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플러스가 간다] 강원도 눈썰매타러 갔다 기진맥진하고 온 썰

[여행플러스가 간다] 강원도 눈썰매타러 갔다 기진맥진하고 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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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보는 눈(目)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려 온 하얀 꽃송이의 그 눈이다. 송이송이 눈꽃송이를 두고 세대별 생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10대, 넓게 2030세대까지는 설레어 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40대를 넘어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일단 아무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실적 접근도 두드러진다. 길이 미끄러워 걱정이라거나, 세상이 하얀 건 잠시일 뿐 그치고 나면 길이 더러워진다는 불만까지 터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물주가 만든 자연현상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이 아닐까. 눈이 내리는 모습만으로도, 설원의 하얀 풍광도, 누군가 먼저 밟은 발자국도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겨울을 기다리고, 또 그래서 첫눈이 오는 날을 손꼽는 것 일테다. 중국 시인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란 시에서 호우시절(好雨時節)이라고 노래했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뜻이다. 감히 호설시절(好雪時節)이라 부른다면, 눈이 내리기 좋은 그 때는 얼마 남지 않았다.

承_

역시나 일찍 눈이 떠졌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소풍날 당일처럼 어딘가로 여행길에 오르는 날은 아침이 빨라진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었다. ‘비발디파크’. 1시간 20분이 찍혔다. 무려 강원도 홍천인데 1시간 남짓이라니 출발하기도 전부터 뭔가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다. 조금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일단 커피를 내렸다. 토스트기에 식빵 두 장을 밀어 넣었다. 평일에 늘어지는 기분이라니 마냥 즐거웠다. 내친 김에 달걀도 깼다. 달걀 후라이 넉 장을 붙이고 나니 든든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여러모로 챙길 것이 많다. 여벌의 옷부터 중간 중간 심심함을 달래줄 간식이나 놀잇감, 요새는 책도 서너 권 챙겨야 한다. 애착인형 또한 필수다. 여기에 추위를 잊게 해 줄 두꺼운 스키복을 추가하니 마트용 대형 에코백 두 개가 꽉 찬다. 일단 양 어깨에 둘러메고 차에 올랐다. 차 안 시간은 9시 35분. 그렇게 홍천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내비게이션의 약속보다 조금 더 걸려 1시간 30여분만에 리조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도착 또는 나가려는 사람과 차로 분주했다. 주차 눈치전쟁으로만 20분을 보낸 끝에 온전한 하차의 길에 들어섰다. 반가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12시부터 객실 배정만 진행합니다’. 내심 많은 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쾌재를 불렀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기까지 했다. 때마침 카운터 바로 옆의 푸드코트가 보였다. 햄버거 세트 하나를 해치우고 나니 체크인 차례가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눈’과 ‘가족’으로 잡았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것이 ‘키즈 패키지’였다. 객실과 조식뷔페 2인, 웰컴커피 1잔에, 눈썰매장인 스노위랜드나 키즈카페인 앤트월드 40% 할인권, 회전목마 범퍼카 등 놀이기구 3가지를 이용할 수 있는 50% 할인권, K1 스피드를 1만5000원에 제공한다. 각각 따로 구입하면 목돈 지출을 해야 하지만 패키지로 묶인 혜택만 잘 활용하면 꽤 절약을 할 수 있는 혜자스런 조건이다.

轉_

달렸다. 어디로? 눈이 있는 그곳으로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먼저 뛰어나갔다. ‘눈이 저리 좋을까’ 싶을 정도로 이리 저리 눈을 뭉쳐 내던지기를 십 수번, 눈썰매장으로 가기 위해 곤돌라로 향했다. 곤돌라 창 너머로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어, 스노보드족이 작은 인형처럼 눈에 들어왔다. 눈발을 날리며 활강에 나서는 이도 간혹 보였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하늘 위까지 닿는 느낌이었다.

지긋이 스키어와 스노보드족을 보던 딸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우리 집에서 보던 눈이랑 스키장의 눈은 똑같아?” 잠시 멈칫 했다. 자연설과 인공설이 섞여 있기는 할텐데 인공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답은 이러했다.

인공눈은 5lm 정도의 작은 입자의 물방울을 회전 날개가 달린 제설기로 뿜어 만든다. 보통 15~60m 높이까지 공중 분사한다. 자연눈이 육각형 모양의 구조라면, 인공눈은 얼음알갱이다 보니 입자가 다르다.

그럼 스키장을 가득 채운 눈은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겨울스포츠를 즐기기엔 자연눈보다 인공눈이 훨씬 더 좋다”며 “자연눈은 함박눈, 싸리눈, 진눈깨비 등 각기 품고 있는 공기량과 습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너무 질척거리거나 바스락거려 균등한 설질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발디파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키리조트는 겨울스포츠에 최적화한 설질을 위해 인공눈을 뿌린다고 덧붙였다. 비발디파크 또한 하루 최대 2만4000t의 눈을 140여대의 제설기로 만들고 있다. 시간당 평균 8.5t의 눈을 분사하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은 폭신하고도 견고하며 미끄러짐도 적당하다는 게 비발디파크 측 설명이다.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환한 미소의 귀여운 스노우맨이 반겼다. 아니나 다를까. 냅다 눈사람 앞에 뛰어가 얼굴을 부비는 두 녀석에게 눈썰매타러 가자고 손을 끌었다. 평일인데도 줄이 꽤 길었다. “지난 주말에 왔을 때보다 낫네. 1시간 넘게 기다렸거든.” 어디선가 다녀간 후일담이 들렸다. 속으로 다행이다 되뇌며 조금은 지리한 시간을 보낸 끝에 첫 썰매를 마주했다. 아니 썰매라 부르고 보트로 읽어야 했다. 물이 있다면 바로 타고 급류타기에 나서도 될 그런 튼실한 보트였다. 그래서일까. 이 썰매의 이름은 레프팅 썰매였다.

레프팅 썰매를 타고 질주하는 시간은 불과 1분이 채 안된다. 30여분 넘게 기다린 끝에 30초 가량 휙 하고 내려오는 것은 언뜻 허무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은근히 스트레스가 휘발하는 느낌이 든다. 쾌감 만점이다. 또 토네이도 썰매와 함께 최대 4인이 같이 탈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있다. 가족이나 지인과 짜릿한 순간을 동시간으로 누리다 보니 으쌰으쌰 단합의 기가 모아지는 기분이다.

스노위랜드에는 레프팅 썰매를 필두로 레이싱 썰매, 패밀리 썰매, 토네이도 썰매, 키즈 썰매 등 5가지 썰매를 즐길 수 있다. 슬로프 길이만 따지면 레프팅-레이싱-토네이도-패밀리-키즈 순이 될 듯 하다. 그렇다고 아찔한 스릴이 길이 순은 아니다. 속도감은 튜브형 썰매를 타는 레이싱 썰매가 훨씬 세다. 특히 하이 스피드 레이싱 썰매는 상당히 높은 곳까지 계단을 밟고 올라가 급경사의 미끄럼틀로 내려가야 해 스릴감은 으뜸이다. 원하는 이에 한해 튜브를 연달아 이어 2명이 함께 탈 수도 있어 재미도 두 배다. 이에 반해 패밀리와 키즈는 얇은 플라스틱 썰매로 저경사 구역을 내려간다. 그렇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거나 아이 혼자 탈 수 있게 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썰매를 타는데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점이 있다. ‘강철 체력’이다.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평소 자신의 체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 아이들은 에너자이저같이 쉴 새 없지만 어른들에게는 행복한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힘.들.다.

그렇다고 어른을 배척(?)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힘겨워하는 어른을 위해 만들어 놓은 듯 한 설치물이 두 곳 있다. 스노위 카바나와 이글루 휴게존이다.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이는 스노위 카바나, 여럿이 함께 보내도 상관없다면 이글루 휴게존에 가면 된다. 이글루처럼 생긴 대형 튜브 안에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주변에 푸드 트럭도 있어 따스한 어묵부터 떡꼬치 등을 먹거나 군고구마, 마시멜로 등을 굽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셀 수 없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 끝에 추위가 절정에 다다랐다. 아무래도 고지대이다 보니 바람이 살을 에는 듯 하다.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아무리 추워도 제대로 된 인증샷은 남겨야한다면 곤돌라에서 내릴 때 인사했던 스노우맨이 있는 벤치를 찾으면 된다. 아니면 곳곳에 자리한 뽀로로 캐릭터와 더불어도 좋다. 주머니 속 손을 꺼내 기어코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할 예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3시간은 족히 눈밭을 굴렀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객실에 돌아온 시간은 5시를 훌쩍 넘겼다. 기진맥진할 법도 한데 아이들의 체력은 무한대다. 결국 다시 어른이 아닌 아이들 손에 이끌려 테마파크 나들이에 나섰다. 회전목마부터 범퍼카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놀이시설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덩달아 함께 타 본 범퍼카에 승부욕을 발동한 것은 비밀(?)이다.

놀이기구의 하이라이트는 키즈카페 앤트월드다. 마치 개미굴을 탐험하듯 다양한 기구의 구성이 눈을 휘둥그레 하게 했다. 물론 아이들은 연신 신났다. 사실 어른도 신났다. 아이 어른이 함께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둔 덕에 미끄럼틀만 수십 번 탔을 정도다.

結_

잠깐이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순간은 하루 통틀어 10시간도 채 안됐다. 돌아다니는 내내 체력 고갈에 힘들다는 투정도 부렸지만 막상 집에 와 시간을 돌이켜 보니 여운이 꽤 남는다. 결국 어떤 여행이든 남는 것은 추억이다. 추억은 오래 간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들어서라도 여행을 떠나라는 얘기를 한다.

올 겨울도 막바지가 보이려 한다. 이미 봄의 시작이란 입춘이 지났으니 금세 개구리가 깨고, 봄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이 겨울 보내기 아쉽다면, 다 가기 전에 눈에 파묻히고 싶다면, 어릴 적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고 싶다면 홍천행 티켓을 끊어 보길 바란다. 잊지 못할 겨울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겨울 여행 100배 즐기는 법

1. 소노 호텔 앤 리조트는 소노벨 비발디파크를 포함해 여수점을 제외한 전국 리조트에서 키즈 특가 기획전을 14일까지 연다. 비발디파크는 패밀리, 스위트 객실과 조식뷔페(대인 1, 소인 1), 웰컴 아메리카노 커피 1잔, 부대시설 할인 등의 특전을 포함하며, 각 리조트별로 포함 혜택은 다르다.

2. 비발디파크는 리조트 폐장일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비발디파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출발 전일 오후 4시 30분까지 사전 예약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중과 주말에 따라 셔틀버스 노선과 출발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3.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비발디파크답게 퇴근 후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올빼미 라이더를 위해 슬로프는 오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밤샘으로 운영한다.

4. 스노위랜드는 일~목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금~토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방역 대책에 따라 상황은 변경할 수 있다. 또 각 썰매 별로 아이의 키에 따라 제한이 있으며, 부모 동반 또는 아이 혼자 탑승할 수 있는 썰매가 있는 만큼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

홍천(강원) =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