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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in 브레스] 42년 연속 미쉐린 별 3개 받은 식당, 30만원 호가하는 명품 닭이 사는 희한한 시골 마을

홍지연 여행+ 기자 조회수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간 프랑스 여행은 희한했다. 트랙터가 길을 막고 차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중세 마을만 찾아갔다. 인구 20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은 미국·캐나다·영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국적·성별·나이, 문화적 배경은 달라도 프랑스의 시골을 찾은 이유는 비슷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에 치이는 대도시 여행이 지겨워졌다. 남들 다 가는 여행 말고 내 관심사, 취향에 맞는 소소한 재미를 찾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 알프스 근처 깊숙한 시골까지 오게 된 거다.


보나 미식 마을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프랑스 여행, 아니 유럽을 가면서 파리를 포기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한 강제 여행 금지령을 겪어낸 후엔 더 그렇다. 엿새 동안 프랑스 동부 오베르뉴 론 알프(Auvergne Rhone Alpes) 지역 중소도시만 돌아다니고 스스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면서 문정훈 교수의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는 책이 내내 생각났다. 풍성한 미식과 문화, 그것을 만들어낸 자양분은 소박한 풍경 아래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진짜 프랑스를 찾아내기 위해 떠난 엿새 동안의 여행 첫 번째 목적지는 브레스(Bresse)다. 현존하는 최고의 셰프가 만든 보나 미식 마을과 명품 닭 ‘브레스닭’을 키우는 농장을 둘러보고 인도 타지마할에 못지않은 러브스토리를 품은 수도원을 찾아갔다.

① 살아 있는 전설 조르주 블랑(Georges Blanc)이 만든 미식 마을

보나 미식 마을은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Saint Exupery Airport)에서 차로 1시간쯤 떨어져 있다. 보나는 전체 면적 17.81㎢로 인구는 약 3000여 명이 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만한 작은 마을 보나를 미식 성지로 만들어준 건 조르주 블랑(Georges Blanc)이라는 요리 대가 덕분이다.


보나 미식 마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1943년 이곳에서 태어난 조르주 블랑은 대를 이어 레스토랑을 운영해오고 있다. 동명의 레스토랑은 1981년부터 무려 42년 동안 미쉐린 3스타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조르주 블랑 전대에도 미쉐린 스타를 이미 획득했다. 1929년부터 80년까지 1스타와 2스타를 매년 꾸준히 받았다.


셰프 조르주 블랑의 레스토랑. 메뉴판 뒷면에 여태껏 받은 미쉐린 스타를 쭉 나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수많은 인사가 찾아오는 조르주 블랑 레스토랑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설은 조르주 블랑의 증조할아버지 장 루이 블랑(Jean Louis Blanc)이 1872년 보나에서 카페를 열면서 시작한다. 블랑 가족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조르주 블랑의 할머니 엘리사(Elisa) 때부터였다. 1968년부터 레스토랑 운영을 맡은 조르주 블랑은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라고 불린다.

보나 미식 마을은 ‘블랑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조르주 블랑이 보나 중심 5만㎡가 넘는 부지에 약 30채 주택을 개조해 레스토랑과 호텔, 식료품점으로 꾸몄다. 블랑 빌리지는 보나의 가장 중심이 되는 타운홀 근처에 있다.


조르주 블랑 호텔 입구를 비롯해 곳곳에서 닭 동상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은 조르주 블랑의 아들 프레데릭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자신의 고향에서 미식 제국을 구축한 조르주 블랑은 현재 보나에서 호텔 두 곳과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 중이다. 모르트 천(Rivière Morte)을 끼고 호텔 조르주 블랑 를레&샤토(Hotel Georges Blanc·Relais&Chateaux)와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 레 솔 파흐크&스파(Hotel Les Saules Parc&Spa)가 마주 보고 있다. 호텔은 각각 5성과 4성급이다.


오후 한갓진 랑시엔 오베르주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딱 한 번의 식사 시간만 주어진 보나에서 우리의 선택은 랑시엔 오베르주(L’Ancienne Auberge)였다. 우리 말로 바꾸면 ‘오래된 여관’이라는 뜻으로 1990년 조르주 블랑이 그의 할머니를 기리며 오픈한 식당이다. 지금의 조르주 블랑을 있게 한 의미가 깊은 곳이라서 골랐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랑스식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 더 마음이 끌렸다.


랑시엔 오베르주 내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개나리색 외벽과 빨간 창문을 한 랑시엔 오베르주 한쪽 벽에는 조르주 블랑의 아버지 장 블랑(Jean Blanc)이 그려져 있다. 늦여름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랑시엔 오베르주의 풍경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빨간 나무의자와 파라솔, 동그란 테이블 깔린 야외석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건물 여러 개가 연결된 듯한 이색적인 내부 공간과 연못이 있는 아담한 정원 자리까지 어림잡아 150석이 훌쩍 넘어 보이는 규모였다. 무엇보다 내부 장식에 눈이 갔다. 오래된 농기계부터 다양한 디자인의 미쉐린 가이드 포스터까지 세월을 품은 소품이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랑시엔 오베르주에서 먹은 저녁 식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날 맛본 음식은 유럽 연합으로부터 원산지 보호 인증(PDO: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을 받은 브레스산 닭고기 요리였다. 블랑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닭고기 요리는 부드러운 크림에 듬뿍 적셔져 나왔다. 프랑스 최고 명품 닭으로 불리는 브레스산 닭 가격은 보통 닭의 6배에 달한다. 최상품은 1마리에 약 30만원에 팔리기도 할 정도로 고급 식재료다. 프랑스 내 모든 미쉐린 스타 셰프들은 브레스 닭만 쓴다는 소리도 있다. 브레스산 닭은 다리보다 가슴살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육질은 우리나라 토종닭과 비슷했다. 쫄깃한 살코기에 고소한 크림소스가 뭉근하게 벤 요리를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식사를 했다. 요리의 대가가 운영하는 호텔은 아침 식사조차 남달랐다. 각종 빵과 신선한 치즈와 버터 그리고 제철 과일까지 기본에 충실한 프랑스식 아침상을 거하게 맛봤다.

② 브레스닭 체험 농장,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

Domaine des Saveurs Les Planons


1938년 일찌감치 역사 기념물에 등재된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보나 마을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Domaine des Saveurs Les Planons)는 1938년 역사 기념물에 등재된 농장이다.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에는 동네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도 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의 역사는 무려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장 건물은 중세시대 때 만들어졌다. 브레스 닭의 역사도 이 농장만큼 오래됐다. 브레스에서는 15세기부터 닭을 길렀다. 고급화 전략을 펼친 것은 20세기 초부터다. 1936년에는 상표권 보호를, 195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원산지 통제 명칭(AOC: Appellation d’origin Contrôlée) 라벨을 받았다.


15세기에 지어진 농장 건물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브레스닭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생산된다. 한 마리당 최소 10㎡ 너비의 목초지를 갖춰야 하고 최소 4개월 방목해야 한다. 먹이는 우유와 옥수수를 주로 먹는데 브레스 지역에서 생산한 것이어야만 한다.


농장에서 키우는 소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전체 규모 22㏊(22만㎡)의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은 체험 농장이다. 풀밭에서 자유롭게 자라나는 브레스 닭을 볼 수 있고 박물관과 야외 전시도 보고 쿠킹클래스 등 각종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은 브레스 닭을 포함해 브레스 지역의 역사를 주제로 꾸몄다. 푸르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야외 전시도 좋았다. 방문했을 때는 ‘피크닉’을 주제로 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피카소, 마네 등 다양한 예술가가 ‘피크닉’을 주제로 그린 작품을 야외 공간 곳곳에 걸었다.

“브레스 닭에는 프랑스 국기와 같은 색깔이 들어 있어요.

벼슬은 빨간색, 몸통은 흰색 그리고 발은 푸른색을 하고 있죠.

닭장 가까이로 가면 말소리를 낮춰야 해요.”

하셸 그레고리(Rachel Gregoris) 오베르뉴 론 알프 지역 관광청 아시아 및 중동 지역 담당자

닭을 보러 가는 도중 하셸이 설명했다. 브레스 닭은 담장 끝이 보이지도 않는 너른 들판에서 먹이를 먹고 있었다. 온몸을 휘감은 깨끗한 흰털이 눈에 띄었고 갇혀 지내는 닭처럼 냄새도 나지 않았다.


브레스 닭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③ 프랑스의 타지마할 브루 수도원 Monastere de Brou


브루 수도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브레스 명소로는 부르그 엉 브레스(Bourg-en Bresse) 마을의 브루 수도원이 있다. 2014년 프랑스 현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 1위에 오른 숨겨진 명소다. 16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은 수도원이자 교회로 ‘프랑스의 타지마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브루 수도원 내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새하얀 외관 그리고 화려한 지붕 장식을 한 브루 수도원은 16세기 초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막시밀리언 1세의 딸, 마르그리트 도트리슈(Marguerite d’Autriche)에 의해 만들어졌다. 수도원은 1506년에 시작해 1532년 완성됐다.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내려오는 교회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1501년 마르그리트 도트리슈는 사부아 공작 필리베르 2세와 결혼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두 사람을 서로를 무척 사랑했다. 사부아 공작이 1504년 갑작스럽게 죽어버리자 마르그리트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이 수도원을 지었다. 남편 무덤을 이곳 교회 안에 짓고 본인이 살 공간까지 함께 건축했다. 하나 마르그리트는 수도원이 완성되기 2년 전 1530년 숨을 거뒀다. 교회 예배당 안에 마르그리트와 사부아 공작 그리고 사부아 공작 어머니의 석관이 놓여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석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브루 수도원은 프랑스 혁명 이후 유산으로 지정됐다. 플랑드르 스타일의 고딕 양식으로 내부는 하얀 석회암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했다. 층고가 20m나 되는데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면 예배당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2층에 올라가면 보이는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브레스(프랑스)=홍지연 여행+ 기자

*취재 협조=오베르뉴 론 알프 관광청,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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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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