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있다면 보스니아에는 ‘쿠지크 씨의 돌아가는 집’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보진 쿠지크 씨 자택에 숨겨진 특별한 사연을 보도했다.
보스니아 북부 스르바츠 지역 인근 한 시골집이 화제다. 360도 회전 가능하여 실시간 파노라마 뷰가 가능하다. 옥수수밭, 인근 숲,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까지 원하는 곳 어디든 누워서 볼 수 있다.
집주인 보진 쿠지크(Vojin Kusic, 72) 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서 집을 지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아내가 집에서 다양한 풍경을 보고 싶어 했다. 어차피 집 수리도 할 겸 아내 불평도 잠재우고 싶어서 집을 지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쿠지크 씨는 집 공사를 시작하며 아내에게 “당신이 꿈꾸던 대로 회전하는 집을 만들어줄게”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쿠지크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은 집에 대해 끊임없이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집은 속도도 조절 가능해요. 느리게 회전하길 원하면 24시간 동안 천천히 회전하고, 빠르면 22초 만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다만 쿠지크 씨의 아내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새 집에 대해 답변하길 거부했다.
사실 쿠지크 씨는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는 건축에 대해 단 한 번도 정규 교육을 받은 적 없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스스로 공부했다.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와 전기·물리학자 마이클 푸핀이 쿠지크 씨의 정신적 멘토였다는데,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교육 없이도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해나갔기 때문이다.
6년이 넘는 건축 기간 동안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간에 심장 질환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픈 와중에도 집과 아내에 대한 사랑은 잊지 않았다. 그는 입원 중에도 의사에게 “제발 일 년만 더 살게 해주세요. 끝내야 할 공사가 있어요. 내가 죽으면 아무도 그 집을 완성하지 못해요”라고 빌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가 일출과 일몰을 모두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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