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와 교토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나라현의 아스카는 일본의 고대 국가가 시작된 곳이다.
아스카는 일본 역사의 요람으로, 일본의 역사가 이곳에서 움텄다.
아스카는 다양한 고고학 유물과 더불어 중산간 지역의 평화로운 자연 풍경을 품고 있다. 사람들은 일본의 고대 유물을 보기 위해 아스카에 방문하고, 마을의 평화로운 정취에 빠져든다. 일본의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아스카를 소개한다.
01 일본의 기원, 아스카 |
아스카 기본 정보 |
총면적 24㎢의 작은 마을 아스카에는 1만 명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아스카 곳곳에 있는 논, 아기자기한 일본 가옥 등이 정겨운 일본 시골 마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아스카는 많은 한국 여행객이 방문하는 오사카에서 남동쪽으로 약 40㎞ 떨어져 있다. 오사카 기준으로 아스카까지 차로는 약 40분, 열차로는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아스카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를 추천한다. 길이 좁아 자동차를 운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시골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상쾌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차로 이동할 때는 놓치기 쉬운 곳을 느긋이 감상하기에도 좋다.
아스카 역사 이야기 |
일본의 고대 국가 역사는 아스카 시대(538년경~710년)로 시작한다. 일본은 백제와 중국으로부터 불교와 율령 체계를 받아들임으로써 고대 국가로 거듭났다. 아스카 시대를 거쳐 일본의 예술, 사회, 정치가 크게 성장했다.
아스카 시대가 일본의 기원이라고 평가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호의 변화다. 아스카 시대에 일본의 명칭이 왜국(倭国)에서 일본(日本)으로 변경됐다.
아스카 시대 이후 나라 시대(710~794)에 권력이 현 나라현 나라시인 헤이조쿄(Heijo-kyo)로 옮겨가며 현재의 나라시가 일본 최초의 영구 수도로 선포되었다. 이후 헤이안시대(794~1185)에는 수도가 교토로 바뀌었고, 100년 이상 교토 수도 체제가 지속되었다.
아스카와 백제
아스카 역사를 살펴볼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백제’다. 아스카 시대에 백제와 일본은 긴밀한 문화적 관계를 형성했다.
일본으로 파견된 백제의 학자, 교육자, 예술가 등이 다양한 문화를 일본에 전파했다.
특히 백제는 불교를 일본에 전하며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당대 지어진 목조 건물에서 백제의 건축 양식을 찾아볼 수 있는 등 백제의 영향력은 곳곳에 묻어있다.
02 아스카 역사 명소 |
아스카는 일본이 고대 국가로 첫걸음을 뗀 곳인 만큼 고대 일본의 발자취가 오늘날까지도 곳곳에 남아있다.
네 곳의 주요한 역사 명소를 살펴보며 아스카의 역사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이시부타이 고분 Ishibutai Kofun Tumulus |
이시부타이 고분은 당대 일본의 권력을 쥐고 있던 소가 가문의 지도자인 소가 우마코(Soga Umako, 551-626)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본래 두꺼운 땅이 석실을 덮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땅이 침식돼 거대한 천장석이 드러났다. 무덤은 길이 7.8m, 폭 3.4m, 높이 4.8m로 일본에서 가장 큰 거석 구조물로 알려져 있다.
이시부타이 고분은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적 풍경으로도 명성이 높다. 고분은 넓은 풀밭과 멀리로는 산맥에 둘러싸여 있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다. 벚나무가 많이 있어 벚꽃 소풍을 즐기는 사람이 많으며, 여름에는 주황색과 붉은색의 홍화가 만개한다. 가을에는 히간바나(Higanbana)가 피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히간바나는 초가을에 피어나는 붉은 꽃으로, 보통 묘지 주변에 많이 심는다. 겨울에는 돌을 뒤덮은 눈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가 우마코 蘇我馬子
소가 우마코를 알면 일본 초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아스카 시대의 대표 중앙 호족으로, 일본 왕가와의 혼인 관계를 형성하는 등 정치적 위세를 떨쳤다.
그는 아스카 시대의 주요 역사적 사건이라 볼 수 있는 불교 전파를 이끈 인물이다.
소가 우마코는 아스카 왕족 쇼토쿠(Shotoku) 황태자와 긴밀히 협력해 불교를 전파하는 데에 이바지했다.
불교가 처음 전파되었을 때, 보수적인 세력에 의한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불교는 당대 일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떨치던 소가 가문의 총애를 힘입어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254 Shimashō,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12 일본
254 Shimashō,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12 일본
오카데라 Oka-dera |
오카데라는 기엔(Gien, 義淵) 스님이 7세기에 창건한 간사이 관음 순례의 주요 절이다. 오카데라는 용개사(龍開寺)라고도 불린다. 과거 사나운 용이 인근 시골 지역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사원을 창건한 기엔 스님이 용을 물리치고 사원의 연못에 가두어 돌로 덮어두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사람들은 돌 뚜껑이 흔들리면 곧 폭풍우가 몰려올 것이라 믿는다.
오카데라에서는 뇨이린(Nyoirin) 관음보살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8세기에 만들어진 일본 최대의 점토 불상으로, 일본의 3대 대불 중 하나다. 불상을 만든 고보 다이시(Kōbō Daishi)는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점토를 공수해 불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고보 다이시는 일본 진언종 불교의 창시자로, 일본 불교 역사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사원에는 그의 타계 115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삼층탑이 있다.
불교 기념물이 가득한 내전도 있다. 돌계단으로 이어진 내전으로 가는 길은 다양한 계절 꽃이 빽빽이 심어져 있으며, 고보 다이시에게 헌정된 샘물 우물과 많은 석조 불상을 볼 수 있다. 내전의 끝에는 미래의 부처를 형상화해놓은 부처상이 동굴 내에 안치되어 있다.
오카데라는 사계절 아름답다. 봄과 여름에는 수많은 꽃이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사원을 물들인다. 오카데라의 가을 정취는 특히 명성이 높다. 오카데라를 두르고 수많은 단풍나무가 있어 가을이면 오카데라 사원은 붉게 물든다.
806 Oka,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11 일본
806 Oka,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11 일본
아스카데라 Asukadera temple |
아스카데라는 590년경에 지어진 일본 최초의 절이다. 6~7세기 일본 최고 권력을 쥐고 있던 소가 우마코가 절을 세웠다. 백제의 건축가 및 공예가들이 사찰의 건축을 지도해 한국의 사원 건축 양식의 특징을 많이 보인다.
절은 본래 세 개의 본당을 포함하는 등 현재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수 세기 동안 여러 번의 화재와 지진을 겪으며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라 시대에 수도가 현재의 나라시로 변경되며 사원의 몇몇 건축물이 나라시의 사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아스카데라의 주요 숭배물은 2.7m 높이의 청동 석가모니상이다.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혹은 중국 출신의 석불 제작가가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불상은 일본의 주요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절을 지키고 있다. 서기 609년에 지어진 대불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대불로 인정받는다.
682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03 일본
682 Asuka, Takaichi District, Nara 634-0103 일본
아마카시 언덕 Amakashi Hill |
아스카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 전망대다. 아마카시 언덕은 아스카 마을의 중심에 150m 높이로 우뚝 서있어 주변 경치를 비롯해 아스카의 주요 역사적 명소를 한눈에 보여준다. 아마카시 언덕은 과거 소가 가문의 집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아마카시 언덕 전망의 하이라이트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만요슈(Manyoshu) 선집에서 칭송되는 야마도 3산 전망이다. 아마카시 언덕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우네비산(Unebi), 북쪽으로 미미나시산(Miminashi), 동쪽으로는 아마노카구산(Amanokagu)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일본 〒634-0107 Nara, Takaichi District, Asuka, Toyoura, 788 아마카시 언덕
일본 〒634-0107 Nara, Takaichi District, Asuka, Toyoura, 788 아마카시 언덕
고대 일본의 정취를 그대로 품고 있는 아스카.
아스카에서 일본 역사의 시초를 배우고, 정겨운 시골 마을의 정취와 자연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조유민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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