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 이 7곳을 가지 않고 제주의 봄을 봤다 말할 수 없다

[여행+제주] 이 7곳을 가지 않고 제주의 봄을 봤다 말할 수 없다

시인이기도 한 이해인 수녀는 봄이 참 좋았나 보다. 2015년 내놓은 ‘언제라도 봄’이란 시에서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라고 노래했다. 그러면서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그렇다. 봄은 어쩌면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사랑하고 있다면 무조건이다. 예비신랑 현빈도 ‘시크릿 가든’이란 드라마에서 “너는 나의 봄이다”라는 애정어린 대사를 던지며 하지원과 사랑에 골인한다. 봄이 상징하는 생동감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대변한 장면이다.

너와 나의 봄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는 봄을 느낄 새 없이 혼돈의 일상을 살고 있다. 올해까지 그렇게 흘려보낸다면 억울하다. 특히나 ‘계절 봄’은 ‘마음의 봄’처럼 항상 곁에 둘 수 없다. 떠나기 전 즐겨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는 곳 제주는 그런 면에서 제격이다. 눈 깜짝할 새 다가올 봄을 즐기기 좋은 제주의 여러 곳을 떠나본다. 감히 이 7곳을 가지 않고 제주의 봄을 봤다 말할 수 없다. 올 봄 제주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꼭 챙겨두시길.

숲이 내뿜는 새 생명의 향기 … 고근산

사진 = 제주관광공사

봄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최남단 서귀포다. 서귀포의 한 가운데 살포시 솟은 고근산은 이쯤되면 싱그러움을 한껏 뽐낸다. 겨우내 붉게 물들었던 삼나무와 편백이 초록의 싱그러움을 머금어 짙은 숲의 향기를 내뿜는다.

서귀포시 시내권에 위치한 ‘외로운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근산은 왕복 30분 코스로 가볍게 오르기 좋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다다라 서귀포 바다와 한라산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 고근산 정상에서 한라산과 서귀포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기에도 그만이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고근산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정상에서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화구 둘레길로 이어지는 곳에선 한라산이 옆에 있는 듯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서귀포의 동쪽과 서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화구 둘레길은 숨은 명소로 꼽힌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저녁녘에 찾는 것도 추천한다. 끝 모를 밤바다를 중심으로 서귀포 칠십리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소담하고 깊은 숲 … 납읍리 난대림 지대 금산공원

사진 = 제주관광공사

엉겁결에 뜰 뻔 한 곳이다.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거주해 화제를 낳은 소길리가 지근거리이다 보니 은근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애월, 그중에서도 납읍리 얘기다. 납읍리에는 사시사철 울창한 숲이 있다. 바로 난대림 지대인 금산공원이다. 상록활엽수와 난대성 식물 200여 종이 자라는 이곳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한 바퀴를 두르는 거리는 400m 남짓이지만 걷는 속도를 늦출 때, 비밀스러운 풍경을 드러낸다. 온화한 지역에서 온 나무들은 제각기 자유로운 모양새로 잎과 가지를 힘껏 뻗어 생명력을 뿜어낸다. 옛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던 송석대와 인상정은 이곳을 찾는 이를 위한 고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됐고, 마을제를 지내는 포제청은 늘 푸르른 숲처럼 변함없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운이 좋다면 공원을 오가는 길목에서 저물어 가는 동백꽃과 금방이라도 꽃잎을 틔워낼 벚꽃을 모두 볼 수도 있다.

살랑살랑 봄바람 … 대평리 & 박수기정

사진 = 제주관광공사

소녀가 서있는 빨간 등대와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만으로 찾아봐야 하는 곳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때가 되면 이 풍광은 더욱 강하게 도드라진다. 그 마을 이름은 대평리다. 올레 9코스를 걷다 보면 만나게 된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마을’로 알려져 있다 보니 육지인들이 내려와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도시보다 느리게 흐르는 일상은 여행객들의 시선을 받기에도 충분했다. 대평리 마을에는 소나무가 무성한 산길과 소녀상이 있는 대평포구, 골목 사이사이에는 독특한 카페들이 있어 천천히 산책하면서 쉼을 얻기에 좋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특히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을 지닌 박수기정은 병풍같이 쭉 펼쳐진 모습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동심으로 향하는 무지개

…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 & 더럭초등학교

사진 = 장주영 기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모이면 우리는 무지개라고 부른다. 화려한 색의 나열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게 마치 봄이란 계절과 닮았다. 언제부터인가 이 무지개를 콘셉트로 한 풍광을 꾸민 스폿이 늘고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주가 선두권이다. 제주국제공항 뒤편 도두봉 근처의 ‘무지개 도로’라 불리는 용담해안도로가 그곳이다.

바다와 땅을 나누는 무지개 담장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새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색색의 담장에 앉아 사진을 남기면 역대급 인샹샷을 건질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하늘 위 날아가는 비행기도 담을 수 있으니 순간 포착을 잘 해보시길.

사진 = 제주관광공사

얼마 전 분교에서 승격한 더럭초등학교도 알록달록한 외벽을 자랑한다. 한 광고를 통해 컬러리스트 장 필립 랑클로가 색을 입힌 곳으로 유명한데, 학생들의 공간이므로 평일에는 오후 6시 이후에 입장할 수 있다.

편안한 산책을 꿈꾼다 … 아부오름

사진 = 제주관광공사

이름이 이색적이라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곳이 있다. 아부오름이 그렇다. 왠지 두 손을 비벼야 할 것 같지만 아부의 실제 의미는 심오하다. 아부오름은 한자로 아부악(亞父岳)이라 쓰는데 여기서 ‘아부’는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산 모양이 어른이 앉아있는 듯해서 붙여졌다고 알려진다. 또 마을의 앞에 있어 앞오름이라고 불리다 아부가 됐다는 설도 있다.

아부오름은 제주 동쪽의 중산간 마을 송당리의 천백도로 건영목장 입구 부근에 있다. 크고 작은 오름이 옹기종기 모여 얼굴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봄의 기운에 떠밀려 가뿐히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정상을 향해 위를 바라보며 오르는 게 등산이라면 아부오름은 산책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정상까지가 높이 51m에 불과해 어렵지 않게 오른 뒤 둘레를 따라 걷는 방식이다. 중심의 분화구가 움푹 꺼진 형태로, 위에 서면 발아래 숲이 펼쳐진다. 삼나무가 둥글게 감싸고 있는 산굼부리는 마치 평온한 태풍의 눈 한가운데를 보는 같다.

엄마 품 같은 포구 … 온평리 포구

사진 = 제주관광공사

성산의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하는 제주올레2코스는 걷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다. 코스가 색다르고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는데, 그 정점은 역시나 종점인 온평리 포구에서 펼쳐진다. 뱃길을 나간 어부들이 생선 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히던 전통 도대가 핵심이다. 제주에 7개밖에 남아있지 않다 보니 만나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이밖에 마을 주민들의 생명수였던 용천수는 물론, 말발자국, 환해장성, 거북바위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포구 자체도 푸근하다. 바다를 품어주는 포구는 어느 곳이든 엄마의 품이 느껴지지만, 온평리 포구는 작고 아담해서인지 다정다감하게 다가와 포근함이 각별하다. 아름다운 해안선, 반농반어로 생활하는 마을의 평온함을 품고 있는 포구에 들어서 걷다보면 여행인지 일상인지 가늠할 수 없다.

온평리의 옛 이름은 ‘열운이’로 ‘연 곳’ ‘맺은(결혼한)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맺은 곳이라고 불리던 이유는 탐라개국 신화의 고양부 삼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가 결혼한 혼인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채꽃의 바다 … 함덕 서우봉

사진 = 제주관광공사

바다도 바다지만 봄을 맞은 함덕 해변에서는 유채꽃이 주인공이다. 유채의 흐드러짐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유채에 파묻힐 수 있다. 바다 곁에 선 노란 유채꽃은 서우봉 언덕 위에서 먼 바다를 향해 웃음꽃을 내보인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살랑이는 모습이 마치 손짓하는 노란 손길 같다.

사진 = 제주관광공사

함덕 해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함덕 서우봉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과 동쪽 오름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올레길 19코스인 조천~김녕 올레의 일부이기도 해 이곳에는 둘레길과 산책길 등 두 개의 길을 걷는 올레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우봉을 따라 돌며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둘레길과 서모봉 정상과 망오름과 봉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산책길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