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아도 괜찮아유” 코로나 블루 치유할 마을여행

속도보다 방향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물론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너무나도 피폐해지니 마음 건강도 챙겨야지 싶다. 붐비는 장소는 피하면서도,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줄 여행지를 찾아봤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체험 마을은 좋은 답이었다. ▲ 충남 예산 슬로시티대흥 ▲ 경남 김해 클라우드베리 ▲ 제주 청수마을이다. 각양각색 개성 만점 마을을 하나씩 소개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기승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입장이 제한되는 등 변동 여지 크다. 개방 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정보를 방문 전 지방자치단체, 관광안내소 등에서 확인하는 건 필수다. 또한, 대한민국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 내 안전여행 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른 안전여행 가이드를 반드시 확인하자.


정겨운 마을 길 따라 걸으며 느끼는 겨울 정취,

예산 슬로시티대흥

위치 : 충남 예산군 대흥면 중리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럴 땐 차라리 역발상이 필요하다. 모두가 “빨리! 빨리!”를 외칠 때 반대로 하라고 넌지시 알려주는 마을이 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자리한 슬로시티대흥은 느리게 사는 미학을 일깨워 준다. 이 마을은 교촌리와 동서리, 상중리 등 예당호 주변 마을을 아우른다. 슬로시티답게 자연과 문화, 역사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공식 인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 세계에서 121번째다.

마을 벽화. <제공 = 한국관광공사>

마을 곳곳에 자리한 달팽이. <제공 = 한국관광공사>

슬로시티(slow city)는 ‘느린 도시 만들기 운동’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즉석식)에 반대한 슬로푸드(여유식) 운동의 정신을 삶으로 확장해,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슬로시티는 조금 더 느리고 세심하게 여행해야 한다. 슬로시티대흥은 천천히 걸으며 정다운 마을 풍경을 담기 좋은 곳이다.

슬로시티방문자센터. <제공 = 한국관광공사>

출발점은 슬로시티방문자센터다. 슬로시티대흥 여행은 복잡할 것 없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웬만한 명소는 다 가볼 수 있다. 마을 곳곳을 잇는 ‘느린꼬부랑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방문자센터에서 얻은 지도를 참고해 걷고 싶은 길을 택하면 된다.

2코스. <제공 = 한국관광공사>

이 중 2코스는 겨울에 걷기 적당하다. 동서리천 물길을 따라가며 봉수산 중턱을 거친다.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 풍경도 정겹다. 애기폭포를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을 걷는 ‘사색의 길’이다. 겨울 숲 내음과 콧속으로 스미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고즈넉한 시간을 만끽하자. 사색의 길 뒤에는 한때 보부상이 다녔다는 ‘보부상 길’이 나온다. 예산은 조선 후기 보부상의 근거지인데, 이 길을 따라 보부상이 홍성과 예산을 오갔다고 한다. 2코스(느림길)는 4.6km로, 약 60분이 걸린다.

<제공 = 예산군청>

마을에서 소원 모빌 만들어 달기, 부채 만들기, 제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달걀 꾸러미 만들기다. 억세 보이는 짚이 부드럽다. 설명을 듣고 따라 하다 보면 만들기 쉽다. 달팽이미술관에 주민들 작품을 전시한다. 항아리와 바구니, 가방도 있는데, 짚으로 이 모든 걸 만들다니 놀랍다. 체험 프로그램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단한 상태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될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방문 전에 대흥슬로시티 홈페이지를 확인하자.


딸기를 요리조리, 새콤달콤 겨울 체험

김해 클라우드베리

위치 : 경남 김해시 칠산로210번길(재배농장)

<제공 = 한국관광공사>

요즘 딸기 값이 치솟아 금(金)딸기라 불린다. 비싸고 맛있는 딸기를 산지에서 직접 채취해 맛볼 수 있는 체험 마을이 있다. 클라우드베리는 김해시 칠산서부동 곤지마을에 위치한 스마트 팜 빌리지다. 김해 딸기는 시가 지정한 13개 특산물에 들 만큼 유명하다. 딸기는 본래 5~6월이 제철이지만, 하우스재배가 일반화한 뒤 겨울 과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딸기 따기가 겨울을 대표하는 농촌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크라우드베리 딸기 수확장 전경. <제공 = 한국관광공사>

크라우드베리 딸기 수확장. <제공 = 한국관광공사>

딸기와 방울토마토, 쌈 채소, 고구마 등을 재배하며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흥미를 돋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어를 배우는 농장 체험이 인기였다. 영어권 외국 대학과 협약을 맺어 원어민 강사가 체험을 진행했다.

현재 클라우드베리 체험은 농산물 수확과 쿠킹 클래스를 결합한 구성이다. 수확한 쌈 채소와 방울토마토로 샐러드나 햄버거를 만들고, 직접 밭에서 캔 고구마로 고구마케이크를 완성한다. 아이들은 딸기 못지않게 딸기 쿠킹 클래스도 좋아한다. ‘프레지에 홀 케이크’ ‘딸기빅토리아 보틀 케이크’ ‘베리쇼콜라(초콜릿 퐁뒤)’ 등을 진행한다. 1인당 수확한 딸기 400g과 쿠킹 패키지를 포함하면 양손이 무겁다. 돌아가는 발걸음마저 새콤달콤하다.

클라우드베리의 딸기 쿠킹 체험 키트 세트. <제공 = 한국관광공사>

딸기는 현장에서 짧은 설명을 듣고 곧장 수확하는데, 줄기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딸기를 감싼 뒤 ‘톡’ 하고 꺾는다. 어린아이는 딸기가 상하지 않도록 부모가 줄기를 한 손으로 잡아 고정하고 딴다. 무농약 재배라 현장에서 딴 딸기는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신선하고 안전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19로 현장 취식은 불가하다.

쿠킹 클래스로 완성한 딸기 케익. <제공 = 한국관광공사>

클라우드베리 딸기 체험은 회당 정원이 30명이다. 1인 1체험, 100% 예약제로 운영 한다. 주말 하루 3회(10:00, 12:30, 14:30 / 20인 이상 단체 평일 예약 가능) 진행하며, 80분 정도 걸린다. 비용은 1인 2만 2000~3만 5000원(24개월 미만 무료)이고, 아이·어른 구분 없이 입장 인원대로 진행한다. 딸기잼이나 딸기청, 토마토잼 등도 판매한다.


겨울에 만나는 초록빛 곶자왈,

제주 청수마을

위치 : 제주 제주시 한경면 연명로

<제공 = 한국관광공사>

겨울에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 곶자왈이다. 제주시 한경면에 자리한 청수마을은 주민 해설사와 함께 곶자왈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다.

곶자왈은 제주 곳곳에 있지만, 청수마을이 속한 한경·안덕곶자왈은 애월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과 함께 제주 4대 곶자왈로 꼽힌다. 한경·안덕곶자왈은 주요 수종이 가시나무류와 녹나뭇과 식물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멸종 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된 개가시나무의 최대 분포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청수곶자왈의 70%를 차지하는 종가시나무. <제공 = 한국관광공사>

청수마을에 자리한 청수곶자왈에도 다양한 희귀 식물이 자란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에 분포하는 섬다래, 제주와 거문도 등지에서 자생하는 가는쇠고사리, 2006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돼 너럭바위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 ‘빌레’를 이름으로 붙인 빌레나무 등이다. 또 늘푸른나무인 종가시나무가 수종의 70%를 차지해 1년 내내 푸른 숲을 자랑한다. 참나무에 속하는 종가시나무는 가을쯤 도토리가 익는데, 청수곶자왈에는 다람쥐가 서식하지 않아 겨울에도 탐방로에 수북이 쌓인 도토리가 계절을 잊게 만든다.

탐방객이 쉬어갈 수 있는 명상공간. <제공 = 한국관광공사>

특히 2월부터는 청수곶자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식물은 백서향을 만나볼 수 있다. 꽃을 향료로 사용할 만큼 향기가 좋은 백서향은 한때 제주 곶자왈에서 흔했다. 그러나 달콤한 향기 때문에 조경이나 분재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마구잡이로 채취돼, 지금은 조천읍 선흘리와 이곳 한경면 고산리·청수리에 드물게 분포한다. 이른 봄 피어나는 백서향의 그윽한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청수마을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제공 = 한국관광공사>

청수마을은 월·수·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주민 해설사가 동행하는 청수곶자왈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둘레가 2.48km인 청수곶자왈은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는 데 어른 60분, 아이들이 있는 경우 90분 정도 걸린다. 탐방로가 대부분 흙길이라 운동화 착용이 필수다. 숲이 우거진 곶자왈의 특성상 바람이 많은 날이나 가는 비가 내릴 때는 탐방이 가능하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청수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곶자왈 탐방 외에도 아크릴물감으로 추억의 고무신 꾸미기, 나만의 머그잔 만들기, 직접 그림을 그려 내 방을 은은하게 밝혀줄 수면등 만들기 등 다양하다. 월·수·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진행하며, 탐방 프로그램 4000원, 체험 프로그램 1만 2000원(통합권 1만 4000원)으로 현재 네이버 예약에서 신청할 수 있다.

[권오균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