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 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영국이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앤테크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백신을 접종한 91세 영국 노인의 소감이 화제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CNN이 영국 런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91세 할아버지 마틴 케년이 그 주인공이다.
마틴 케년은 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CNN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백신을 맞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세상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잘 아는 병원에 전화해 백신 접종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병원에서 ‘그렇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병원에서 이것저것 묻길래 ‘맞다’, ‘아니다’ 답해줬고 12시 반에 오라고 했다”라며 차 댈 곳이 없어서 좀 늦었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어쨌거나 여기(병원)에 왔고 나를 대기자 명단에 올려주더라. 그동안 나가서 형편없는(rather nasty) 점심을 먹고 돌아와 접종했다”라며 “전혀 아프지 않았다. 바늘이 나올 때까지 들어간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 중 한 명이 된 소감을 묻는 말에는 “그런 건 전혀 못 느끼겠고, 이 망할 병(코로나19)에만 안 걸리면 좋겠다”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오래오래 살아서 손녀딸들이 크는 걸 보고 싶다는 그는 오랫동안 손주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백신 맞았다는 얘기를 해줄 작정이라며, 자신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건 “아무도 모르고 기자 양반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별로 재미도 없는(very unexciting)” 접종 증명 카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병원에서 준 부작용에 대한 설명서를 읽는 것을 깜빡했지만 내 나이에는 어디든 다 아프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덤덤한 표현으로 일관한 그의 인터뷰는 진정한 영국인의 화법이라며 누리꾼들을 열광하게 했다.
인터뷰가 주목받자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그 영상은 정말 재미없었다. 사람들은 더 좋은 것을 이야기할 수 없나”라며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손녀딸들을 안아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으로선 그 아이들이 나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이 가장 높다”라고 덧붙였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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