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해지는 ‘파주 ART 트립’ 2탄

옹골차다:(순우리말) 옹골지고 기운차다,

실속있게 꽉~~! 차있다

1탄의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전시부터 영화까지 옹골차던 ‘파주출판도시’의 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세세하게 기록한다. 취재하며 관계자에게 들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덤. 오늘도 파주로 출발한다.

1. 명필름 아트센터 4층 ‘마당을 나온 암탉’ 전시회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개봉 후 112일 만에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이 기념비적인 기록은 2022년 현재에도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원작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와 2005년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7년만인 2011년 7월에 스크린에 올랐다. ‘접속’ ‘안녕 형아’ 등을 쓴 김은정 작가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화려한 휴가’의 나현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원작을 그대로 옮겨오기보다 내용을 조금 변형해서 어른과 아이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 있도록 치밀한 수정작업을 거쳤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50여 개국에 판매했으며 제 44회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시체스 패밀리상 수상을 비롯, 해외 및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전시가 열리는 4층 계단에 써있는 글귀가 인상깊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전시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이 담긴 스케치도 볼 수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스케치 과정

액자에 담아놓으니 작품같다.

스크린에는 애니메이션, 가수 아이유가 부른 주제가 ‘바람의 멜로디’가 재생되고 있었다. 벽 한쪽 면에는 책의 성공을 자축하듯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해외판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모습.

해외판 포스터와 해외판 도서들. 전세계 30개국에 수출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전시에는 추후 명필름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태일이’ 관련 내용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1970년 평화시장을 배경으로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화 한 것이다. ‘태일이’는 현재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다.

2. 명필름 아트센터 내 ‘영화관’

명필름 아트센터 지하에서는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 영화관은 주말에만 운영하고 있으며, 파주시 거주자나 파주 출판도시 입주자 직원은 입장권 할인을 해준다. 단, 3D 입체 음향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 상영에는 지역할인을 적용하지 않는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연구소가 개발한 객체기반 3D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이다. 명필름 영화관에는 스피커를 무려 46개 설치하고 있어 더욱 폭발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사운드 특화’라고 보면 된다. 현재는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돌비 애트모스’로 상영하고 있다. 본래 184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현재는 거리두기를 이유로 92명 정도만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영화관이 넓어서 놀랐다. 스피커가 아주 많이 달려있는 점이 특징.

영화관 입장시 주의사항이 쓰여있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을 위한 방석도 준비하고 있다.

3.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출판단지 내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한 이 곳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작품이다. 그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안양 알바루 시자 홀이 있다. 그는 1992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1988년에 미스반 데어로에 유럽 현대 건축상, 2001년 울프 예술상, 2002년과 2012년에 걸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건축학도 사이에서는 일부러 건축물을 보러 파주까지 올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위에서 보면 M자 형태의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건물 중앙에 푹 파인 부분을 배경으로 서서 파란 하늘이 나오게 찍으면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

인생샷을 시도해보았다!

1층에는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책이 아주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다. 평일에 방문해 적당히 한산해서 독서하기에 좋았지만, 사람이 붐비는 주말이라면 독서하기 조금은 버겁지 않을까 싶긴 했다. 이 날은 눈이 많이 오던 날이라 독서하며 창밖으로 보는 풍경이 운치 있었다.

감성샷을 찍을 수 있다.

다이어리도 판매하고 있다.

방문일에는 ‘도스토옙스키, 영혼의 탐험가’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7000원으로, 앞서 소개한 북카페에서 음료 구입 시 1000원을 할인해준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은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으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그간 펴낸 도스토옙스키 전집과 관련 도서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200주년 기념으로 출간하는 리커버 시리즈 뿐 아니라 표지 원화들을 전시했다. 해당 전시는 1월 30일로 막을 내렸다.

4. 카페 아르디움

파주 출판단지 내에 위치한 갤러리형 카페를 소개한다. 카페 아르디움의 외관은 마치 ‘온실’을 연상시켰다. 건물 하나를 통으로 쓰는 만큼 넓직하다. 아르디움은 아트, 디자인, 뮤지엄의 합성어다. 20년 전 서울에서 디자인 문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이후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카페 ‘아르디움’ 외관. 눈이 와서 더 운치있다.

아르디움은 인쇄공방, 판화공방, 가죽공방, 목공방 등을 운영하며, 문구에서 생활소품까지 수많은 제품을 디자인, 생산, 유통하고 있다. 아르디움의 주력 제품은 시간관리플래너와 노트, 캘린더 등으로 대형 서점에 공급 중이다.

카페 아르디움에서는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어리 꾸미기나 예쁜 노트 모으기, 아기자기한 목공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공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디움에서 판매하는 상품들

작은 전시도 하고 있다. 20년 전통의 문구 회사답게 공책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벽면에 붙여놓았다.

80년대 교과서 같은 공책도 판매용이다.

공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석구석 예쁜 포토존도 있다. 한쪽 벽면이 모두 엽서로 빼곡히 채워진 아르디움의 대표 포토존이다. 벽면을 채운 엽서들은 모두 아르디움에서 디자인, 제작한 것이다. 장당 500원 정도에 판매한다.

엽서로 빼곡히 채워진 공간

“오늘 그대의 하루는 어떤 색인가요?”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토존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왠지 내가 일러스트 캐릭터가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흑백사진관’이다. 아르디움의 흑백사진관에서는 리모콘을 이용해 셀프로 촬영한 후 인화까지 해서 집에 사진을 가져갈 수 있다. 대형 카메라와 조명기구 등 필요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본인이 직접 찍을 수 있다. 가족, 연인, 강아지를 찍은 흑백사진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 걸려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소품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10분 동안 무제한으로 찍을 수 있다. 인화용 사진 2컷, 액자용 사진 1컷을 골라 가져가는 식으로 가격은 2만원이다. 여기에 전체 원본파일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로 2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카페 아르디움은 특별 메뉴가 있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사케라또 (아이스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다. 양이 많아서 메뉴 하나만 시켜도 둘이 충분히 나누어 먹을 수 있고 맛 또한 무난한 편이다.

카페 ‘아르디움’ 안에서 바라본 모습


영화 ‘아가씨’에 유명한 대사가 있다.

“나를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히데코 (김민희 분), 영화 ‘아가씨’ 중

포모 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소외되고 뒤처지는 것 같음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말한다. FOMO는 현대인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조바심과 두려움은 사람을 발전시키지만 동시에 그에 잠식되기도 쉽다. 영화 ‘아가씨’ 속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처럼 말이다.

매일같이 발전하고, 나를 채찍질하면서 하루하루 나아가는 삶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인생에 쉼표가 필요할 때,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면? 파주출판도시로의 여행은 ‘무료한 모노톤의 일상에 쨍한 유화물감 같은’ 존재가 돼줄 것이다.

쉼과 교양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 파주출판도시로의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다.

[맹소윤 여행+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