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최소 2~3개월에 한 번씩은 꼭 비행기를 탔어요. 오스트리아와 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비행기를 자주 탔고 좋아하게 됐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비행기를 못 타게 되자 너무 우울했어요. 특히나 기내식을 아주 좋아했는데, 여행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직접 이전에 먹었던 기내식을 재현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요리하기 시작했죠.”
8일(현지시간) CNN은 집에서 직접 만든 기내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유명해진 남성 닉 센하우저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 사는 그에게 비행기는 ‘일상’이었다. 태국에 살고 있는 부모님, 미국과 스위스, 스페인에 사는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팬데믹 직전까지만 해도 3주에 한 번은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영국에서 봉쇄가 이어지며 그는 2020년 2월 일본으로부터 돌아오는 비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됐다. 평생을 여행하며 살아온 그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무기력과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매일 집에서만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이전에 탔던 비행기 사진들을 찾아보고, 기내식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떠올리며 견뎌야 했다”며 “기내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내식 덕후’들에게 감명을 받아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닉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전에 맛본 기내식을 그대로 재현해내기 시작했다. 태국 항공사의 타이 카레, 오스트리아 항공사의 스페츨러, 독일 항공사의 소고기 굴라쉬와 훈제연어 등 다양하다.
그는 기내식을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공사 특유의 용기와 컵, 수저 등까지도 신경을 썼다.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 구성 및 식탁보까지도 차별화했다. 동성 커플인 그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용도뿐 아니라 함께 사는 남자친구와 직접 먹기 때문에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행이 그리워 비행기 영상을 찾아보던 내가 이제는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를 기억해내기 위해 영상을 돌려보게 됐다”며 “재미로 시작했던 요리가 어느새 비행기 탑승을 대체할 새로운 취미가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행 욕구 해소 외에도 그에게 또 다른 선물이 찾아왔다. 그의 기내식 콘텐츠를 즐겨 보던 오스트리아 사람이 그가 갖고 있지 않던 기내식 비품을 보내주는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닉은 “감금되어 있다시피 이어지던 일상에 부엌에서 기내식을 만들며 보낸 하루의 3~4시간이 한줄기 빛이 됐다”며 “당연시했던 비행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인간관계 온정도 느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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