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소도시의 반전’이라 소문난 여행지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전주나 익산 여행 중 몇 시간 정도 들르던 전북 군산이다. KTX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이 작은 도시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인기의 비결을 확인하러 다녀왔다. 직접 둘러보니 군산은 볼수록 참 재밌는 도시였다.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적산가옥이나 오래된 초가집 등을 감각적으로,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몇 발짝 옆엔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본식 별장도 나온다. 조그마한 도시에서 시공간을 드나드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일까. 초원사진관 바로 앞에 쓰인 문구가 자꾸만 맴돌았다. ‘군산, 별거 없는데 이상하게 끌리네.’
수도권에 있었으면 웨이팅 기본 1시간은 해야 할 것 같은 ‘인스타 감성’ 카페부터 전시회에 온 듯한 세련된 호텔까지. 지방 소도시에 대한 편견을 날리는 군산의 이색적인 공간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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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선유 |
자연 속 완전한 고립을 꿈꾼다면 갤러리 카페 ‘공감선유’로 향하자. 정원과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 자리한 이곳은 카페 밖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가로등, 건물 등 풍경을 내부에서 볼 수 없도록 완전히 차단했다.
카페 곳곳의 조경과 소품은 관장인 어머니와 딸이 모두 직접 꾸몄다. 마치 캐슬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고 한다. 주변의 수목을 그대로 활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을 산책하며 3동의 건물에 전시된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의 건물과 예스러움이 묻어난 초가집, 건물을 둘러싼 정원의 테이블 등 원하는 곳 어디에서도 음료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문화이용료 1만원을 지불하면 음료 한 잔과 카페 내 모든 시설을 제한 시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워낙 부지가 크다 보니 놓치기 쉬운 공간과 전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어느 곳에서든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는 것도 매력이다. 정원, 건축, 그림, 음악,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탁월한 선택지다. 사계절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전시도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으니 텀을 두고 재방문해도 좋다.
실외에도 소나무 숲을 거닐며 앉아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역시나 외부 풍경을 보지 않고 자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많은 나무와 거울을 적절히 배치했다. 12년 넘도록 구상한 뒤 오픈했지만, 아직도 이곳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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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서점 쓰담 |
책 읽으며 심리 검사와 음료까지 즐길 수 있는 ‘심리서점 쓰담’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쉼과 위로가 되고자 문을 연 힐링 콘셉트 북카페다. 적산가옥을 개조해 꾸며진 공간으로 일본 가정집에 온 듯한 분위기가 난다.
공간은 음료를 즐기는 음료부와 책을 읽는 서재부로 나뉜다. 고등학교 위기관리상담사 출신 사장이 직접 다양한 검사와 심리에 맞는 책 추천도 해준다. MZ들 사이서 유행인 MBTI검사부터 이성관계, 청소년·아동 상담까지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사장은 “주로 우울할 때 상담실을 찾곤 하는데, 심리서점에 쉽게 드나들며 자신을 많이 알고 즐겁게 인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의 비밀 책, 태어난 날과 연관된 책 등 여러 콘셉트의 책들이 갖춰져 있다. 보육원 출신 등의 이유로 자신의 생일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12월 32일생 추천 책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북클럽이나 글쓰기 원데이클래스 등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책뿐만 아니라 문구, 생화 반려식물 등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여러 물품들이 비치돼 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독서할 수 있는 외부 정원과 테라스도 놓치지 말자. 입장 시 공간이용료 5000원을 내면 음료와 굿즈 등을 이용한 만큼 차감해 결제한다. 심리 검사과 상담을 원하면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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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동 사진스토리움 |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개복동의 130년 된 개복교회 바로 앞에 갓 오픈한 ‘개복동 사진스토리움’은 사진작가와 함께 군산에 관한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문화 공간이다. 사진작가의 각종 작품들, 카메라, 악기 등이 감각적으로 전시돼 있는 분위기 맛집이다.
입구에서 ‘당신은 우리의 콘텐츠입니다’라는 문구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치 예술가의 집에 초대받아 커피나 술, 간식과 함께 사진과 음악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사진은 추억과 기억, 나눔, 따뜻함’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한다는 작가의 삶을 담은 사진을 구경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푹 빠져든다.
현재는 김수관 작가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군산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사진작가, 음악가인 그는 손님들과 월~목요일에는 예약제로 사진 관련 시니어 정보교육이나 사진 치유 및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번개 스마트폰 사진전을 열어 사진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금~일요일에는 밤의 군산을 공연과 함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까지 운영한다. 인근에 주택도 없어 밤늦도록 마음껏 노래를 불러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 클래식 영화나 음악 감상을 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숨겨진 계단으로 올라가면 테이블로 채워진 옥상이 나온다. 실내외로 자리가 넉넉하다 보니 일요일엔 개복교회에서 단체로 방문해 자유롭게 악기연주를 하기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아직 오픈한 지 반년도 안 된 신상 문화 공간인 만큼 앞으로 변화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주말 군산 여행 중 저녁 늦게 열려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때 이곳이 생각나 찾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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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앤모어 |
감각적인 굿즈들만 모은 MZ세대 취향 저격 편집숍, 모어앤모어는 히로쓰가옥 인근 아기자기한 카페와 가게가 즐비한 골목에 자리한다. 자그마한 간판과 통창 가득 채운 귀여운 문구들과 소품들이 발길을 붙든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빈티지, 레트로 콘셉트의 소품들로 빼곡하다. 초원사진관 등 군산의 대표 여행지들을 감각적으로 담은 사진과 굿즈, 엽서들부터 의류, 가방, 문구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가게의 모든 제품은 사장이 직접 써보고 자신의 취향을 담은 물품들로만 구성했다. 엽서, 책갈피 등도 역시 대부분이 필름카메라로 사장이 직접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로 만들었다.
군산 여행 끝 무렵 뻔한 기념품보다는 특별한 선물을 사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보는 걸 권한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가게를 둘러보며 특이한 소품과 사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젊은 여성 고객들에겐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현장에서 구매하지 못해 아쉬운 제품이 있다면 온라인 스토어도 운영 중이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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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다 군산호텔 |
군산에서 손꼽히는 4성급 호텔 ‘라마다 군산호텔’은 은파호수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로 관광지와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로비,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테이블 등 소도시 호텔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스탠다드 객실과 디럭스 객실은 내부 시설 측면에선 동일하나 층고 차이가 있다. 고층 객실인 디럭스 이상의 타입을 이용하면 은파호수를 둘러싼 키 큰 나무들과 군산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침실과 거실을 분리한 스위트 객실, 아이나 어르신을 위한 온돌룸도 마련돼 있다. 기본 어메니티는 객실에 다 비치돼 있으나 칫솔, 치약은 따로 챙겨가야 한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조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호텔이다. 통창으로 초록 가득한 뷰가 펼쳐지는 1층의 라고(Lago) 레스토랑에서 제공한다. 직접 구운 빵을 비롯한 다양한 양식 메뉴와 한식 메뉴가 조화롭게 준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다.
특별한 메뉴는 아니더라도, 속이 편하고 손이 잘 가는 음식들로 채워져 있어 평일에도 많은 이용객으로 붐빈다. 조식을 먹은 뒤 걸어서 은파호수공원을 산책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호텔 지하에는 작은 전시회에 온 듯한 예술 작품과 돌잔치, 워크숍 등을 위한 미팅룸과 행사장이 잘 갖춰져 있다. 피트니스 센터도 운영하고 있어 장기 투숙객에게도 제격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알차게 필요한 부대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어 깔끔하고 편안한 군산 여행 숙소로 손색없다.
군산(전북)= 강예신 여행+ 기자
영상 편집= 이인솔 여행+ 인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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