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 홍지연 에디터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우리네 일상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여행은 더 그렇습니다.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국내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상황에서는 ‘언택트’를 내세운 캠핑이나 차박 같은 여행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죠.
코로나 사태 이후 5월 황금연휴, 7~8월 여름 휴가 그리고 추석 연휴와 한글날 연휴까지 총 4번 이상의 굵직한 연휴를 겪으면서 우리의 여행 풍경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바로 지방 호텔과 리조트들의 약진입니다. 여행에서 위생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펜션이나 모텔보다는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호텔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확실해졌어요. 추석 연휴 기간 주요 강원도 지역 리조트 투숙률이 최대 90%에 육박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강원도뿐만 아니었습니다. 한글날 연휴 때는 경주 역시 호텔 객실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참에 여행+가 지방 호텔들을 꼼꼼히 조사했습니다. 찾아보니까 지방 곳곳에 서울보다 더 럭셔리하거나 가성비 좋은 호텔 브랜드들이 꽤 있더라고요. 신라와 롯데 같은 이미 정평이 난 브랜드부터 켄싱턴, 라한호텔처럼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더 알아주는 브랜드까지 생각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습니다. 전국 5개 이상 지역에서 호텔 혹은 리조트가 있는 국내 토종 브랜드 7곳을 골랐습니다. 각각 브랜드의 특징과 호텔 현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호텔의 장점과 단점 등 이용팁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소개할 브랜드는 라한호텔입니다. 현재 전국에 총 6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라한호텔의 경우 주말의 경우 전 지점에서 약 90%대의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한’은 몰라도 씨마크는 안다
라한호텔은 현재 국내에 총 6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Our hotel’ 메뉴에 1 호텔현대 바이라한 울산, 2 라한셀렉트 경주, 3 라한호텔 포항, 4 호텔현대 바이라한 목포, 5 라한호텔 전주 그리고 6 씨마크호텔이 올라와 있어요. 그런데 <라한호텔> 브랜드 소개에 보면 또 씨마크호텔이 빠져있습니다. 엄연히 따지면 씨마크호텔은 소유권 없이 운영만 맡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작을 따지면 라한호텔과 씨마크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라한호텔 브랜드를 설명할 때 씨마크호텔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브랜드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라한호텔의 전신은 ‘호텔현대’입니다. 호텔현대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였다가 2017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이 됐어요. 모든 지점은 회사가 매각되면서 소유권까지 같이 넘어갔지만 씨마크호텔은 현대중공업이 계속 소유하고 있고 라한호텔에서 위탁경영 계약을 맺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름에 현대가 들어간 울산, 목포, 최근 리모델링 오픈한 경주(구 경주 현대호텔)와 씨마크호텔은 본래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던 호텔이었고 라한호텔 포항(구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과 전주(구 르윈호텔)는 한앤컴퍼니에 매각된 이후에 라한호텔에서 자체적으로 리브랜딩 오픈한 호텔들이에요.
내부 사정이 조금 복잡한 씨마크 호텔. 일반 이용객이 이런 사정까지 파악하고 호텔을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건, 씨마크 호텔이 정말 잘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호텔 재건축을 마치고 씨마크 호텔이라는 새 이름으로 개장하면서 강릉뿐 아니라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럭셔리 호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씨마크 호텔의 가장 작은 객실 규모는 13.3평. 서울 시내 특급호텔 기본 객실 크기는 10평 남짓인 것에 비하면 큰 편이죠. 통창을 통해 파란 바다가 넘실대는 객실과 푸른 동해와 이어진 듯 인피니티풀장이 이슈를 끌면서 씨마크 호텔은 단숨에 전국구 호텔이 됐어요.
여태까지 1박 숙박비가 4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을 못 본 것 같아요. 비수기 때도 말이죠. 가격이 비싸다는 건 이중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킵니다. 대체 뭐가 특별하길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특히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도 꾸준하게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호텔은 더 그렇죠.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도 20만원 대로 숙박요금을 낮추는 코로나 시기에도 씨마크는 30만원대 후반을 유지했습니다. (세금이 더해지면 40만원이 넘죠.)
비싼 호텔=럭셔리 호텔, 이라는 공식이 매번 맞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호텔을 찾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국내 토종 브랜드 호텔이 웬만한 외국계 호텔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다는 사실에 묘한 자부심까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호텔처럼 객실이라는 공급 측면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수요가 줄어들 때는 일반적으로 가격을 낮춰 객실을 채웁니다. 객실을 빈 채로 두는 것보다는 가격을 조금 내리더라도 손님을 받는 것이 낫기 때문이죠. 이런 일반적인 계산법에 따르지 않고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건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씨마크 가격 정책에 대해 업계 여기저기 물어봤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건 쉽지만 한번 낮아진 가격을 다시 올리면 반감이 어마어마하다. 가격대를 높게 유지하고 럭셔리 호텔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절대 객실 요금을 낮추지 않는 거다” 등 다양한 추측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뭐 어쨌든 ‘고가 전략’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많은 호텔 매니아들 머릿속에 씨마크 호텔은 ‘비싼 곳’ ‘아무나 못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거쳐 강원권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이라고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씨마크 호텔이 라한호텔의 소유가 아닐지라도, 라한호텔이 씨마크 호텔을 위탁 경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누군가 지방 호텔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라한호텔 가봐”라고 얘기하면 시큰둥하지만 “씨마크 운영하는 회사가 지은 호텔이야”라고 설명을 덧붙였을 때는 솔깃한 반응입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한옥마을의 풍경을 바꾼 라한호텔 전주,
보문단지의 보물된 라한호텔 경주
씨마크 호텔 이야기를 잔뜩 풀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씨마크 호텔은 라한호텔이 아닙니다. 반쪽짜리인 거죠. 위에서 설명했듯이 위탁 경영만 맡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건물이나 시설 등 호텔현대 시절에 이미 갖추어 놓은 것을 어떻게 고객에게 서비스할지, 즉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풀어낸 것이 바로 라한호텔이라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씨마크 호텔이 ‘럭셔리 호텔’로서 자리매김한 건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설은 물론 서비스적인 모든 부분이 어우러졌기 때문이겠죠.
라한호텔이 인상적인 건 씨마크 호텔의 고가 전략 때문만은 아니었는데요. 씨마크 같은 대규모 럭셔리 호텔, 목포나 울산 같은 지방 중소도시의 비즈니스급 호텔도 운영해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라한호텔은 새로운 호텔, 오롯이 ‘라한’이라는 브랜드의 색깔을 입은 호텔들을 속속 오픈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코로나 시대에도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20년에 들어 호텔을 두 곳이나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2020년 4월에 리뉴얼 오픈한 라한셀렉트 경주와 전주와 그것입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기존 현대호텔 경주를 리뉴얼해 오픈했고, 전주 역시 기존 호텔 건물을 매입해 오픈한 것입니다. 오픈 1년도 안 됐고, 코로나 악재에도 두 호텔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두 호텔 모두 ‘인생샷 맛집’으로 이름이 났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다니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특화된 호텔로 꼽힙니다. 전주의 경우 한옥마을과 바로 붙어 있어 객실에서도 한옥마을 전경을 찍을 수가 있고요. 특히 전주 유일의 루프탑 수영장이 있어서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전주가 젊은 층 혹은 비즈니스 여행객을 겨냥한 호텔이라면 보문호수를 끼고 있는 라한셀렉트 경주는 리조트에 가까운 호텔입니다. 널찍한 야외 수영장과 어린이 놀이시설, 볼링장, 서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가족 여행객에게 반응이 좋아요. 라한셀렉트 경주의 백미는 바로 봄날입니다. 보문호수 둘레를 따라 심어진 벚꽃나무에 벚꽃이 만발해 분홍색 띠를 이룹니다. 호수와 어우러진 벚꽃 띠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호텔 객실입니다.
전주 가격대는 10월 21일 1박 기준 10만5000원부터. 같은 기간 경주는 16만2000원부터입니다. 아 참고로 위에 소개한 씨마크는 10월 21일은 예약이 모두 끝났고요. 10월 30일 기준 48만4000원부터입니다.
라한호텔 목포에 남성 사우나만?
강원도권 최고 럭셔리 호텔도 운영하고 있고,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호텔 컨셉도 곧잘 정하는 라한호텔. 라한호텔이 영리한 건 기존의 호텔을 인수해 리뉴얼 오픈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호텔이 있었다는 건 일단 입지적인 측면에서 검증이 된 거고 아무래도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도 단축될 거고요.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지점별 편차가 심하다는 것인데요. 최근 오픈한 전주, 경주는 최근 트렌드를 잘 파악했다는 호평을 받는 반면 울산과 목포는 올드한 분위기입니다. 목포에는 세상에, 남성 사우나만 있습니다. 2년 전 출장을 갔다가 들렀는데, 남성 사우나만 있고 여성 사우나는 없다는 사실에 완전 깜짝 놀랐어요. 울산 역시 남성 사우나만 있다가 2018년 리뉴얼 오픈하면서 여성 사우나가 신설됐다고 하네요. 현대호텔 목포가 그렇다고 70~80년대에 오픈한 호텔도 아니에요. 2006년에 문을 연 호텔에 남성 사우나만 있다뇨. 일정 끝나고 사우나 하러 가는 남성 일행의 뒷모습을 보며 뭐랄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뷰가 중요하다면 라한호텔
라한호텔은 6개 지점 모두 뷰가 특히 예쁩니다. 전주를 제외하고 전부 바다 혹은 호수 같은 물가를 끼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라한호텔이 특별한 건 호텔업을 단순히 객실 판매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 콘텐츠를 넣으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지방에도 그럴싸한 호텔이 많이 생겨서 선택지가 많아지는 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니까요. (코로나 시대 국내여행을 하면서 지방에 괜찮은 숙소가 없다는 점을 여기저기서 지적하시더라고요.) 다만 아쉬운 건 전주나 경주 같은 이미 검증이 된 국내 유명 관광지 위주로 호텔을 오픈한다는 점입니다. 숨겨진 여행지를 발굴해 그 지역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긴 독특한 숙박시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라한호텔 측에 서울에 지점이 없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2018년 출범한 신생 로컬 호텔 브랜드로서 국내 주요 관광도시거점으로 ‘라한’이라는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고 답을 했네요.
홍지연 여행+ 에디터
사진 및 자료제공=라한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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