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한 관광객이 고대 유물을 훼손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 등 외신은 한 미국인 관광객이 바티칸 박물관 내 키아라몬티 박물관에서 고대 로마 조각상을 산산조각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뒤 이를 거절당하자, 전시돼있던 로마 흉상 하나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는 도망치던 중 다른 흉상 한 점을 더 쓰러뜨렸다. 남성은 얼마가지 못해 바티칸 경찰에 체포됐다. 바티칸 경찰은 그를 이탈리아 당국에 인계했다. 그는 현재 재산손괴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마테오 알레산드리니(Matteo Alessandrini) 바티칸 박물관 대변인은 파손된 유물이 모두 고대 로마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한 흉상은 코와 귀가 떨어졌으며 다른 흉상은 받침대와 머리가 분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흉상 모두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흉상은 파손 직후 박물관 복원실로 옮겨졌다. 복원 완료까지는 총 350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바티칸은 문화재 보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희년을 준비하며 바티칸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에 대한 보안 조치가 강화된다면 향후 관광객들의 자유로운 관람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바티칸을 포함한 이탈리아 전역은 관광객들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7월, 한 캐나다인 관광객이 콜로세움에 이름을 새기다가 붙잡혔으며 스페인 계단 아래로 스쿠터를 타고 내려오던 미국인이 체포된 적 있다.
글=이가영 여행+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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