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매 시장에서 공룡 화석을 사고파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재벌이나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화석을 소장하고 자랑하는 일이 유행하는 가운데,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 연구를 방해하는 풍토라고 비판 중이다.
예술 전문 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다국적 경매회사 소더비는 7700만 년 된 공룡 화석을 610만 달러(약 81억 원)에 지난 7월 매각했다. 해당 화석은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 고르고사우루스의 유해로, 현존하는 20여 개의 고르고사우루스 화석 중 보존 상태가 최상급이었다.
소더비의 경매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화석을 사고파는 문화가 학문 연구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든버러 대학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트(Steve Brusatte)는 “공룡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되고 있다”며 “부유한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사치품으로 전락했다”고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공룡 화석이) 명화나 클래식 자동차, 오래된 위스키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룡 화석 거래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영국의 경매회사 크리스티(Christies’s)는 벨롭키랍토르 화석을 1240만 달러(약 165억 원)에 판매했고 비슷한 시기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을 3180만 달러(약 425억 원)에 경매에 부쳤다. 파리 경매 회사 드루오(Drout)는 작년 10월 트리케라톱스 화석을 740만 달러(약 98억 원)에 판매했다.
화석 경매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과학계는 학문 연구 대상인 화석이 개인 소장품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위스콘신 대학의 고생물학자 토마스 카(Thomas Carr)는 “공룡 뼈 경매는 돈에 대한 탐욕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과학계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더비의 수석 부사장인 카산드라 해튼(Cassandra Hatton)은 “화석은 수백만 년 동안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화석이 개인 소유가 되어도 언젠가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매가 과학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개인 수집가가 박물관에 소장품을 기증하거나 대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글= 허유림 여행+ 인턴기자
감수=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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