점 짙어져 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 라벤더를 배어 낸다. 5월에서 9월에는 라벤더밭에서 아로마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라벤더 수확이 끝나고 체험객이 주로 하는 것은 유기농 화장품 만들기다. 라벤더밭을 배경으로 둘러앉아 라벤더 시향 체험을 하고 곧장 제작 체험에 들어간다. 이날 만든 것은 라벤더 오일이 들어간 바디밤. 시어버터를 녹이고 라벤더 오일과 비타민E를 넣고 굳히면 완성이다. 피크닉 체험도 인기다. 채식 메뉴를 주문했더니 퀴노아 샐러드와 후무스 등으로 구성된 피크닉 박스가 나온다.
③ 샤토 레 올리비에 드 살레트
Hotel Chateau les Oliviers de Sallettes
드롬 프로방살에서 묵었던 호텔은 16세기 고성을 개조한 곳이었다. 에성시엘 드 라방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 샤토 레 올리비에 드 살레트는 가족 경영으로 운영하는 호텔이다. 성이 처음 지어진 것은 16세기이지만 지금의 형태는 19세기 때 복원을 거친 후 모습이다.
호텔에 딸린 부지가 상당히 넓다. 전체 31만㎡로 호텔 건물 외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도밭도 2만㎡ 정도 되는데 비오니에(Viognier)와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을 키운다. 1년에 와인 1000병 정도를 생산한다. 비오니에로 만든 콩드리유(Condrieu)이 유명하다. 포도밭 말고도 호텔 곳곳에서 올리브나무와 무화과나무도 볼 수 있다. 호텔 건물 가까운 곳에 라벤더밭도 있다. 이곳 라벤더는 8월 초에 수확한다.
호텔 건물은 크게 두 개로 나눈다. 16세기 지은 성과 프로방스 전통 주택 바스티드(Bastide)로 구성된다. 총 32개 객실이 있는데 절반은 고성에, 나머지 절반은 바스티드에 있다. 호텔은 시설과 규모에 비해 저렴하다. 기본 객실은 20만원 후반대, 스위트 객실은 40만원 초반대다. 야외 수영장과 성 근처 테라스 등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공간이 곳곳에 있다.
수영장은 2곳이고 전부 야외다. 메인 수영장은 인피니티풀로 성 근처 너른 잔디밭에 위치한다. 수영장 주변으로 나무로 가림막을 만들었다. 수영장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별이 빛나는 밤에 더 환상적이다.
드롬 프로방살(프랑스)=홍지연 여행+ 기자
*취재 협조=오베르뉴 론 알프 관광청,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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