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예쁘다’ 의 기준은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일에 있는 성과 궁전들은 개인의 취향을 뛰어넘어 ‘우와’라는 감탄사를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어렸을 때 보았던 동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독일의 아름다운 명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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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
(Neuschwanstein Castle)
독일을 대표하는 명소인 이 곳은 전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성 목록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곳이다.
독일 남부 퓌센(Fussen)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화 속 성’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놀이공원 디즈니랜드(Disneyland)의 트레이드마크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성(Sleeping Beauty Castle)’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바이에른(Bavaria)의 왕 루트비히 2세(Ludwig II)가 1869년부터 1892년까지 20년에 걸쳐 지은 성이다.
성이 세워진 당시 배경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외관과는 달리 슬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18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왕이 된 루트비히 2세는 통치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그는 독일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음악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가 왕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에른이 프로이센(Preussen)과의 전쟁에서 패했다.
이후 바이에른은 프로이센이 흡수해 주권 국가의 위상을 잃어버렸다.
이름뿐인 왕으로 전락한 그는 은둔생활을 하며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에 더욱 심취했다.
특히 백조를 타고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로엔그린(Lohengrin)’ 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산꼭대기에 돌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백조의 모습을 형상화한 성을 짓기로 했다.
성 이름에 들어가는 ‘슈반(schwan)’역시 백조를 의미한다.
이후 그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중세의 성을 짓는 일에 대부분의 여생과 재산을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성이 완공되기 전에 사망했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우아한 성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중앙난방·수도·수세식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최신 기술들을 적용해 지었다.
성의 외관이 워낙 유명해 보통 외부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된다면 유료 내부 투어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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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린 성
(Schwerin Castle)
호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그림 같은 성이다.
슈베린 시의 슈베린 호수위에 위치하고 있어 이름을 외우기가 무척 쉽다.
약 천 년 전에는 원래 요새였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 곳은
프리드리히 프란츠 2세(Friedrich Franz II) 대공이 1847년에 추진한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림 같은 모습 때문에 ‘북부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부에는 653개에 이르는 방이 있으며 성 뒤편에 위치한 정원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현재는 박물관 및 내부 일부만 공개 하고 있으며
슈베린이 속한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Mecklenburg-Western Pomerania)주의 의회 건물로도 사용하고 있다.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Kingsman: The Golden Circle)’에서 스웨덴 궁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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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텐부르크 궁전
(Charlottenburg Palace)
베를린에 위치한 이 궁전은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1세(Frederick I)가
사랑하는 아내 소피 샬롯(Sophie Charlotte)을 위해 지은 여름 별장이다.
1695년 착공해 4년 만에 완공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심하게 훼손됐으나 재건 공사를 진행해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원래 이 궁전의 이름은 리첸부르크(Lietzenburg)였다.
하지만 1705년에 아내가 서른여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프리드리히 1세는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궁전에 아내의 이름을 넣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호박 방(Amber Room)’이 원래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에 있었다는 것이다.
호박은 금색을 띠는 보석의 한 종류다. 호박 방은 6000kg에 달하는 호박과 각종 보석, 그리고 황금을 사용해 만들어서
별다른 조명이 없어도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Frederick Wilhelm I)는 이 방을 분해해 러시아의 표트르 1세(Pyotr I)에게 선물로 보냈다.
하지만 이후 나치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하며 호박 방을 약탈해갔다. 이후 러시아는 23년에 걸쳐 호박 방을 복원해냈다.
현재는 러시아 제 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 있는 예카테리나(Ekaterina)궁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의 내부는 무척 화려하게 꾸며져 있으며 궁전 뒤편에 위치한 정원도 잘 조성해 놓았다.
정원만 관람하면 무료이나 되도록 궁내부와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궁전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미술공예박물관과 역사박물관이 있으며 겨울에는 궁전 앞에서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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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펜부르크 궁전
(Nymphenburg Palace)
님펜부르크 궁전은 독일 남부도시 뮌헨(Munich)에 위치하고 있다.
신성 로마 제국에서 독일 황제의 선거권을 가졌던 일곱 제후 중 한명인 페르디난드 마리아(Ferdinand Maria)가 1664년에 세운 건물이다.
오랜 시간동안 아이가 없다가 결혼 10년 만에 후계자가 될 아들이 태어나자 그의 출생을 기념하며 지었다.
원래는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확장공사를 거듭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
님펜부르크라는 궁전의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요정 ‘님프(Nymph)’에서 유래했다.
궁전 중앙 홀 천장에 고대 이탈리아의 꽃의 여신 플로라(Flora)와 그녀가 거느린 님프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여기서 착안했다고 한다.
신분에 관계없이 당시의 아름다운 미인 36명의 초상화를 전시해 놓은 미인갤러리(Schonheitengalarie)가 유명하다.
또한 궁내에 있는 마차 박물관과 도자기박물관도 생각하지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마차 박물관에서는 전체를 황금으로 입힌 마차, 겨울용 썰매 마차, 대관식 마차 등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각종 왕궁마차와 말 장식들을 구경할 수 있다.
도자기 박물관은 궁내에 있는 자체 자기제작소에서 만든 도자기들을 전시해놓아 정교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을 가서 최대한 많은 명소를 눈에 담아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고 가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독일의 성과 궁전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건축물이 주는 벅찬 감동을 온 몸으로 느끼고 올 수 있기를 바란다.
글=강찬미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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