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기차 때문에 들썩들썩

메트로 UK는 2022년 주목할만한 여행 트렌드로 세 가지를 짚었다. 전기차를 활용해 야생동물 서식지에서 공해와 소음 등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조용한 사파리Silent safaris, 여행하면서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계산해 알려주는 ‘탄소 라벨링Carbon labelling, 마지막으로 ‘기차 여행Train Travel’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2022년이 유럽 기차여행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코로나 때문에 먼 곳으로 떠나는 게 부담스러운 유럽 사람들은 주로 자기 집에서 가까운 도시나 나라로 여행을 하게 될 거다. 향후 몇 년 동안 전세계 여행 트렌드를 지배할 ‘지속 가능한 여행’도 기차 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비행기로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기차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최소 3배 이상 많다. 탄소 발자국을 신경쓰는 여행자들은 여행 수단으로 비행기보다 기차를 선호한다.

출처: belmond.com

실제로 유럽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근거리 구간 항공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2021년 4월 프랑스 국회에서는 직통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근거리 노선 항공편 금지법이 통과됐다. 지난해 10월 타임지는 환경보호기구 그린피스가 EU에 기차로 6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근거리 구간 항공편 운항을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2년 더욱 주목받는 기차가 있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열차 자체로도 여행의 목적이 된다. 낭만 넘치는 기차여행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열차 베스트 4를 소개한다.

01

이탈리아 빈티지 기차의 부활

아를레키노 할리퀸 Arlecchino Harlequin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상징 아를레키노 기차가 부활했다. 지난해 10월 ‘할리퀸’이라는 이름으로 운행을 시작한 이탈리아 최초 빈티지 럭셔리 기차를 보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감동을 했다. 1960년 볼로냐 기차역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ETR 250 아를레키노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출처: 왼쪽/ 페이스북(fondazione FS Italiane), 오른쪽/ 인스타그램(@fondazionefsitaliane)

ETR 250 아를레키노는 전후 이탈리아 경제 붐의 상징으로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특별 열차였다. 4량의 기차는 전실 1등석이었고 탑승객들이 전망을 구경하기 편하도록 파노라마 전망대 2개를 갖췄다. 당시 사람들이 아를레키노에 열광한 건 최신식 시설뿐만은 아니었다. 시크하고 아방가르드한 컨셉으로 제작된 기차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합작으로 탄생한 아를레키노는 발랄한 색상의 벨벳 시트와 인조 가죽으로 벽 전체를 감싸고 미래지향적인 바 공간과 고급 세라믹 컵에 커피를 대접하는 스태프 등 기차는 마치 멋지게 꾸며진 영화 세트장 같았다.

출처: 왼쪽/ 인스타그램(@fondazionefsitaliane), 오른쪽/ 페이스북(fondazione FS Italiane)

아를레키노 열차 복원을 맡은 건 폰다지오네FSFondazione FS 재단. 이탈리아 국영철도의 역사 유산을 관리하는 곳이다. 폰다지오네 FS가 아를레키노를 되살리기로 결정한 건 2009년이었다. 기록 보관소에서 원본 스케치와 기차 내·외부 사진을 참고해 최대한 옛날 모습과 똑같이 복원했다. 예전과 동일한 복고풍 유니폼을 입은 객실 승무원이 옛날 기차에서 사용한 세라믹 컵에 에스프레소르 제공한다. 다만 노트북용 플러그와 USB 충전기 같은 편의 시설을 추가했다. 열차는 고속으로 운행하지만 일반 열차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한 달에 두 번 주말에만 운행하고 대도시 로마, 밀라노, 토리노, 베니스 등만 운행하기 때문이다.

02

기차로 옮겨온 웨스 앤더슨의 감성

브리티시 풀만 British Pullman

출처: belmond.com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감성이 담긴 열차가 등장했다. 웨스 앤더슨은 전 세계적으로 매니아 층이 두터운 감독이다. 팬들과 몇몇 비평가들은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과 자로 잰 듯한 화면구성으로 시선을 뺏는 그의 작품을 단순히 영화가 아닌 ‘예술’로 평가한다.

잘 나가는 영화 감독이 별안간 기차 제작에 참여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웨스 앤더슨은 스스로를 ‘열렬한 기차 팬’이라고 밝혔다. 그의 영화에서도 기차는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각각의 영화 분위기에 맞는 이색적인 열차가 등장한다.

출처: belmond.com

색감 천재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기차는 ‘브리티시 풀만’의 여객칸 시그너스Cygnus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감성이 스크린을 뚫고 나와 열차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시그너스는 뜯어보면 볼수록 재밌다. 파스텔 핑크 천장, 옥빛 카펫과 톤을 맞춘 소파 디테일. 커튼과 소파 그리고 벽 장식에 들어간 기하학적 무늬가 통일감을 주면서 마치 영화 세트장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차를 타고 영국 전역을 다니면서 식사나 샴페인을 맛보는 일정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상품 이름도 위트가 넘친다. 단연 눈에 띄는 건 ‘머더 미스테리 런치Murder Mystery Lunch’. 기차를 타고 192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인 사건 범인을 찾는 상황극에 빠져든다. 용의자들을 인터뷰하고 단서를 모아 살인자를 찾아내는 동안 고급 와인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출처: belmond.com

03

29.9유로 야간 열차

나이트젯 Nightjet

출처: hightjet.com

유럽에 30유로 이하로 이용할 수 있는 야간열차가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철도에서 운영하는 나이트젯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비엔나까지 가는 나이트젯은 주3회(화·금·일요일) 운행한다. 오후 8시쯤 출발, 다음날 오전 10시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좌석은 일반석, 쿠셋(접이식 침대), 침대 캐빈으로 구분된다. 일반석은 1인 29.9유로부터, 접이식 침대는 49.9유로부터 개인실은 89.9유로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일부 디럭스 캐빈에는 세면도구가 비치된 전용 샤워 시설도 갖추고 있다. 여성 전용 객실, 쿠셋과 침대 캐빈 한 객실을 통째로 예약하는 방법도 있어 보다 안전하고 프라이빗하게 여행할 수 있다.

04

레일 위 궁전

G 트레인 G Train

지난해 여름 최근 BBC와 CNN 등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한 기차가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티에리 고갱이 발표한 럭셔리 열차 G 트레인이다. ‘레일 위 궁전’이라는 별명이 붙은 G 트레인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총 4000억원. 갑부들이 럭셔리 요트 디자인을 위해 줄을 선다는 티에리 고갱이 최초로 기차 디자인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전 세계 외신이 주목했다.

출처: CNN travel 캡처

G 트레인은 모두 14대로 길이가 약 400m다. 기차 안에서 주변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창문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창문에 계절별 필터도 추가할 예정이다. 기차는 철저하게 맞춤형 제작으로 식당칸, 체육관 등 구매자가 원하는 것을 추가할 수 있다. 기차 가장 앞쪽엔 스위트룸이 설치된다. 18개 객실과 스파, 정원, 연회장, 갤러리, 음악감상실, 영화 상영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호화로운 구성이 마치 영화 ‘설국열차’ 앞쪽 칸을 떠올리게 한다. G 트레인에는 야외 테라스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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