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따뜻한 울진 겨울바다로 피한·먹방 여행

안녕하세요~ 여행+입니다.

연일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무탈히들 계신가요? 

저는 집 세탁기로 연결되는 수도관이 얼어붙어 한 3일동안 빨래를 하지 못했어요. 다행히 어제부터 세탁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라고요. 🙂 정말이지 요번 겨울은 추위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티커 이미지


여러분들 근데 그거 아세요? 속이 든든하면 덜 춥다는 사실! 
점심 먹으러 갈 때와 먹고 난 다음의 온도차 느껴보셨나요? (기분탓이라고요? ㅎㅎㅎ)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밥을 먹고 나면 왠지 배가 든든하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먹방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 래 서 저는 지난주에도 먹부림 여행을 다녀왔지요~_~ 목적지는 바로 경북 울진

지난달 25일 서울의 낮 기온은 영하 12, 같은 시각 울진의 낮 기온은 영하 2도였습니다. 무려 14도 차이라니… 혹한의 서울을 떠나 동쪽 바다로 향한 본래 목적은 먹방이었습니다. 대게를 필두로 문어와 장치 그리고 방어까지 위를 든든히 채울 마음으로 떠났죠. 칼바람을 감수하겠다고 호기롭게 떠난 울진 앞바다, 웬걸 서울보다 더 따뜻한 날씨에 마음까지 활짝 열려버렸어요. 울진 최북단 나곡부터 후포까지 겨울바다 드라이브를 즐기고 제철별미도 맛본 12일 울진 여행을 소개합니다. 겨울바다로 피한여행을 가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네요~.
 

# 서울보다 따뜻한 울진, 실화냐?

추위보다 더 싫은 것은 바로 미세먼지. 요즘 서울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너무 춥거나 너무 탁하거나… 중간이 없어요! 
서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하늘은 점점 더 파래졌습니다. 티끌하나 없이 쨍하게 푸르른 하늘, 몸서리치게 추운 계절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맑은 하늘 때문인데요. 연일 미세먼지에 고통 받았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듯 했어요. 여정은 울진의 112해안선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훑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나곡 바다낚시공원


첫 번째 목적지는 나곡 바다낚시공원. 울진 북면 나곡리는 강원도 삼척시와 경계를 하는 동네예요. 차로 20분 거리에 덕구온천이 있지만 작은 해안마을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대요. 전부 죽변으로 간다합니다. 그랬던 마을에 2013년부터 명소가 생겼어요. 갯바위에 낚시잔교를 만들고 해안산책로를 조성한 바다낚시공원입니다.

나곡 바다낚시공원


아치형으로 만든 다리를 건너 해상에 조성된 낚시잔교를 산책했어요. 이날은 유난히 파도가 높았습니다. 하얀 포말이 교각에 부딪히자 쩌렁쩌렁 소리가 울리고 발밑으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어요. 차디 찬 갯바위에 파도가 부딪히자 허연 김이 피어올랐습니다. 볕이 들지 않는 갯바위에는 물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허연 살얼음이 앉기도 했어요. 130m 길이의 잔교에는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꾼도 있었어요. 나곡 바다낚시공원 근처에 있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촬영지도 들러볼만 합니다. 언덕에 위치해 해안선을 한 눈에 굽어보기도 좋아요.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지


꼬르륵꼬르륵,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뭘 골라야지 잘 먹었다고 서울까지 소문이 날까~ 사실 떠나오는 순간부터 메뉴는 정해져있었습니다. 바로 곰치국. 5~6년 전 눈보라치던 삼척에서 먹었던 곰치국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겨울 동해만 오면 자동으로 곰치국이 떠올라요.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러운 살코기에 푹 익은 묵은지를 송송 썰어 넣어 맛을 낸 뜨끈한 곰치국 한사발이면 살을 에는 바닷바람에도 언제든 맞설 준비가 언제든지 돼있다고 매년 겨울마다 다짐했던 저였습니다.

얼큰한 장치탕


한껏 기대를 하고 찾아간 죽변항의 명물곰식당’. 식당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청천벽력과 같은 메모가 눈에 들어왔어요. 당분간 곰치국 안됩니다.’ 대관절 무슨 일인지 사장님을 보자마자 따지듯 물었어요. “곰치 값이 너무 올랐어. 한 마리에 20만원이야. 당분간 못 팔아요.” 닭 대신 꿩, 아니 곰치 대신 장치! 해풍에 사나흘을 말린 장치는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탕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자 정수리부터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왼쪽부터) 촛대바위,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 죽변등대


온기 가득 안고 해안도로를 따라 더 남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울진의 해안선은 전부 112, 7번 국도와 917번 지방도로 그리고 해안선과 바투 붙은 이름 모를 해안도로를 넘나들며 최대한 바다를 눈에 담으며 드라이브를 즐겼어요. 울진읍~망양정해변~촛대바위를 차례로 지나고 찾아간 곳은 매화면 매화리 벽화마을이었습니다. 바다와 슬쩍 빗겨난 소담한 마을엔 미리 봄이 온 것인지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했어요.
 

# 바다 보고 대게 먹고, 겨울바다는 맛있다

매화리 벽화마을의 주제는 만화가 이현세씨입니다. 울진이 고향인 이현세씨는 마을에서 자신과 자신의 대표작품을 주제로 벽화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허락을 했대요. 직접 문하생들을 데리고 마을을 찾아 어느 벽에다 어떤 작품을 그릴지 정해줬답니다. 매화면사무소를 중심으로 매화4길을 따라 이현세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의 주인공과 주요 장면이 벽화로 되살아났네요.

매화리 벽화마을


마을에 벽화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6. 앞으로 이현세 박물관도 만들고 매화마을이라는 이름에 맞게 나무와 꽃도 조성할 계획이래요.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내내 따스한 볕이 한껏 내리쬈어요. 집집마다 심어 놓은 매화나무에 벌써 망울이 올라온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2월말 매화가 피면 마을이 더 아름다워요. 대게 축제 때 오면 딱이겠네. 울진은 2월말 3월에도 눈이 많이 오거든. 운이 좋으면 설중매도 볼 수 있지요.” 황춘섭 마을이장이 자랑하듯 말했어요.

매화리 벽화마을


장장 100를 차로 달리며 해안선 구석구석을 훑었더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됐습니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 울진 대게를 맛볼 생각에 마음이 한창 들떠 후포항으로 향했지요. , 이제 저 산 모퉁이만 돌면 울진의 대표 대게 산지 후포항인데, 웬걸 차가 갑자기 멈췄다. 황석준 울진군 홍보팀장은 마지막으로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며 일행을 재촉했습니다. 떠밀려 올라간 등기산 중턱엔 해안가 갓바위 상공으로 이어지는 스카이워크가 있었어요. 총길이 135m로 조성된 스카이워크는 해상 50m 높이에 만들어졌습니다. 31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에 맞춰 스카이워크도 개장할 예정이에요. 축제장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습니다. 망망대해를 향해 뻗쳐있는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사람들과 고깃배가 바글바글한 후포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바다에 오롯이 안기는 듯한 기분이에요.


드디어 기다리던 대게와 마주할 시간. 장소는 후포항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 있는 왕돌수산 식당으로 갔습니다. 가마솥에 대게를 쪄내는 왕돌수산은 대게뿐 아니라 방어와 문어 같은 겨울철 동해안 별미를 두루 요리해요. 먼저 나온 방어회와 문어로 입맛을 돋우는 동안 사장님의 울진 대게 자랑이 이어졌습니다. 울진 사람들은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를 근거로 들면서 고려 때부터 대게를 먹은 원조마을이 바로 울진이라고 주장합니다. 후포항에서 거래되는 울진 대게는 대부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떨어진 왕돌초 일대에서 잡히는데,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왕돌초는 해양생물의 보고로 꼽히는 황금어장 중의 황금어장입니다.

대게와 방어



사장님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가 한상 가득 차려졌어요. 빠른 손놀림으로 게살을 전부 발라먹자 고슬고슬 비빔밥이 게딱지에 담겨 나왔습니다. 그렇게 방어에서 문어로 문어에서 대게로 2시간 가까이 입안에서 맛의 잔치가 벌어졌어요. (사진보니까 또 먹고싶다…) 단연코 올해 겨울 가장 만족스런 한끼였습니다. 

후포항에서 만난 대게잡이 배


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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