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한 요양원에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남성이 다녀간 뒤 최소 7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한 요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산타 옷을 입고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입소자 61명과 종사자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대부분은 무증상자이거나 경증 환자로, 소수의 중증 환자들만 산소마스크 치료를 받고 있다.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 1명이 사망했으나 산타와의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플랑드르 지역엔 매년 12월 6일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을 확인하는 풍습이 있다. 올해 산타 역할을 맡은 남성은 이 지역 주민의 아들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요양원에 방문했다. 하지만 방문 며칠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졸지에 ‘슈퍼 전파자’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요양원에서 답답하게 생활하던 사람들도 모처럼 생긴 이벤트에 즐거워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산타 역할을 했던 남성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서도 “요양원 방문 당시는 증상이 없었다”며 위기관리센터와 사전에 협의한 활동이었음을 강조했다.
요양원 측은 처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행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 제보를 통해 입소자와 직원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산타와 밀착해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요양원이 있는 몰(Mol)시의 시장은 방송에 출연해 “산타는 선한 의도였겠지만 상황이 잘못되고 말았다.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벨기에 루벤 카톨릭 대학의 한 전문가는 “한 명이 너무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다”며 요양원에 환기가 제대로 안된 것을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이 시국에 산타 방문 이벤트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1100만 명의 벨기에는 15일 기준 누적 확진자 60만9211명, 사망자 1만8054명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말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의사들까지 병원 진료에 나서는 등 의료 붕괴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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