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한 탈옥범이 경찰서에 자수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1992년 탈옥 후 무려 29년 동안이나 도주 생활을 이어갔다.
AP 뉴스는 탈옥범 다코 데시치(Darko Desic)의 기구한 사연을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월 한 의문의 남성이 호주 시드니 북동쪽 디와이 해변 인근 경찰서에 나타났다. 스스로 다코 데시치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29년 전 자신이 그래프턴 교도소를 탈출한 탈옥범이라고 자수했다.
약 30년 전 그는 대마초 밀매 혐의로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992년 8월 쇠톱과 나사 절단기를 이용하여 교도소 울타리를 절단하고 그 틈새로 탈출했다. 석방까지 불과 14개월 남은 상태였다. 경찰은 ‘호주의 지명수배자’라는 TV 방송까지 동원하여 그를 추적했지만 끝내 검거하지 못했다.
올해 10월에 열린 재판에서 시드니 중앙지방법원은 그에게 2개월 추가 수감을 선고했다. 현지 언론들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형량이다. 호주에서 탈옥은 최대 10년 형까지 가능하다.
낮은 형량에 대해 제니퍼 앳킨슨 담당 판사는 “징집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실 다코 데시치 씨는 유고슬라비아 출신 불법 이민자다. 그는 수감을 마친 후 모국인 유고슬라비아로 추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전쟁 중이라 젊은 남성을 닥치는 대로 징집해갔다. 데시치 씨는 유고슬라비아 귀국 후 행해질 군대 징집을 몹시 두려워해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옥 후 데시치 씨는 막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갔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올해 6월 시드니에 봉쇄령이 내려지자 일자리를 잃고 길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9월에 자수했다.
도주 생활 29년 동안 데시치 씨는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경찰의 추적이 무서워 깨끗한 생활을 이어갔다고 그의 법률대리인이 AP 뉴스에 전했다.
재판을 담당한 앳킨슨 판사는 데시치 씨가 29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꼽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라고 평하며 “그는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호주 검찰은 판결문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은 데시치 씨에게 최고형을 구형한 바 있다. 탈옥에 대해 ‘로맨틱한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콧 윌리엄스 담당 검사는 “탈옥 후 얼마가 지나든지 끝까지 엄벌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