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부부가 마트에서 산 양상추에 숨어 온 독사를 멀고 먼 고향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1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에 사는 알렉스와 아멜리 부부는 최근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샐러드를 만들려던 중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했다.
의아해하며 구매한 물건들을 살펴보던 부부는 양상추 봉지 안의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혀를 날름거리며 꿈틀대던 녀석은 다름 아닌 뱀 한 마리였다.
약 20cm 길이의 뱀은 부부의 인기척을 느끼자 더욱 활발하게 ‘쉭쉭’ 소리를 내며 양상추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경악한 부부는 곧바로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전화해 뱀의 사진을 보내며 대처 방법을 물었다.
잠시 후 야생동물단체 측은 “몸통이 어둡고 머리가 흰 것으로 보아 호주 고유종인 ‘페일 헤드 스네이크(창백한 머리 뱀)’”라며 “아직 어린 새끼로 보이지만 위험한 독성을 가진 종”이라고 답했다.
호주 박물관에 따르면, 페일 헤드 스네이크에 물리면 심각한 두통, 비정상 출혈,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습격을 받은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코앞에 있는 뱀이 독사라는 사실에 부부는 기겁했다. 그러나 이내 고향을 떠나 먼 곳까지 실려 온 새끼 뱀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야생동물단체와 마트에 찍어 보낼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새끼 뱀에 정이 든 것도 같았다.
두 사람은 마트에 문의해 문제의 양상추가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 터움바에서 났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야생동물단체에 “뱀이 원래 살았든 터움바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뱀을 풀어줄 안전한 장소를 모색하던 단체 역시 부부의 제안에 동의했다. 부부는 새끼 독사를 고향으로 보내주는 길에 함께 할 예정이다.
알렉스는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새끼 뱀은 정말 귀여웠다”며 “집을 떠나 있는 자녀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보여줬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멜리 역시 “마트에서 양상추를 살 때 봉지에 구멍 난 곳은 없는지 꼭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농담을 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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