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손꼽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2세 이상 여학생에게 남성이 참석한 공공행사 노래 금지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타임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교육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앞으로 12세 이상 여학생은 남성이 참석한 공공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학생들은 여성만 참석한 행사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남자 음악 교사로부터 지도받는 것도 불허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변인은 조치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행사 준비를 위한) 노래 연습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금지 조치가 왜 여학생에게만 적용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인권 단체들은 아프간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금지령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설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후마이라 카데리는 “이번 조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뤄낸 가장 긍정적인 성과 중 하나인 여성 인권 회복을 훼손했다”고 규탄했다.
시인 카와 조브란도 “정부가 여성 탄압을 통해 탈레반 재집권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냐”며 비난했다.
아프간에서는 공적인 행사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잦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집권한 탈레반은 여성에게 노래 제창과 음악 감상 등을 못하게 했다. 여성은 남성과 동행해야만 외출할 수 있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눈 위 망사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부르카’ 착용이 강제됐다. 또 여자 어린이에 대한 교육도 금지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 침공으로 무너진 이후로 여성 인권도 차츰 회복됐지만, 이번 노래 금지령이 여성 인권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태권도 등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납치, 테러가 빈발하고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아 관광객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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