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알려졌던 소설가가 알고 보니 중년 남성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무려 3명이었다. 스페인 최고 문학상이라 불리는 플라네타(Planeta) 시상식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름, 사진, 지난 날의 행적까지 ‘사기’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스페인에서 열린 문학상 시상식의 소설 부문 수상자는 카르멘 몰라(Carmen mola)였다. 스릴러 역사 소설 ‘야수’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약 14억 원의 상금을 주는 현지 최고 문학상이라 시상식에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도 참석했다. CNN은 당시 수상자가 호명되자 현장의 분위기가 순간 어수선해졌다고 보도했다. 필명 카르멘 몰라로 활동하는 여성 작가가 알고 보니 남성 3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호르헤 디아즈(Jorge Diaz), 어거스틴 마르티네즈(Agustin Martinez), 안토니오 메르세로(Antonio Mercero)로 40~50대 남성이다. 그들은 낮에는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밤에는 소설을 쓰는 교수로 활동해왔다. 기획사 홈페이지에도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의 여성이라 소개해놓았고 여러 장의 여성 사진을 게시한 상태였다. 과거 인터뷰 내용도 문제가 됐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사는 중년 여성이라 말한 바 있다.
시상식 후 논란이 커지자 정체를 숨겨온 이유를 밝혔다.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동 작업을 인정해주지 않는 문학계 풍토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술과 음악계는 공동 작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문학계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라며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성별을 마케팅에 이용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학 교수로 정적인 삶을 사는 카르멘 몰라의 필체가 폭력성을 잘 묘사해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베아트리크 히메노는 “여성 필명을 쓴 것도 모자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성 행세를 해왔다”며 사기꾼이라 비난했다. 또 스페인 엘문도 신문(El Mundo)은 “여성 소설가 행세가 사기라는 걸 삼인방 중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