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 앤 더 시티] 단돈 20만 원으로 지중해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방법

출처 = 언스플래쉬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인 요즘,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감각의 전환’이다. 그중에서도 ‘후각의 전환’은 꼭 필요하다. 후각은 뇌와 연결되어 있어 가장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향수를 뿌리는 것이다. 향수 중에는 여행지나 장소에 영감을 받은 제품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 순간에 훌쩍 나를 여행지로 보내주는 몇 가지 향수를 소개해 보려 한다. 광고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01

이탈리아 해변의 바람과 반짝이는 물결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Neroli Portofino) 50ml, 23만 1800원


출처 = 언스플래쉬, 톰포드 공식 홈페이지

탑노트 : 베르가못, 만다린, 레몬, 라벤더, 미르토, 로즈마리, 비터오렌지

미들노트 : 아프리카 오렌지 플라워, 자스민, 네롤리, 피토스포럼

베이스노트 : 앰버, 암브레트, 안젤리카

여름에 가장 그리운 것, 뭐니뭐니해도 코 끝을 간질이는 짠내,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푸르른 바다가 아닐까. 이탈리아 지중해 해안선의 관능적이면서도 한가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지금 당장 내 방에서 느끼는 방법, 바로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를 뿌리는 것이다. 네롤리 포르토피노는 시원한 바람과 투명한 바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나뭇잎을 재현한 향으로 오렌지 꽃향, 시실리안 레몬 등이 여름날의 역동성을 더욱 강조한다. 청량함을 잔뜩 머금은 파란색 보틀은 마치 지중해 햇살에 부서지는 바다 물결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향수 이름에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네롤리 포르토피노’는 무슨 뜻일까. 포르토피노(Portofino)는 이탈리아 리구리아주 제노바현의 도시이다. 아름다운 항구가 있고,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예부터 많이 방문하거나 관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네롤리’는 1000kg의 오렌지 꽃에서 단 1kg의 오일이 생산되는 귀한 원액을 말한다. 오렌지 껍질을 문대면 나는 오렌지 기름 향과 묘한 꺼끌거림, 은은한 꽃 향과 상큼한 시트러스 향을 넘나드는 네롤리의 우아한 매력은 지중해의 그것과도 상당히 닮은 듯 하다.

언제 뿌리면 좋을까? : 청량한 지중해의 향기가 그리울 때,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을 때

02

프라이빗 리조트에서 마시는 레몬홍차 향기

에트로 리조트 (Resort) 150ml 9만 800원


출처 = 언스플래쉬, 퍼퓸그라피 공식 홈페이지

탑 노트 : 자몽, 클라리 세이지, 민트

미들 노트 : 재스민, 매그놀리아, 은방울꽃

베이스 노트 : 파츌리, 머스크

여기는 휴양지의 프라이빗한 리조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단 둘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이국적인 매그놀리아 꽃 향기와 민트향은 지금 이 곳이 대한민국 도심 속이 아닌, 아주 멀리 떨어진 이름 모를 휴양지의 조용한 리조트라고 얘기해 주는 듯 하다. 에트로의 ‘리조트’는 마치 그런 향기다. 첫 향기는 기분 좋은 느낌의 스파클링한 레몬홍차 향기가 톡톡 터진다. 스파를 받으러 갔을 때 공기 중에 은은히 떠돌아 다니는 아로마 오일의 향기 같기도 하다. 그 어느 것이라도 좋으니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여기는 잔잔한 음악이 물소리처럼 흐르는 조용한 스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맛사지를 받고 나면 나른함이 물 밀듯 밀려오고 잠시 멈춰 있었던 후각이 되살아난다. 코 끝을 스치는 기분 좋은 아로마와 물 향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레몬 홍차의 적당한 달달함이 기분 전환을 돕는다. 또한 ‘리조트’ 제품은 오 드 코롱이나 오 드 퍼퓸이 아닌 ‘하이드레이팅 퍼퓸’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는 알코올 함량을 줄여 향의 지속력을 높여주고 모이스쳐라이징을 위한 성분이 첨가되어 피부의 촉촉함도 신경 쓴 제품이라고. 스파에서 맛사지 받은 듯한 촉촉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알맞은 선택이다.

언제 뿌리면 좋을까? : 휴양지 리조트에 놀러간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03

아무도 없는 새벽, 서울 소나무 숲의 향기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알바 디 서울 (Alba Di Seoul), 100ml 16만 9000원


출처 = 언스플래쉬, 산타마리아 노벨라 코리아, 사진작가 배병우

시트러스, 소나무 진액, 우디 어코드, 베티버, 파츌리

‘알바 디 서울(ALBA DI SEOUL)‘, 직역하면 새벽의 서울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각 도시에 영감을 받은 향수를 여럿 출시했는데, ‘알바 디 서울’은 현재 산타마리아 노벨라 CEO인 알팡 델리가 소나무가 많은 서울에 영감을 받아 만든 향이라고. 이를 증명하듯 향수 패키지는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장식하고 있다. 향의 첫 느낌은 새벽의 서울 숲을 거닐듯 알싸한 소나무 침향이 코 끝을 스친다. 이후 첫 향이 지나가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 상쾌한 향과 동시에 어딘가 모를 애상 깊은 바닐라 향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서울이란 도시가 그렇듯, 차가운 외면을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어딘가 모를 따스함이 군데 군데 노곤하게 녹아 있음을 상정하는 듯 하다. 특히나 이번 향수는 유서 깊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브랜드의 400주년을 기념하는 향수로, 저 멀리 이탈리아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에 직접 헌정했기에 더욱 의미있다. 예술의 도시이자 우리와 같은 반도로, 다른 듯 닮아있는 이탈리아에서 해석해낸 또 다른 서울의 향기는 그래서 새로울 수 밖에.

언제 뿌리면 좋을까? : 새벽녘 아무도 없는 서울의 모습이 그리울 때, 자연과 하나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04

티벳 고원의 이름 모를 정원과 호수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 라군 (Un jardin sur la lagune) 100ml 12만 9000원


출처 = 언스플래쉬,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섬엄나무, 매그놀리아, 튜베로즈, 머스크, 릴리오브밸리

에르메스의 ‘정원 시리즈’는 전 세계의 아름다운 정원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수다. 그 중에서도 ‘운 자르뎅 수르 라 라군’은 에르메스 퍼퓸 전속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이 베네치아의 신비로운 비밀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향수는 베네치아보다 티베트의 이름 모를 산사와 정원이 떠오르는 듯하다. 차분하고 몽환적인 백합 향과 도톰하고 맑은 자스민 차의 향기, 맑게 비쳐오는 물의 향은 특히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물의 도시 ‘구채구’도 떠오르게 만든다. 중국어로 ‘주자이거우’라고 발음하는 구채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오죽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황산을 봤다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봤다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라고. 자연이 보존해낸 원초적인 절경의 아름다움, 에르메스의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이 ‘정원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염두에 두었던 ‘자연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 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언제 뿌리면 좋을까? : 잘 간직되어 있는 고대의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면접 등 차분한 이미지가 필요할 때

05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베를린 숲길 속 향기

분더샵 버베니트 (Vervenit) 50ml 13만 1600원


출처 = 언스플래쉬, 퍼퓸그라피 공식 홈페이지

탑노트 : 베르가못, 자몽, 오렌지

미들노트 : 제라늄, 주니퍼 베리

베이스노트 : 베티버, 파츌리, 시더우드

누구나 한 번 쯤 그런 꿈을 꿨으리라 믿는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혼자 맨발로 자박자박 걸으며 숲의 향이 온 몸을 감싸는 그 기분을 잔뜩 만끽하는 경험. 하지만 우선 맨 발로 숲 길을 걷는다는 판타지를 직접 실현한다면 발에 나뭇가지가 박혀 단 한 걸음도 걷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판타지는 현실로 옮겨왔을때 발에 가시가 박히듯 따끔하고,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분더샵 ‘버베니트’는 그런 환상을 환상으로만 존재할 수 있도록 대리 충족시켜주는 향수다. 청량한 시트러스 노트에 허브, 흙 내음의 향이 물씬 풍겨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나무들과 허브의 향기로 가득한 숲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걸음걸음마다 자몽과 흙, 바질의 향이 퍼지고 온 몸을 감싼 햇빛과 베티버의 향기는 신선하고도 몽환적인 환상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특히 향이 맑고 경쾌해 지금 같은 여름 계절에 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편집샵으로 이름을 알렸던 분더샵(BOON THE SHOP)의 첫 번째 향수인 만큼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도 가득하니, 시향을 원한다면 혜화에 위치한 퍼퓸그라피 매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언제 뿌리면 좋을까? :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 여름용으로 자연스럽고 상큼한 향수를 원할 때

▶ ‘향알못’들을 위한 몇 가지 설명

탑노트 : 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5분까지 나는 향. 금방 날아간다.

미들노트 : 조향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향한, 향수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중심 향이다. 탑노트가 날아가고 30분부터 60분간 지속된다.

베이스 노트 : 향수를 뿌린 후 2-3시간 후부터 향이 모두 날아가기까지의 향을 말한다.

베티버 : 흙과 가장 가까운 향기라고도 할 수 있는 나무 향. 주로 남성용 향수에 많이 쓰인다.

*가격표기 퍼퓸그라피 사이트 기준

취재협조 = 퍼퓸그라피

박지우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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