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전 지구적 문제다. 많은 나라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급감하는 주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자에게 현금을 주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인구 감소는 결국 돈 문제였을까?
주목을 끈 마을은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산촌 산토 스테파노 디 세사니오(Santo Stefano di Sessanio).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마을은 이탈리아 아브루초주 라퀼라도에 있는 작은 코무네이다. 코무네(comune)는 이탈리아 기초자치단체 행정 구역을 말한다. 아펜니노산맥 고지대에 있는 중세풍 마을로, ‘그란 사소 에 몬티 델라 라가’ 국립공원이 있다. 지난 2009년 라퀼라 지진으로 인해 마을의 상징이었던 메디치 탑이 붕괴됐다. 17세기 지어진 ‘마돈나 델 라고’ 성당도 크게 손상됐다.
어쨌든 이렇게 역사적인 유산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생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 마을의 인구는 고작 115명에 불과했다. 65세 이상이 41명이나 됐다. 20세 이하 젊은 인구는 13명 밖에 없었다.
마을은 재건을 목표로 이주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나이는 18세에서 40세 사이,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하고 일단 이주하면 최소 5년은 거주하면서 사업을 해야 하는 조건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연간 8000 유로(약 1091만 원) 보조금을 지급하고, 파격적인 금리로 주택대출도 알선해 준다. 게다가 이주자가 사업을 시작하면 2만 유로(2730만 원)까지 분담금도 대주기로 했다.
결과는? 흥행 대성공이었다. 당초 이 마을은 20여 명 정도 이주자를 예상했는데, 신청자만 2만 7000명에 달했다. 신청자 중에는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외국인들도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서 시골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증가한 가운데 현금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는 산토 스테파노 디 세사니오 외에도 이주자에게 현금을 주는 주민 유치 정책을 펴는 자치단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멸종 위기에 처한 마을이 크게 늘고 있는 탓이다. 지난 2016년 현재 이런 위기에 처한 마을이 2500곳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경제가 낙후한 남부 지역이 특히 심하다.
최용성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