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사는 한 11세 소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영국까지 약 2700㎞를 걸어간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소년은 지난 6월 중순쯤 집을 떠나 석 달 만에 런던의 할머니 댁에 도착했다.
놀라운 사연의 주인공은 영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미오 콕스(11). 이 가족은 지난해 영국에서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지중해 섬 시칠리아로 이사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영국행 하늘길까지 막히게 되자 할머니와의 왕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소년은 수개월째 만나지 못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 대신 ‘도보’를 택했다. 콕스는 “부모님께 여쭤보니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50번 정도 끈질기게 설득하니 결국 허락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6월 소년은 아버지 필과 함께 길을 나섰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무려 2735㎞를 걷는 긴 여정은 길을 잃기도 하고, 들개에 쫓기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들개에 쫓긴 사건 이후, 이들 부자는 지름길을 택하기보다 순례길의 수녀원과 호스텔에 머무르며 이동했다. 콕스는 “발이 피투성이가 됐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며 “별빛 아래에서 잠들고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중간중간 배와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여정의 80% 이상을 걸었다. 그렇게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 계속 이동한 결과 지난달 21일이 되어서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콕스와 아버지는 2주간의 자가격리 후에 지난 4일, 마침내 할머니 집이 있는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도착했다.
할머니 집이 보이는 골목에서부터 걸음을 재촉한 콕스는 현관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달려가 품에 안겼다. 뜨거운 포옹으로 손자를 반긴 할머니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주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처음에는 나를 보러 이탈리아에서부터 걸어오겠다는 손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며 감격했다.
콕스는 이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아빠는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더 이상 모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저는 이미 또 다른 모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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