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어린이정원은 120년 동안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땅이었지만 이제는 개방된 뜻깊은 공간이 됐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로 인해 당시 일본군이 주둔한데 이어, 광복 이후에는 미군기지로 사용된 뒤 무려 120년이 지났다. 2000년대 들어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기지 반환 계획이 시작됐다.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계기로 주한미군에 부지 일부를 반환받았다.
전체 용산기지 243만㎡(약 74만 평)중 58.4㎡(약 18만 평) 부지를 반환받았고 그중 30㎡(약 9만 평) 부지가 용산 어린이정원이 되어 국민에게 임시 개방됐다. 우리나라에 미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제대로 된 잔디밭이 없다며 어린이를 위한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미군 장교들이 거주했던 붉은 지붕의 주택과 나무 전신주가 자아내는 풍경이 이국적이다. 정원에는 어린이와 방문객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서가 공간과 과거 용산기지에 거주했던 미군 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됐다.
미군의 야구장이었던 7만㎡(약 2만 평) 규모의 공간이 잔디마당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피크닉도 즐길 수 있는 드넓은 잔디마당이다. 잔디마당 옆에는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진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다. 잔디마당의 끝까지 걸어가면 나오는 전망언덕에서는 반환부지의 전체 풍경도 볼 수 있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고 더위를 피해 구경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많아 무더운 날씨에 방문해도 괜찮은 곳이다.
슬슬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 요즘에 어디로 나들이를 갈지 고민하는 가족이 많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어른, 아이 모두 만족할만한 떠오르는 나들이 명소 ‘용산 어린이정원’에 방문해봤다. 화창하고 맑은 날에 가봤더니 용산 어린이정원에는 나들이를 오는 가족, 친구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홍보관부터 용산서가, 기록관, 잔디마당 순서로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역사가 담긴 ‘홍보관’과 책이 있는 휴식 공간 ‘용산서가’
홍보관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미군 주둔, 이번 임시개방까지 용산기지의 120년 역사가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된다.
홍보관에서 나와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다 잠시 시원하게 쉬고 싶어 용산서가를 찾아갔다.
흰색 외벽에 빨간 지붕을 얹은 건물이 서가 공간이다.
용산서가는 어른서가와 아이들의 서가로 나눠져 있다.
어른서가는 편안한 도서관 느낌이었다. 벽면 책장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창이 크게 나있어 바깥 풍경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책을 하나 골라 앉아 창밖을 보고 앉았더니 바깥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이 자리가 어른서가의 인기 만점 독서 스폿이었다.
아이들의 서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초록 색감의 아기자기한 느낌의 도서관이었다. 바닥도 푹신푹신한 쿠션 소재여서 아이들이 편하게 다니기 좋은 공간이었다. 혼자서 그림책을 하나 골라 읽고 있는 아이, 딸과 마주 앉아 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잠시 아빠, 엄마, 아이가 각자의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의 온기를 담은 ‘온화, 溫火 Gentle Light’ 전시회
서가에서 나와 무료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에서는 ‘온화, 溫火 Gentle Light’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힌다’라는 테마의 전시회다.
‘온화(溫火)’는 ‘집’이라는 공간의 따스한 온기를 구현한 설치예술 작품 이름이다. 전시회 내부의 온도, 조명, 분위기가 실제 집과 비슷한 느낌을 줘서 자연스레 집과 가족을 떠올리게 되는 전시였다. 아이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는 엄마와 나란히 서 있는 두 형제를 카메라로 담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따스한 온기가 있는 전시회에서 추억을 남기는 가족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들어가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1500개의 조명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시회 공간이 넓지 않아 몰입하기 좋았다. 천장에 달린 조명 밑에는 물이 있는데, 물에 불빛이 아른거리는 게 특히 아름다웠다. 잔잔하게 반짝이는 빛과 흘러나오는 음악을 느끼는 외국인 관광객도 보였다.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조명들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으니 괜스레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
조명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전통 등 모양이었다.
아주 작은 등인데 환하게 빛을 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시회 입구에 적혀있는 ‘창틈을 넘어 번져가는 온기처럼’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집안의 가족이 느끼는 따스한 온기가 창밖까지 퍼져나간다는 의미를 담은듯하다.
코스너 가족의 안락한 공간을 재현한 ‘기록관’
전시관에서 나와서 조금 올라가면 기록관이 나온다. 기록관은 1960년대 미군 기지에 살았던 코스너 가족의 공간이다.
코스너 가족의 장녀인 수(Sue)가 인터뷰, 전시 검수에 참여해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아 재현했다.
내부로 들어갔더니 코스너 가족의 아늑한 집이 나왔다. 집안 곳곳에 코스너 가족의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코스너 가족의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거실과 주방은 우리나라 전통 가구로 꾸며져서인지 친숙하고 정다운 분위기였다.
아빠 ‘웬델 코스너’의 서재와 딸 ‘수 코스너’의 방까지 구경할 수 있다. 복도를 지나고 처음으로 보이는 방이 웬델 코스너의 서재였다. 서재에는 훈장들과 웬델 코스너의 제복이 걸려있는데, 당시 공군으로 활약했던 웬델 코스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웬델 코스너의 서재 바로 옆이 수의 방이다. 수의 학교생활을 담은 사진과 여러 학교 용품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사진만 봐도 밝고 활기찬 수의 성격이 느껴진다. 따스한 분위기의 방에서 바닥에 앉아 숙제를 하는 고등학생 수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가족’의 애틋함과 사랑을 기록관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낯선 한국에서 서로 의지했을 코스너 가족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던 공간이다. 아늑한 집에서 느껴지는 코스너 가족의 사랑을 같이 온 가족과 함께 느껴보면 좋을듯하다.
맘껏 뛰어 놀자, 마지막 코스 잔디마당
기록관에서 나왔더니 드넓은 잔디마당이 보였다. 잔디마당은 용산 어린이정원의 마지막 코스이자 피크닉 명소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잔디마당을 뛰어다녔다. 잔디마당 옆에는 빈백이 늘어져 있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 아빠가 잠시 쉬기 좋다.
잔디마당에 있는 거대한 마시마로 조형물이 용산 어린이정원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카메라를 켜고 잔디마당에 놓인 마시마로를 찍는 방문객이 많았다. 잔디마당 옆의 가로수길을 걸어봤더니 어린이정원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푸른 하늘과 양쪽으로 늘어진 나무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입장부터 프로그램 참여까지 모두 무료다. 용산 어린이정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방문일 기준 6일 전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한다. 방문예정일과 방문자 정보를 기입하면 예약정보가 담긴 문자가 온다. 방문 시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한다. 자세한 정보는 용산 어린이정원 공식 홈페이지(yongsanparkstory.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글=구소정 여행+기자
영상=김희수 여행+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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